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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시험대 오른 윤석열… ‘X파일’·‘대변인 중도하차’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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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등판 앞두고, ‘겹악재’ 맞아

이동훈 대변인 열흘만에 중도하차

‘尹 입당’ 관련 엇갈린 메시지 관측

열린민주 대변인, ‘尹 모욕’ 분석도

장성철 “윤석열 X파일 입수했다…

국민의 선택 받는 일 어려워 보여”

김재원 “아군 진영서 수류탄 터져”

국민의힘서 尹에 입당 압박 거세져

이준석 “당 들어오면 조력 받을것”

세계일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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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등판을 일주일여 앞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잇단 악재가 닥쳤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언급했던 ‘윤석열 X파일’을 놓고 야권 내에서도 우려가 터져나온 데 이어 윤 전 총장의 ‘1호 영입인사’이자 그의 ‘입’ 역할을 해온 이동훈 대변인이 갑작스레 사퇴하면서 대권가도를 밟기 전부터 삐그덕대는 모양새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전 대변인은 일요일인 20일 오전 7시쯤 윤 전 총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들어가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일신상의 이유로 직을 내려놓는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조선일보 논설위원으로 근무하다가 지난 10일 윤 전 총장의 첫 대변인이 된 지 열흘 만에 돌연 중도 하차한 것이다. 이 전 대변인이 물러나면서 당분간 윤 전 총장의 공보 업무는 그에 이어 선임된 이상록 대변인이 수행하게 됐다. 이 대변인은 단체 대화방에 올린 메시지를 통해 “이 전 대변인은 지난 19일 오후 건강 등의 사유로 더 이상 대변인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고, 윤 전 총장은 아쉬운 마음으로 이를 수용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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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치권에선 다른 이유가 더 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선 이 전 대변인의 ‘단독 드리블’이 사퇴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앞서 이 전 대변인은 지난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는가’란 질문에 “그러셔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곧이어 이 전 대변인을 통해 “입당 문제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태산처럼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반박성 메시지를 냈다. 이뿐 아니라 이 전 대변인이 기자들을 ‘후배’로 불렀다가 논란에 휩싸이고, 윤 전 총장의 ‘전언 정치’ 논란이 여전했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열린민주당 김성회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대변인이) 윤 전 총장과 매우 가까운 장예찬씨를 쳐낸 것이 첫 실수라고 본다”며 “신인 정치인(유튜버이며 평론가)과 동급 대접을 받는 것이 매우 불쾌했을 것이고 그 불쾌감을 그대로 드러냈으니 그건 장씨를 선택한 윤 전 총장에게 모욕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장씨는 윤 전 총장과 서울 연희동을 함께 방문해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이 전 대변인은 장씨를 ‘윤 전 총장의 지지자’로 평가절하한 바 있다. 김 대변인은 “윤 전 총장 입장에선 ‘기자 경력 좀 있다고 감히 날 끌고 가?’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도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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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 김 전 대통령 등 노벨평화상 수상자 사진을 보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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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전날 야당 보좌관 출신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석열 X파일을 입수했다며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인 것과 이 전 대변인의 사퇴가 무관치 않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장 소장은 “윤 전 총장과 처가 관련 의혹이 정리된 파일을 입수했다”며 “이런 의혹을 받는 분이 국민의 선택을 받는 일은 무척 힘들겠다는 게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다. 방어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장 소장의 이 글은 여의도 정가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대선주자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윤 전 총장을 두고 ‘불가론’이 제기된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SNS 글에서 이를 “아군 진영에서 수류탄이 터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대변인이 해당 파일 내용을 확인하고는 고심 끝에 직을 내려놓지 않았겠냐는 게 의혹의 요체다. 다만 이 전 대변인은 자신의 사퇴가 X파일 논란과는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장 소장 역시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X파일에) 결정적이라고 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고 상반된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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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중인 윤석열 캠프 2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캠프로 알려진 서울 광화문의 한 사무실 모습. 윤 전 총장은 오는 27일 대권 도전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윤 전 총장 측은 일단 후임 대변인 물색에 나섰으나 일련의 사건으로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야권에선 윤 전 총장의 조속한 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선잠룡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을 겨냥해 “대통령이 되려면 정당정치는 피할 수 없다. 그것을 피하면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며 입당을 재촉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강남역 모여라’라는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X파일이) 진실이 아닌 내용이나 큰 의미가 없는 내용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우리 당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조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윤 전 총장 측은 X파일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상록 대변인은 언론에 “X파일의 실체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번 건에는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며 “(윤 전 총장의) 대권 도전 선언 시기는 애초 계획했던 6월 말∼7월 초 시기로 조율 중이다.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 전 총장 측은 광화문의 한 빌딩에 캠프 사무실을 차릴 계획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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