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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스라엘 새 총리 "나는 많은 아랍인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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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kimsphoto@hanmail.net)]
중동의 정치 지형은 늘 긴장 상태를 이어왔다. 올해 초여름 중동의 정치기상도를 보면 먹구름의 크기가 더 커져가는 상황이다. 그 먹구름의 진원지는 중동의 2대 군사대국인 이스라엘과 이란이다. 서로를 적성국가로 여기는 두 나라의 정치 지도자가 최근 1주일 사이에 초강성 인물들로 바뀌었다.

이란에선 6월 20일 강경 보수 성향을 지닌 성직자이자 법조인 출신의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61세)가 대통령으로 뽑혔다. 이스라엘에선 6월 13일 극우 유대민족주의 성향의 정치인 나프탈리 베네트(49세)가 새내각을 출범시켰다. 12살 터울인 두 사람의 정치성향으로 미뤄 중동의 긴장 상황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란 핵협상을 보는 다른 시선

이란 대선 결과를 놓고 먼저 떠오르는 사항이 핵협상이다. 이스라엘은 기본적으로 핵협상 자체를 반대해왔다. 2015년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의 중도파 하산 로하니 정부와 핵협상을 타결시키자 크게 반발했고, 2018년 트럼프가 이를 뒤집자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바이든 당선 뒤 제네바에서 핵협상 재개 회담을 열자 다시금 불만을 드러내왔다.

그런 판에 이란 대선에서 강성 인물인 라이시가 중도파를 누르고 승리했다. 이스라엘 극우파들은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제네바 핵협상 판이 곧 깨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중동평화를 바라는 많은 이들이 핵협상 타결을 바라지만, 이스라엘은 다른 눈길로 핵협상을 바라보는 셈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사항은 이란의 새대통령 라이시도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과 벌이는 핵협상을 반대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협상 타결로 얻을 이익(석유 금수 해제와 경제회생)이 이른바 핵 주권 명분보다는 현실적으로 이롭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도파 로하니와는 달리 라이시 새대통령은 뼛속 깊이 반미-반이스라엘 주의자이다. 미국이 원칙론을 고집하면서 핵협상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 이란은 우라늄 농축비율을 높여가며 핵개발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커진다. 이럴 경우 미국과 이란, 그리고 미국의 최우선 동맹국인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엔 긴장도가 높아지게 된다.

프레시안

▲ 19일(현지 시각) 에브라힘 라이시 후보가 새 이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사진은 투표를 마친 이후 테헤란에서 연설하고 있는 라이시 후보. ⓒ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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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극우파 새총리 베네트

미국-이란 사이의 대결 구도는 이스라엘 강경파들에게 나쁘지 않다.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와 자산이 바로 그런 극한 대립 구도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극우파 새총리 베네트가 이란 대선에서 강성파 대통령이 선출됐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했을 것이다. 팔레스타인은 물론이고 이란과의 극한대결을 마다않으면서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고 이득을 챙기려들 것이다.

이스라엘 정치권에서 15년 최장수 총리 경력을 지녔던 네타냐후만 해도 강성 우파임은 분명하다. 다만 '정치'라는 틀 속에 그럴 듯하게 포장해 버무리곤 했기에, '극우파'라는 지적을 많이 받진 않았다. 하지만 새총리 베네트는 나치 돌격대원 같은 거친 성향을 보여왔다. 중동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에겐 한마디로 위험한 인물이다.

하지만 베네트는 정치신인이기에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지 않다. 미국의 독립 인터넷 매체로 진보 성향을 지닌 <민트프레스 뉴스>는 최근에 베네트의 극우파, 국수주의적인 위험성을 경고하는 분석 기사를 실었다. 원제목이 '인종차별적 수사학의 역사'(A History of Racist Rhetoric)인 이 기사의 주요내용을 옮겨본다.

진보와는 거리 먼 정착민의 아이콘

4번의 선거, 3번의 부패 혐의, 떠들썩한 의회 투표 뒤 베냐민 네타냐후 말고 다른 사람이 이번 주에 이스라엘 총리로 취임했다. 극우 민족주의자 나프탈리 베네트(49)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정치적으로 다양한 연정을 이끌고 있지만, 그의 정치는 진보와는 거리가 멀다.

