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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팩플] 실리콘밸리가 찍은 앱 '미소'···별점 테러 안 무서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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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레터 116호의 요약본

팩플인터뷰, 홈 서비스 플랫폼 '미소'(miso) 빅터 칭 대표

중앙일보

홈 서비스 앱 '미소' 빅터 칭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대로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했다.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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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무니까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다. 무수한 스타트업이 창업 3~5년 후 소멸한다. 실리콘밸리의 명문 엑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C)가 매년 ‘유니콘 후보’급 스타트업 20여 곳을 골라 집중 육성 프로그램을 돌리는 이유다. YC 그로우쓰(YC Growth. 이하 YCG) 프로그램, 2018년 여기 선정된 센드버드(Sendbird)는 올해 유니콘이 됐다.

지난달 한국 스타트업 중 두 번째 YCG 멤버가 나왔다. 홈 서비스 앱 미소(miso)다. 2015년 청소 서비스로 시작한 미소는 이사견적·펫케어·정리수납·인테리어·세차·방역 등 70종 서비스를 갖춘 종합 홈 플랫폼이 됐다. 이사 등 신규사업 성장세가 가팔라, 최근 3개월 간 회사 매출이 45% 늘었다고. 미소 창업자인 빅터 칭 대표를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미소의 성장에 대해 “온라인 플랫폼이 오프라인 삶을 위해 존재한다는 걸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저희 앱 오래 보지 마세요’



미소의 고객 대상 철학은 둘로 요약된다. ‘개인정보 안 주셔도 돼요’, ‘저희 앱 오래 보지 마세요’. 최대한 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해 마케팅에 활용하고 최대한 길게 고객을 붙잡는, 여타 플랫폼과는 반대다. 가입 시 성별·나이를 안 묻고, 청소 예약 시에도 ‘몇 평’, ‘아이 있나’ 안 묻는다. ‘반려동물 있나’ 묻는 건 일부 클리너(cleaner)가 동물을 무서워해서라고.

Q : 고객 정보를 많이 수집해야 유리하지 않나?

A : “서비스에 직결된 정보만 묻는다. 예를 들어, 초기에는 청소 예약 때 ‘집에 아기가 있는지’ 체크했다. 그런데 클리너들에게 ‘이걸 알면 청소를 더 잘할 수 있나요?’ 물었더니 아니라고 하더라. 필요한 건 고객 정보가 아니라 ‘아기 매트는 들어서 아래 바닥도 닦아준다’ 같은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Q : 70종 서비스 플랫폼인데 앱이 간단하다.

A : “삶을 덜 복잡하게 만들려고 미소를 쓰는 거다. 그러니까 앱도 심플해야 한다. 우리는 인스타그램같이 고객이 많은 시간을 화면에 머물기 원하지 않는다. 미소에서 목적만 달성하고 나가시면 된다. 앱을 짧게 쓰고 당신의 오프라인 삶을 누리세요, 라는 거다.”



별점보다 중요한 것



플랫폼의 고객 평점에는 ‘별점 테러’(악의적으로 별점을 낮게 주는 것) 같은 부작용도 일어난다. 미소는 파트너(가사도우미 등)와 회사의 성과 모두 평점이 아닌 ‘고객 유지율’로 측정한다. ‘홈조이’를 창업해 미국 최대 청소 플랫폼으로 키웠다가 폐업했던 YC의 일원 아도라 청이 사업 초기 그런 조언을 해줬다고.

Q : 홈조이의 실패 이유도 들었나.

A : “마케팅비를 써서 새로운 고객을 데리고 오는 성장은 한계가 있다는 걸, 뒤늦게 발견했다고 하더라. 많은 사람에게 회사 이름을 알리기보다 고객과 파트너가 좋은 경험을 해서 플랫폼에 남아있게 하라고 강조했다.”

Q : 고객 평점은 안 보는 건가.

A : “품질 지표 중 하나이긴 하다. 그러나 점수에 대한 기준은 고객마다 다르다. 결국 관계가 유지된다는 것은 고객과 파트너 모두 만족한다는 의미다. 우리 핵심 지표는 한 번 쓴 고객의 재사용률이며, 전체 평균은 85%다.”

Q : 미소가 파트너에게 줄 수 있는 것은?

