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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스트롱’ 피아비, 당구여제 김가영 꺾고 LPBA 첫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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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전향 후 두 번째 대회서 챔프

이름 건 당구클럽서 매일 맹훈련

고국 캄보디아에 마스크도 보내

중앙일보

한국에 와 뒤늦게 당구를 시작한 피아비는 프로 전향 뒤 두번째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사진 P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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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롱(strong) 피아비’ 스롱 피아비(31·블루원리조트)가 여자 프로당구(LPBA) 전향 뒤 두 번째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상대는 ‘당구 여제’ 김가영(38·신한금융투자)이었다. 피아비는 20일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린 2021~22시즌 개막전 ‘블루원 리조트 L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김가영에 3-1(7-11, 11-4, 11-10, 11-9) 역전승했다.

피아비는 두께 조절에 실패하며 첫 세트를 김가영에 내줬다. 피아비는 2세트부터 뒤집기에 나섰다. 2세트를 3이닝 만에 11-4로 끝냈다. 2세트에 하이런(한 이닝 연속 최다점) 6점, 에버리지(평균) 3.667을 찍었다. 3세트 김가영이 10-8 세트포인트에서 3연속 공타에 그친 사이에, 피아비는 뱅크샷과 빗겨치기로 11점에 먼저 도달했다. 피아비는 4세트 9-9에서 연속 2득점으로 승리하자 무릎을 꿇고 큐를 번쩍 들어 올렸다.

캄보디아 캄퐁참 출신인 피아비는 아버지의 감자 농사를 돕다가 2010년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왔다. 이듬해 남편 김만식(60) 씨를 따라간 당구장에서 처음 큐를 잡았다. 당구에 재능을 보인 그는 2018년 세계여자3쿠션선수권에서 3위에 올랐다. 인생역전에 성공한 그는 캄보디아에서 ‘피겨퀸’ 김연아급 대접을 받는다.

피아비는 올해 2월 프로로 전향했다. 아마추어 대회에서는 세계 정상급이던 그도 프로 첫 대회에서는 32강에서 탈락했다. 프로당구 규정인 세트제, 뱅크샷 2점제, 서바이벌(예선 4인 1조 방식)에 익숙하지 않아 고전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PQ라운드(128강)와 64강까지는 조 2위로 간신히 통과했다.

16강 토너먼트부터 피아비는 별명처럼 ‘스트롱 피아비’였다. 4강전에서 김세연, 결승전에서 김가영을 연파했다. 김가영은 포켓볼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였고, 2019년 3쿠션으로 전향한 뒤에도 정상에 오른 선수다.

이번 대회가 무관중으로 치러져 남편 김씨는 충북 청주에서 TV로 경기를 시청했다. 김씨는 “지난해 7월 청주에 ‘피아비큐 당구클럽’을 열었다. 아내가 새벽부터 훈련했다. 초반 끌려가다 뒤집는 경우가 많았는데 결승전도 그랬다”며 웃었다. 피아비는 최근 피부 트러블로 고생한다. 마스크를 쓰고 매일 10시간 남짓 훈련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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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비는 마스크 5만장과 구충제 등을 캄보디아에 보냈다. [사진 리코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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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비는 우승 직후 “남편이 가장 기뻐할 것 같다. 집에 돌아가면 남편이 삼계탕을 끓여준다고 했다. 제주에 놀러 가기로 했다”며 웃었다. 우승 상금 2000만원을 받은 피아비는 “캄보디아의 부모님과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쓰겠다. 나보다 남을 챙기는 게 인생에서 최고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아비의 청주 집에는 ‘나는 이들을 위해 살 것이다’라는 한글 문구와 캄보디아 아이들 사진이 걸려있다. 피아비는 두 달 전에도 마스크 5만장과 구충제 2000알, 학용품 등을 사 캄보디아에 보냈다. 이들 물품은 피아비 아버지가 직접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 나눠줬다고 한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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