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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준석 "윤석열, 8월 넘어서도 입당 고민하면 정치 못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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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일주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제 당에 새로운 리더십 들어서

제3지대나 다른 옵션 많이 지워져

김종인, 선대위 상임위원장은 해야

상왕노릇 할 공간은 열지 않을 것

민주당 대선후보로 이재명 유력

비주류라 곁에 최고인재는 없는 듯”

경쟁과 능력주의와 자신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관통하는 세가지 키워드다. 이 대표는 20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경쟁의 치열함에 매료돼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겼다”, “능력주의의 대안은 없다”, “이준석 효과로 제3지대라는 옵션은 많이 지워졌다”와 같은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선 “8월까지도 고민을 못 마치면 정치를 못 할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상왕 정치’를 할 것이란 논란에 대해선 “상왕 노릇 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을 열진 않는다”고 잘랐다.

이날 오후 2시부터 1시간 조금 넘게 국회 본청 국민의힘 당 대표실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수권정당의 대표로서 쉴 틈 없이 쏟아지는 일정과 업무 때문에 눈에 다크써클이 짙었다. 하지만 질문을 던질 때마다 답은 빨랐고, 주저함은 없었다.

중앙일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후 국회 국민의힘 당 대표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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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이 대표가 보는 ‘이준석 바람’의 원인은 뭔가.



A :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평가만 하지 말고 방법론을 얘기하라는 기류를 탄 게 컸다. 조국 사태 이후 많은 사람이 공정을 강조했지만, 방법은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다. 나는 ‘공정한 경쟁’이란 키워드를 꽂았다.

Q : 경쟁과 능력주의를 강조하는데, 이 대표가 주장한 선출직 공무원 자격시험에 대해선 당내 반발도 크다.



A : 국민 세금을 받고 일하려면 기본적인 자료 해석 능력은 필요하다. 공천심사관리위에서 도덕성과 능력을 본다는데, 며칠 동안 3000명의 후보를 어떻게 다 검증하나. 안 되는 걸 지금까지 했다고 거짓말한 거다. 능력주의의 대안은 뭔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논객으로 성공한 건 서울대 미학과를 나온 학벌 때문인가 능력 때문인가. 논리적이고 들을 만한 얘기하는 능력이 있어서다. 능력주의를 비판하는 대다수는 자기모순에 빠져있다.

Q : 여성 할당제 폐지 같은 갈등 이슈에서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게 대선판에서 불리할 거란 우려도 있다.



A : 프레임 씌우기에 강하게 반대한다. 특정 이슈를 건드렸을 때 혐오 딱지를 붙이는 것은 사회적 논의를 앞으로 못 나가게 하는 것이다. 72.5%의 표심(방송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의 오세훈 후보 지지율)이 몰릴 정도로 응축돼있었으면 누군가 고름을 빼야 했다. 그런데 상대는 이준석 때리기만 하다 나를 큰 인물로 만들었다. 대표가 튀는 게 불리하다? 큰 흐름의 전환기라고 본다. 타협할 것도 아니다.

이처럼 이 대표는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당내 여러 우려에 대해서 그는 “방식이 바뀌면 사람도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물갈이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사람이 자기 색깔을 잃어버리면 존재 가치가 사라진다. 내가 윤 전 총장에게 ‘탄핵 찬성 입장 그대로 당에 들어오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20일 강남역 11번 출구 앞에서 열린 “강남역 모여라”행사에 참석한 이준석 국민의 힘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태영호 의원실 주최로 열린 이행사에서 이대표는 2시간동안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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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대선은 국민의힘이 이길 거라 보나.



A :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경원과 오세훈이라는 훌륭한 주자가 경쟁하고, 밖에서도 안철수란 아주 훌륭한 주자와 경쟁하다 보니 그 치열함에 매료된 것이다. 혹시라도 경쟁을 피하려는 대선 주자가 있다면 유권자들이 굉장히 안 좋게 볼 거다. 대표 경선 때 많은 이들이 이른바 ‘침대 축구’를 하라더라. 하지만 나는 광주에 가서 5ㆍ18 얘기하고 대구에서 탄핵 얘기하며 정면 대결했고 지지율이 올랐다. 국민은 대선 주자들도 조금 더 박력 있고, 이슈를 피하지 않고, 1등 주자도 침대 축구를 하지 않길 바란다.

Q : 윤 전 총장이 침대 축구를 하고 있단 말인가.



A : 사실 그럴 만한 요건도 못 갖췄다. 침대 축구라기보단 정치를 처음 하는 사람이 으레 가질 법한 여러 고민을 하는 것 같다. 정치 참여를 계속할 수 있을지, 이번에 나갔다가 망신만 당하는 게 아닌지 하는 고민 말이다.(※나이는 윤 전 총장이 이 대표 보다 25살이나 많지만, 이 대목에서 이 대표가 정치경력 10년차라는 사실이 새삼 느껴졌다.)