A : “일단 주문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클리너의 이동 거리나 일정에 맞는 일감을 제시할 수 있다. 4시간 청소 외에 2, 3시간 청소도 내놓자 클리너가 오전/오후 일정을 짜기가 훨씬 편해졌다. 정기고객과 오래 가는 클리너에게는 보너스도 지급한다. 청소 뿐 아니라 이사 등 법인 파트너도 마찬가지다. 미소와 함께 하면 홍보와 마케팅, 고객 상담과 각종 결제를 미소가 해 주니 파트너는 본업에만 집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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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서비스 플랫폼 미소는. 그래픽=팩플 정다운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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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는 2016년 한국 O2O(온라인-오프라인 중개) 스타트업으로는 최초로 YC 초기 투자를 받았다. 이후 프리랜서 O2O 스타트업 ‘숨고’가 YC에 선정되는 등, 한국 O2O 기업이 글로벌 VC의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됐다. 이번 YCG 선정은 초기 투자 5년 만에, 미소의 확장성을 다시 인정받은 것.

Q :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좀 아는지.

A : “쿠팡에 대해서는 매우 구체적으로 알고 있더라. 쿠팡·카카오를 보니 한국 시장만 잡아도 기회가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미소는 아시아 확장성도 있다고 평가받았다.”

Q : 홈 서비스 시장이 더 커질까?

A : “우리는 사회 변화를 피부로 느낀다. 고객들은 집 안의 생활에 점점 더 많은 관심과 돈을 들이고, 반면에 낯선 이가 집에 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줄어드는 추세다. 도어락 번호를 알려주고 부재 시 반려동물 산책을 맡기는 이도 많다.”

Q : YCG에 선정되면 좋은 점은?

A : “YCG 선정사는 픽사·트위터 CFO를 역임한 알리 로우가니, 야후의 첫번째 직원이었던 팀 브래디 등에게 경영 멘토링을 받고, 후속 투자도 연결된다. YCG 동기 스타트업과 네트워크도 생긴다.”



대표의 꿈, 구성원의 꿈



YC 대표인 제프 랄스톤(Geoff Ralston)은 미소의 개인 투자자이기도 해서, 평소 미소 경영에 조언을 구하는 사이라고.

Q : 현재 CEO로서 고민이 뭔가?

A : “회사가 커지고 성과가 나오니, 고급 인재가 회사에 합류하고 있다. 나보다 뛰어나고 경력도 대단한 분들과 일하게 되는데, 한편으로는 내가 그분들의 상사다. 이분들과 어떻게 꿈을 합해 일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Q : 보통 대표의 꿈대로 가지 않나?

A : “물론 내가 방향을 설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 꿈’이면 다르지 않나. 스타트업 자체가 꿈 꾸는 거다. 그래서 구성원들에게 많이 강조한다. ‘당신이 세상에 원하는 것을 언제나 이야기 해 달라’고.”

Q : 현실적 동기 부여도 필요할 것 같다.

A :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나눠줬다. 미소가 1조원 가치 유니콘으로 성장하면, 창업멤버를 제외해도 직원 1인당 지분 가치가 27억원 정도다. 후에 직원들이 서울 아파트를 살 정도의 현금을 가져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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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서비스 플랫폼 미소 빅터 칭 창업자. 그래픽=팩플 정다운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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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 대표는 어머니가 한국인으로, 미국 대학 졸업 후 2005년 한국에 와 스포카와 요기요 등을 공동 창업했다. 인터뷰는 막힘 없는 한국어로 이뤄졌다. 미소가 국내법상 ‘직업소개소’라서, 그는 한국 직업상담사 자격증도 땄다고.

Q : 한국어는 원래 잘했나?

A : “한국에서 사업해야 하니 배울 수밖에. 초기에는 회의 때 ‘적자’도 몰랐는데, 단어를 계속 찾아보며 ‘흑자’의 반대말이구나, 하는 식으로 부지런히 공부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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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6월 17일 팩플 뉴스레터로 구독자들에게 발송된 "미소 CEO는 왜 '우리 앱 짧게 쓰세요' 할까?"의 요약 버전입니다. 팩플 뉴스레터 전문을 보고 싶으시면 이메일로 구독 신청하세요. 요즘 핫한 테크기업 소식을 입체적으로 뜯어보는 ‘기사 +α’가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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