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은행들 선긋기에… 가상화폐 거래소 생존경쟁 본격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석달 남은 특금법 유예 ‘발등의 불’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받은 곳 4곳 뿐

종료전 제휴 받지 못하면 ‘폐업 도미노’

은행선 실익보다는 더 큰 리스크 우려

몸 사리면서도 경쟁사 행보 ‘눈치보기’

거래소마다 인터넷·지역은행에 타진

대부분 소극적 태도… 존폐기로에 서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코인 투자자들의 시선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유예 기한 종료에 꽂혀 있다. 특금법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제휴를 받지 못하면 폐업 도미노가 일어날 수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입장에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 하는 상황이지만 앞길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은행들이 중소 거래소와 실명계좌 신규 제휴에 난색을 보이고 있고, 현재 제휴 중인 4대 가상화폐 거래소조차 연장을 장담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구애하는 거래소, 외면하는 은행

20일 가상화폐 거래소와 은행권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 신고에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은행의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확인서가 필요하다. ISMS 인증을 받은 가상화폐 거래소는 20곳이지만, 이 중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받은 거래소는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등 4곳뿐이다.

이들 4대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하는 은행은 NH농협(빗썸·코인원), 케이뱅크(업비트), 신한은행(코빗)뿐이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받지 못한 가상화폐 거래소는 끊임없이 은행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정작 은행권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계륵’처럼 보는 형국이다. 제휴를 맺자니 실익이 크지 않고, 무시하자니 경쟁사의 행보에 신경이 쓰이는 상황이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 실명계좌 제휴를 하지 않은 대형 시중은행들은 앞으로도 가상화폐 거래소와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중은행의 입장에선 가상화폐 거래소와 제휴해 얻는 이득보다 떠안는 리스크가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가상화폐 붐이 한창이었던 올 1분기 실명인증 계좌 제휴를 맺은 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소로부터 받은 수수료는 약 68억원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업비트의 모회사인 두나무의 영업이익은 5440억원, 빗썸코리아의 영업이익은 2225억원으로 나타났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영업이익에 비해 은행이 가져가는 수수료는 ‘새발의 피’인 셈이다.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소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은 은행의 리스크는 매우 크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자금세탁 문제 등에 연루되면 그 여파는 은행에도 엄청날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기존에 실명계좌 제휴 계약을 맺은 은행들도 소극적인 태도로 바뀌었다.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케이뱅크 현재 거래를 하고 있는 거래소 이외에 신규계약은 검토하지 않는다며 몸을 사리고 있다. 이들은 현재 실명계좌 제휴관계인 거래소에 대해서도 ‘가상자산 사업자(가상화폐 거래소) 자금세탁 위험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넷·지역은행의 실명인증 제휴 가능성에 촉각

케이뱅크는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실명계좌를 제휴해 고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재미’를 봤다. 케이뱅크의 4월 말 기준 수신 잔액은 12조1400억원으로 지난해 6월보다 6배 이상 증가했다. 케이뱅크 가입자 수도 같은 기간 135만명에서 537만명으로 급증했다.

심지어 단기간에 예수금이 급격히 늘어나자 케이뱅크의 예대율은 80%에서 44%로 낮아져 대출이자보다 예적금 이자가 더 많이 나가는 ‘역마진’을 우려하는 상황까지 오기도 했다.

케이뱅크의 사례는 생존을 고민하고 있는 지방은행과 인터넷 은행에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케이뱅크처럼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성장하려 해도 실효성 측면에선 여전히 ‘물음표’다.

가상화폐 거래소와 손을 잡으면서 얻는 최대 목적은 케이뱅크와 같이 거래소 수수료보다 이용자 수와 수신 잔액 증가인데, 규모가 작은 중소형 거래소를 붙잡아도 실효성이 작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량이 절반 가까이 급락하는 등 가상화폐 신규 유입 증가세가 꺾인 상황에서, 뒤늦게 뛰어들아봤자 케이뱅크와 같은 실적을 거두기 힘들 거라는 계산이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논리로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은 하나둘씩 가상화폐 거래소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다. BNK부산은행은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와 실명인증 제휴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방은행 중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앞서 실명인증 제휴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의 경우 신규 이용자 확장에 크게 아쉬운 입장이 아니지만, 이용자 확대가 곧 생존공식인 지방은행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가상화폐 업계에서도 예상밖이라는 입장이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실명인증 제휴를 받기 위해 4대 시중은행보다 이해관계가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한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사업을 논의했었다”며 “다른 지방은행도 부산은행을 따라 제휴를 안 한다고 나설지도 몰라 노심초사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인터넷 은행도 지역은행과 비슷한 입장이다.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둔 카카오뱅크나 인가를 받은 토스뱅크 역시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실명인증 제휴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사실상 선을 그었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 제휴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건이나 준비사항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