베네트는 196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이스라엘로 이민 온 부모에게서 1972년 하이파에서 태어났다. 1996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과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 당시 특공대장으로 이스라엘군에 복무했었다. 그 무렵 유엔 시설에 머물던 레바논 민간인 102명이 이스라엘 군의 포격으로 사망한 크파르 카나(Kfar Qana) 학살사건에 간접적으로 관여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야당 지도자로 활동하던 2005년 베네트는 네타냐후의 비서실장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전임 총리들과는 달리 그는 베테랑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초보자에 가깝다. 여러 장관직을 맡은 경험이 있지만, 정부 경험은 비교적 짧다.

그가 교육부 장관으로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이스라엘 장관으로서의 거의 모든 보직이 단명했다. 정치인으로서 그는 실천보다는 선동적인 발언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베네트는 그 자신이 정착민은 아니지만, 이스라엘 정착민 권리를 옹호하는 아이콘으로 여겨진다. 2009년 이스라엘 정착민들을 대표하는 정치 기구인 예사(Yesha) 평의회의 사무국장을 맡았다. 이듬해에는 동료 이스라엘 정치인 에이예레 셰이크와 함께 '나의 이스라엘 운동'을 창설했다.

이 시오니즘 단체는 특히 이스라엘에 대한 '보이콧, 투자철회, 제재'(boycott, divestment, sanction, 약칭 BDS) 운동과 관련하여 온라인상에서 '반(反)이스라엘 활동' 이라고 알려진 움직임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2012년 베네트는 종교 및 우파 성향의 정당인 '유대인 홈'(Jewish Home)의 의장이 되었다. 하지만 2018년 뉴라이트(New Right) 당을 창당하기 위해 떠났다. 뉴라이트당은 현재 베네트가 활동하는 극우 선거 연대인 야미나(Yamina, 히브리어로 '우파'를 뜻함)에 속해있다.

극단적인 인종차별 발언들

베네트는 여러 해에 걸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발언으로 악명이 높다.

△팔레스타인 수감자들 석방을 둘러싼 이스라엘 의회 토론에서 그는 "아랍인들을 죽였다"고 자랑했다. 2013년 그는 "테러리스트를 붙잡으면 그냥 죽이면 된다"고 말했다. "나는 이미 내 생전에 아랍인을 많이 죽였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

△2018년에는 가자 경계선을 넘어오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겨냥한 총격전 정책을 주창했다. 그는 아이들이 이 정책의 적용 대상이 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들은 아이들이 아니다. 그들은 테러리스트들이다"라고 주장했다.

△2013년 미국 잡지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을 반대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국가가 이스라엘 땅에 세워지는 것에 맞서 내 모든 힘을 다 쏟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래 전부터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60%를 차지하는 점령지 요르단강 C구역의 완전한 합병을 주장해 왔다. 2013년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스라엘 국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대인 정착촌) 건설, 건설, 건설이다. 모든 곳에 이스라엘군이 주둔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1년 2월 한 인터뷰에서는 "내게 권력과 통제력이 있는 한 이스라엘 국토의 1cm도 (팔레스타인에게) 넘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더 나빠졌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대변인 출신의 정치평론가 다이애나 부투는 네타냐후가 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것을 기뻐한다. 그러면서도 새 총리인 베네트의 출현을 올바른 종류의 변화로 보지 않는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이스라엘이 네타냐후를 모두를 위한 평등을 믿는 사람, 모두를 위한 자유를 믿는 사람, 모두를 위한 인권을 믿는 사람으로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베네트 총리가 팔레스타인 땅을 빼앗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등 극단적인 인종차별주의이데올로기를 지녔기에 상황이 더 나빠졌다"

이스라엘에 새 정부가 들어서도 '정착민-식민주의 정치'는 여전하다. 평화와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기회는 아득히 멀어 보인다.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kims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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