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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친딸 추행' 1심 실형받은 친부…여전히 가족 가까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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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1심서 법정구속 안해…가족들, 극심한 스트레스

접근금지 명령 효력도 제한적…"2심서 형량 높아져야"

연합뉴스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초등학생 딸을 수년간 여러 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친부가 여전히 피해자 주변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딸은 가해자인 친부가 눈에 뜨일 때마다 트라우마가 되살아나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게 친모의 설명이다.

21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지난해 12월 서울서부지법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항소심에서 다퉈볼 여지를 주겠다"며 A씨를 법정 구속하지 않았다.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로 재판은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A씨는 2016년 집에서 당시 8살이었던 둘째 딸의 신체를 만지는 등 2019년까지 4차례 걸쳐 딸을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두 딸에게 휴대전화로 음란물을 보여줘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한 혐의도 받았다.

불구속 상태에서 2심 재판을 받는 A씨는 본인의 아버지 명의로 돼 있는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음식점은 아이들과 친모 B씨가 사는 집, B씨가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모두 도보 5분 거리 이내에 있다. 인근 학교에 다니는 둘째 딸은 등·하굣길에 종종 아버지를 본다는 것이다.

B씨는 "아이는 매일 가해자인 아버지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다"며 "나 또한 A씨를 마주칠까 봐 그쪽 가게 근처로는 아예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피해 아동이 친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씨에게는 피해 아동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졌지만, 접근금지 거리가 '100m 이하'로 짧은데다가 매번 거리를 잴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눈앞에서 마주치지 않는 한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집 안으로 들어오거나 말을 걸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오는 상황이 아니라면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며 "주변에서 맴도는 것만으로도 피해 아동은 스트레스를 받지만 강제력을 동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B씨는 자신이 가게에 있는 동안 A씨가 아이들이 지내는 집으로 찾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항상 불안하다고 했다.

A씨는 이전에도 B씨와 피해 아동이 있는 집에 찾아와 문을 두드리고, B씨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밖에 주차된 차량을 밟고 창문을 통해 집 안에 들어온 적이 있었다. 1심 재판부 역시 이 같은 A씨의 행동이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B씨는 1심 재판부가 A씨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법정구속하지 않은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를 수년에 걸쳐 괴롭히고, 가족에 대한 협박 문자까지 보냈는데도 구속하지 않은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아이들은 계속 불안감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여성·아동인권 전문가 이명숙 변호사는 "범죄사실이 대부분 유죄로 인정됐고 죄질도 좋지 않은 점에 비춰보면 1심 재판부의 처분이 너무 관대하다"며 "2차 피해가 계속되는 만큼 항소심에서 높은 형량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는 게 맞다"고 했다.

trau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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