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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메이저 첫 우승 해냈다, 여자골프 박민지 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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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오픈 1위로 시즌 5승째

박현경과 17번 홀까지 공동선두

18번 홀 버디-보기로 승부 갈려

2007년 9승 신지애 넘어설 수도

중앙일보

박현경과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펼친 우승자 박민지가 트로피에 입맞추고 있다. [사진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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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지(23)가 20일 충북 음성의 레인보우 힐스 골프장에서 끝난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DB그룹 한국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 2언더파를 쳐 합계 17언더파로 우승했다. 치열하게 경쟁했던 박현경(21)을 2타 차로 따돌렸다. 박민지의 메이저대회 첫 우승이다. 박민지는 올해 9개 대회에서 5승을 거두면서 KLPGA 투어의 새로운 ‘지존’으로 올라섰다.

‘듀얼 인 더 선’(duel in the sun, 백주의 대결). 1977년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의 턴베리 골프장에서 열린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당대 최고 골퍼 잭 니클러스와 톰 왓슨이 벌인 대혈투다. 골프 라이터들이 붙인 별칭이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에서 그 태양만큼 뜨겁게 펼쳐진 명승부로, 남자 골프의 전설적인 경기다. 당시 왓슨이 12언더파, 니클러스가 11언더파로 한 타 차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2위 니클러스와 3위 선수의 타수 차가 9타가 될 정도로, 두 선수는 압도적인 경기를 했다.

박민지와 박현경도 그랬다. 두 선수는 끝까지 명승부를 펼쳤다. 2위 박현경과 3위 이정민의 타수 차이는 8타였다. 코스는 매우 어려웠다. 레인보우 힐스는 오르막 내리막이 많고 페어웨이도 거의 평지가 아니다. 그린도 경사가 심하다. 연습라운드 직후 선수들은 “다리도 아프지만 집중하지 않으면 쉽게 더블보기가 나올 함정 투성이어서 머리도 아프다”고 푸념했다. 김재열 해설위원은 “1라운드 끝나고 선수들이 집에 가고 싶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14명이 기권했다. 기권을 빼고도 2라운드까지 10오버파 이상 친 선수가 19명이었다. 컷 라인은 6오버파였다.

박민지와 박현경만은 다른 코스에서 경기하는 것 같았다. 박민지가 첫날 1, 2번 홀에서 보기를 할 때만 해도 ‘이번 대회는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4언더파 공동 선두로 1라운드를 마쳤다. 박현경은 첫날 3언더파였고, 둘째 날 4타를 줄였다. 박민지와 박현경은 2라운드에서 합계 7언더파 공동 선두에 올랐다. 3라운드에서 박민지는 8언더파를 쳤고, 박현경은 이에 질세라 7언더파를 쳤다.

박민지와 박현경은 국가대표를 함께 했다. 2016년 멕시코에서 열린 월드 아마추어 팀 챔피언십에서 최혜진과 함께 우승을 합작했다. 올해 들어 이번 대회 전까지 박민지가 4승으로 발군의 활약을 펼쳤지만, 박현경은 메이저대회인 KLPGA 선수권에서 우승했다. 13일 끝난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에서도 둘은 우승을 다퉜다. 박민지가 18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핀 2m 거리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아 한 타 차로 이겼다.

20일 최종라운드. 핀 위치는 어려웠고 입술이 바짝 마르는 메이저대회의 압박감이 심했다. 전날 같은 버디 쇼는 없었다. 박민지는 초반 보기 2개를 했다가 6~8번 홀 3연속 버디로 만회했다. 8번 홀에서 박민지는 7.2m 버디 퍼트를 넣었지만, 박현경은 3.2m 버디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박현경은 가공할 박민지의 기세에도 눌리지 않았다. 박현경은 11번 홀에서 기어이 버디를 잡아 쫓아갔다.

지난주와 똑같이 17번 홀까지 동타였다. 마지막 홀.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듯 박현경의 티샷이 왼쪽으로 휘었다. 레이업을 해야 했다. 박민지는 여유가 있었다. 그린 중앙을 보고 쏘면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박민지는 물 바로 앞 핀을 공격해 1m에 붙였다. 박민지는 “마지막 샷은 약간 실수였다. 핀을 보고 쳤다면 물에 빠졌을 것”이라고 했다. 박현경은 눈물을 글썽였다.

2016년에는 박성현이 펄펄 날았다. 첫 3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9개 대회가 끝났을 때 4승이었다. KLPGA 투어에서 지존으로 통했던 신지애가 최고 성적을 낸 해는 2007년이다. 그 해 18개 대회에서 9승을 했다. 첫 9개 대회에서는 5승이었다. 박민지도 올해 9개 대회에서 5승이다. 올해는 2007년보다 대회가 많다. 이런 기세라면 박민지는 10승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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