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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이슈 로봇이 온다

‘무인 카페’ 창업 괜찮을까…인건비 제로 ‘매력’ vs “경쟁 치열한 부업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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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하남시청역에서 도보로 10분가량 떨어진 동네 골목길의 한 커피숍 ‘카페무’.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무도 없다. 10평이 채 안 되는 공간에는 테이블 몇 개와 대형 커피자판기뿐.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을 선택하고 삼성페이로 결제했다. 기계 안에서 원두를 분쇄해서 커피를 추출하는 소리가 들린다. 30초 정도 후 기계 가운데 작은 배출구가 열리고 완성된 커피가 나온다. 옆에 마련된 탁자에서 뚜껑과 컵홀더를 씌우고 빨대를 꽂아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한 시간가량 머무르는 동안 10명 안팎의 손님이 드나들며 커피·음료를 뽑아 가거나 테이블에 앉아 마시다 자리를 뜬다.

# 서울 충무로역 인근 한 커피숍 ‘비트박스’. 역시 5평 남짓 공간에 대형 바리스타 로봇 한 대뿐이다. 키오스크에서 2500원짜리 아메리카노 커피를 주문, 결제하니 로봇 팔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1분여 만에 커피를 완성한다. 앞의 자판기보다 시간은 다소 오래 걸리지만 투명막 너머로 로봇이 커피를 만드는 전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어 눈요기가 된다. 영수증에 기재된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배출구가 열려 제품을 가져갈 수 있다. 테이블은 따로 없어 커피를 들고 바로 나왔다.

커피숍에서 바리스타가 사라지고 있다. 로봇 팔과 자판기로 24시간 운영하는 무인 카페가 확산되는 추세다. 5평 안팎 작은 공간에서 인건비 부담 없이 간편하게 운영할 수 있고 비대면 소비에 대한 고객 선호와 맞물린 덕분이다. 단, 유인 카페에 비해 상대적으로 객단가가 낮아 부업 아이템으로 보수적 접근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매경이코노미

서울 충무로역 인근의 무인 카페 ‘비트박스’. 5평 남짓 공간에 키오스크와 대형 바리스타 로봇으로 24시간 운영한다. <최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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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없는 커피숍 시대

▷소자본 창업에 인건비 ‘無’ 매력

무인 카페는 주문, 결제, 제조, 알림·픽업까지 바리스타 한 명이 해야 하는 전 과정을 모두 무인으로 처리하는 카페다. 대개 관리 직원이 하루 한 번 방문해 30분~1시간 정도 매장 청소와 원료 보충만 하는 식이다. 기계 성능에 따라 최대 60여개 메뉴도 제조 가능하고 원두나 얼음 종류도 선택할 수 있어 맞춤형 서비스가 웬만한 바리스타 못잖다.

무인 카페는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로봇 팔을 이용한 ‘로봇 바리스타형’과 원두 그라인더와 추출기를 내장한 ‘자판기형’이다.

올해 초 100호점을 돌파한 비트코퍼레이션의 로봇 카페 ‘비트박스’는 전자의 대표적인 예다. 로봇 카페는 비싸지만 볼거리가 화려하다는 특성 때문에 그간 대기업 본사 로비 등 주로 B2B 특수 상권을 중심으로 출점해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무인 카페에 대한 인지도와 소비자 경험이 쌓이며 B2C 상권으로 진입을 시작했다. 지난 4월 처음 선보인 비트 3세대 모델 ‘비트3X’가 탑재된 매장이 현재 20곳에서 운영 중이다. 상반기 내 30개를 오픈하고 연내 100개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라운지랩은 로봇-바리스타 협동 카페 ‘라운지엑스’와 로봇 커피 트럭 ‘바리스 트럭’을 7개점 운영한다. 라운지랩 관계자는 “협동 로봇 ‘바리스’는 유리벽을 없애 고객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바리스타의 단순 반복 노동을 줄여주고, 함께 설치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브랜드나 음료, 커피 원두, 제조 방법 등을 설명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적 기능도 갖췄다”고 전했다. 라운지랩은 이 밖에도 로봇이 콜드브루 커피를 제조해 캔에 담아 전달하는 완전 무인화 버전의 ‘바리스 캔’과 라운지엑스 드라이브스루(DT) 매장 오픈도 준비 중이다.

