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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코로나19 시대의 ‘마스크 출산’…고군분투하는 산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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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예방, 안전한 출산 등 이중고

한겨레

2018년 2월28일 촬영된 서울 시내 한 병원 신생아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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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달 전 아이를 출산한 ㄱ(32)씨는 임신 기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갑갑하고 머리가 아픈 것 같다고 한다. ㄱ씨는 임신 기간 입덧과 함께 두통이 찾아왔는데,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써야 해서 갑절로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숨쉬기도 힘들고, 머리도 더 아프고 해서 임신 기간 외출을 최대한 줄였다”고 말했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마스크 때문에 숨쉬기 힘들다”며 얇은 마스크를 찾는 임산부들의 글이 지금도 올라오고 있다.

ㄱ씨처럼 힘들고 고통스러운 임신·출산·산후조리를 ‘코로나 19시대’에 거치는 산모들은 감염 예방과 안전한 출산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들은 감염에 대한 공포, 방역 수칙으로 인한 불편, 가족들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걱정 등으로 ‘이중고’를 겪는다.

병원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대부분 산모들은 마스크를 쓰고 출산한다. 대형병원의 경우 산모가 출산 시 마스크를 착용하게 할 뿐만 아니라, 수술실, 분만실, 인큐베이터 등 산모와 아이가 이동하는 모든 동선에 음압 설비를 설치했다. 산모도 출산 3일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고, 긴급 수술을 해야 할 경우에는 모든 의료진이 전신 방호복을 입고 수술을 한다.

서울의 한 대형 대학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ㄴ씨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산모들과 의료진 모두 고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는 “갑작스러운 진통으로 긴급 출산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출산 뒤 산모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와, 국가 지정병원으로 이송돼 격리치료를 받아 아이와 떨어져 지낸 적이 있었고, 최근에도 보호자에게 한 의료진이 코로나19가 감염된 사례가 있다”며 “이런 위험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출산 과정에서의 방역에 더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맘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숨쉬기 너무 힘들었다”며 ‘마스크 출산’ 후기가 종종 올라온다. 산모들은 “마스크를 쓰니 호흡이 잘 안 되고, 힘이 안 들어갔다. 아기도 나올 때 힘들었을 것”, “마스크를 쓰고 분만하다, 과호흡으로 숨이 너무 가빠지자 의료진이 마스크를 벗겨줬다”고 출산 당시 고통을 전한다.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고생한 산모는 출산 뒤에는 병원과 산후조리원의 보호자 방문 제한에 골머리를 앓는다. 병원마다 지침이 다르지만 대형병원의 경우 보통 △상주보호자는 1인 만 가능 △상주보호자는 최근 3일 이내의 코로나19 검사 결과지를 지참 △상주보호자의 외출 자제 등 산모 보호자에 대한 규칙을 강제하는 상황이다. 상주보호자를 제외한 기타 면회나 방문은 모두 화상전화를 통해서만 허용된다.

코로나19 감염 차단을 위해 필요한 일들이라 산모와 가족들 모두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지만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다. ㄱ씨가 출산 후 찾은 산후조리원에서도 방역 때문에 출입객을 통제하고 있어, 남편과 부모님을 보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ㄱ씨가 있던 산후조리원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지정된 한 명의 보호자만 출입을 허락했는데, 이 보호자가 나가면 또다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들어올 수 있었다. 부모님이 방문하는 날이면, 남편은 조리원에 들어올 수 없었다. ㄱ씨는 “다른 조리원들은 아예 보호자를 못 들어오게 하는 곳이 많아 그나마 다행이지만 친정엄마나 남편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불편할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출산했다는 한 블로거는 “조리원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산후요가 등 프로그램이 취소되고, 아이와 함께 지내는 모자동실을 할 수 없다는 점도 아쉬웠다”고 말했다. 맘카페 등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방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산모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위로하는 친목 모임도 하지 못해 아쉽다”는 글도 올라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신을 고민하는 이들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면, 코로나19가 약해지거나 없어질 내년에 출산하고 싶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저출생 흐름의 계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신생아 출산이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계청의 ‘3월 인구동향’을 보면 지난 1분기 전국 출생아 수는 7만51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줄었다. 1981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은 수치다. 합계출산율도 지난해 1분기 0.91명보다 줄어든 0.8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0.8명대 이하로 나타난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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