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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슈 끊이지 않는 성범죄

군인권센터 “공군 군사경찰단장, 이 중사 사망 국방부 보고 때 ‘성추행’ 은폐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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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대령)이 이모 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을 국방부에 알리는 과정에서 ‘성추행 피해자’라는 점을 빼고 단순 사망 사건인 것처럼 허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21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수의 제보자를 통해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벌어진 이 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에 대한 조직적 은폐에 공군 수사라인 수뇌부가 개입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당초 공군본부 군사경찰단 실무자는 5월23일 국방부 조사본부에 올릴 사건 보고서에 ‘성추행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점을 있는 그대로 기재했다. 그런데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인 이모 대령은 보고서에 사망자가 ‘성추행 피해자’라고 적시한 부분을 네 차례나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은 이 중사 사망 다음날인 5월23일 국방부 조사본부에 이처럼 사망 사건을 축소·은폐해 보고했다. 5월25일에는 서욱 국방부 장관도 국방부 조사본부로부터 단순 사망 사건이라고 보고 받았다. 군형법 38조에 따르면 군기문란 행위에 해당하는 허위보고죄는 징역형으로 처벌받는다.

센터는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의 개입이 명백함에도 국방부가 수사 실무자들만 직무유기 혐의로 내사 중이라고 주장했다. 센터는 “수사 지휘 라인이 작심하고 사건을 은폐했다는 것은 사안이 매우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대담하게 국방부에 허위 보고까지 감행한 것을 보면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군 군사경찰단이 성추행 가해자에 대한 신병 처리 방향을 일찌감치 불구속으로 확정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센터에 따르면 이 중사에 대한 성추행 피해 조사가 처음 이뤄진 3월5일 가해자인 장모 중사는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다. 사흘 뒤 제20전투비행단 수사계장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불구속 의견’이 기재됐다. 가해자 조사는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3월15일 진행됐다.

통상 불구속 여부에 대한 판단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모두 만나본 뒤 내려진다. 센터는 “(피해자) 진술서만 봐도 성추행 가해자를 긴급체포해 수사하고 48시간 내 영장을 청구하는 게 상식인데,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기도 전에 가이드라인을 짜놓고 수사를 한 셈”이라며 “외압 없이 일선 부대 수사계장이 이상한 판단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태훈 소장은 “국방부 조사본부가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을 구속 수사하고 공군본부 수사 지휘라인을 전면 수사해야 한다”며 “사건 은폐 과정 등을 낱낱히 밝혀내기 위해 민간과 함께 공동 조사단을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센터가 제기한 의혹은 이미 수사 범위에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 자세한 부분은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이 중사는 지난 3월 회식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차량 안에서 선임인 장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이 중사는 상관들에게 성추행 사실을 알렸으나 그 이후 회유 등 ‘2차 가해’를 당했고, 지난달 22일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향신문

서욱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 사건 관련 현안보고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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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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