Q : 윤 전 총장이 버스 안 타도 당 경선버스가 8월엔 출발하나.



A : 한다. 그런데 8월까지라면 윤 전 총장의 어지간한 고민도 끝나 있을 거다. 그때까지 안 끝낸다면 정치를 못 할 거다. 입당 자체는 더 빨리해야 한다. 경선 버스를 막판에 올라탈 필요가 없다.

Q : 윤 전 총장은 이동훈 대변인이 사퇴하고, 야권 인사가 X파일 운운하는 등 난관에 부닥친 상황이다. 당이 먼저 도울 때 아닌가.



A : 그래서 공개적으로 대선주자와 접선하는 역할을 원로 정치인에게 맡기기로 했고, 21일 발표한다. (이와 관련해 당 대외협력위원장에 내정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은 서울대 법대 형사법학회 2년 후배, 최재형 감사원장은 같은 학회 2년 선배다. 앞으로 자유롭게 두루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오해의 소지를 없애려 내가 그 역할은 안 하기로 했으니. 대선 주자의 당 참여 문제나 그분들에게 어려움 있을 때 역할을 할 분이다.

Q : 윤 전 총장에 대한 X파일 논란은 어떻게 보나.



A :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군불 지피려다 실패한 걸 야권 인사가 언급한 게 굉장히 안 좋은 모양새다. 다만 별 내용은 없을 거라 본다. 윤 전 총장을 몰아내려는 여권의 시도가 많았는데, 내용이 치명적이라면 지금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활용했을 거다.

Q : 최재형 감사원장이 정치를 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내비쳤다.



A : 말씀하는 톤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 공무원이고 그 업무가 문재인 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이라 섣부른 판단은 안 하겠다. 정치를 결심한다면 원로를 통해 안내할 것이다. 사적 인연은 없지만, 최근 분위기 이전부터 최 원장에 대한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 대목에서 이 대표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을 포함한 당 밖의 인사들을 언급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A : “당의 전당대회 전까지는 그분들이 입당 여부를 고민하는 모습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왔고, 그 리더십이 젊은 세대와 중도층까지 포괄한다면 제3지대나 다른 옵션이 많이 지워진 것 아닌가. 정치 결심 정도만 있으면 되는데, 늦어지는 게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중앙일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후 국회 국민의힘 당 대표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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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언제 당으로 모실 건가.



A : 어떤 역할을 하실지 상상력 범주 밖에 있다. 무게감과 실력을 봤을 때, 단독으로 선대위 상임위원장 정도를 하셔야 할 것 같은데, 이건 대선 후보가 판단할 문제다.

Q : 이 대표의 이런 평가 때문인지, 상왕 정치 논란이 계속 나온다.



A : 상왕 얘기를 듣기엔, 김 전 위원장이나 유승민 전 의원의 얘기를 내가 잘 안 듣는다. 그분들께 조언 듣고 많이 배운 건 맞지만, 상왕 노릇 할 정도로 공간을 열진 않는다.

Q : 민주당에선 누가 대선 후보로 유력할까.



A : 큰 무리 없으면 이재명 경기 지사가 될 거라고 본다. 만약 그랬을 땐, 이 지사가 정의당을 비롯한 다른 군소정당을 흡수 합당해서 문재인의 당이 아닌, 이재명만의 당을 새로 만들려고 할 거다.

Q : 국민의힘에 위협적인가.



A : 이 지사 특유의 마이너 본능이 장점이다. 정치적 입김 없이 성장했다는 자신감이 있어 파격적이고 군더더기가 없다. 다만, 비주류다 보니 최고의 인재나 전략가가 함께 일하는 것 같지는 않다.

Q : 이 대표 본인과 이미지가 비슷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나.



A : 공교롭게도 여야의 대선 지지율 1위 후보와 내가 전부 ‘0선’이다. 공통점은 사안별로 할 말은 다 한다는 거다.

Q : 문재인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기대하는 시선이 꽤 있다. 어떤 얘기를 할 건가.



A : 이철희 정무수석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는데, 장소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 일대일 아니면 격이 없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만나면 꺼낼 화두는 부동산이다. 민주당이 전향적 입장을 내놓기 시작했지만, 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Q : 정치인 이준석의 꿈은 대통령인가.



A : 진급을 꿈꾸지 않는 대령이 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모든 정치인이 그렇게 가야 한다고 본다.

Q : 40세 출마 제한이 사라지는 2027년 대선에 나가나.



A : 전혀 생각 없다. 외교나 안보, 북한 문제에 있어서 관점을 형성하고 탁월한 대안이 있기 전까지는. 굉장히 긴 세월동안 공부를 해야 할 거 같다.

권호ㆍ성지원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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