단, 로봇 카페 모델은 비싼 장비 탓에 창업비가 보통 1억원 이상을 호가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무인 카페 프랜차이즈는 자판기형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유인 매장 610여개를 운영하는 커피 프랜차이즈 ‘커피에반하다’는 34개 무인 매장을 별도로 운영 중이다. 지난 4월 삼성동 플래그십 매장 오픈 후 가맹 문의가 매일 10여건씩 들어오고 있다고.

경기 하남시에서 직영점 5개를 운영하는 카페무도 최근 가맹 사업을 본격 준비 중이다. 그간 자판기 장비 유통업에 집중하며 30개 이상 무인 카페를 오픈한 노하우가 강점이다.

자판기형 모델의 경우 적게는 3000만원 안팎에서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다.

“자판기 가격은 대체로 1000만원대 중반~2000만원대 중반에서 형성돼 있다. 풀타임 직원 한 명 월급이 300만원이라면 1년만 운영해도 인건비에 못 미친다. 커피 머신과 제빙기가 따로 있는 분리형 모델보다는 자판기 내에서 한 번에 해결되는 일체형 머신을 추천한다. 장비가 저렴하고 공간을 덜 차지하며 소비자도 더 편리하기 때문이다. 관리 요소를 줄이려면 자판기 구입 시 원재료 통과 제빙기 용량이 넉넉한지 꼭 확인해야 한다.”

카페무 관계자 설명이다.

기대수익률은 입지나 창업 비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카페무 관계자는 "원재료비는 아메리카노 150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매출의 약 30% 안팎이다. 여기에 월세, 광열비 등 기타 비용을 차감하면 순이익이 남는다"라고 말했다.

카페무 관계자는 “동네 상권에서는 일매출 30만원도 ‘꿈의 숫자’다. 일매출 10만원에 월 100만원 이상 순이익을 내면 준수한 성적이라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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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하남시에서 5개점을 운영 중인 무인 카페 체인 ‘카페무’. 10평이 채 안 되는 공간에 테이블 몇 개와 대형 커피자판기 한 대로 24시간 운영한다.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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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시 주의사항은

▷카페 대체재보다 보완재…부업 아이템

무인 카페는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무인화’라는 거대한 흐름을 타고 당분간 확산되겠지만, 유인 카페 대체재보다는 보완재로 기능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커피숍은 공간을 소비하는 목적이 적잖은 데다, 유인 카페도 아메리카노 1500원 수준의 저가 프랜차이즈가 많아서 커피 맛이나 가격 경쟁력으로 차별화하기에는 제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강병오 중앙대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현재 커피숍 시장은 ‘사람이 운영하는 저가 매장’이 대세다.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고는 있지만 단지 이것만을 위해 일부러 무인 매장을 찾는 수요는 많지 않다. 유흥가나 동네 상권 등 심야에도 유동인구가 꽤 있는 상권에서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24시간 영업하는 전략을 추천한다. 저가 커피 매장 인근에 출점한다면 낮에는 아메리카노 1000원으로 박리다매를 하고, 심야에만 1500원으로 파는 이중가격제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조영훈 영영키친 대표는 “무인 카페는 객단가가 낮아 월매출이 많아야 500만~1000만원 수준에 그친다. 생업으로 삼기는 쉽지 않은 만큼, 전업보다는 부업 아이템으로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카페무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이다. “월세가 비싼 A급 상권보다는 대로변에서 한 블록 들어간, 보증금 1000만~2000만원 수준의 B급 이하 상권이 적절하다. 은퇴 후 소일거리와 부수입이 필요한 실버세대라면 창업 아이템으로 안성맞춤이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4호 (2021.06.16~2021.06.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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