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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겸의 일본in]확진자 쏟아지는데 긴급사태 해제한 스가…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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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도쿄올림픽 유관중 개최 위해 상한선 올려

②계속된 긴급사태 연장에 국민 피로감 커져

③올림픽 개최→백신 접종→총선승리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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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을 한 달가량 앞둔 일본이 긴급사태를 서둘러 해제하기로 했다(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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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이 코로나19 긴급사태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비판이 거세다. “너무 성급하다”, “올림픽 때문이다”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긴급사태를 해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결정은 일본 정부가 제안하고 전문가 집단이 동의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오는 21일부터 도쿄와 오사카, 홋카이도 등 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긴급사태를 해제하는 대신 코로나가 확산하지 않도록 방역조치를 취하겠다는 정부 안을 정부에 코로나19 관련 대응을 조언해온 전문가 집단이 수용한 것이다.

일본 내에서는 도쿄에서만 하루 1000명 넘게 확진자가 나오는 시국에 긴급사태를 해제하는 의도가 대체 뭐냐는 불만이 나온다.

오미 시게루 분과회 회장이 “올림픽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을 정부 측에 확인하고 승인했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일본에선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경제 저널리스트이자 저술가인 이소야마 토모유키는 18일 일본 겐다이비즈니스에 스가 총리가 긴급사태를 단계적으로 해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집중 조명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싶은 전략적 판단도, 아무도 지키지 않는 긴급사태 방역수칙을 더 끌고 가봐야 소용이 없다는 불가피한 측면이 모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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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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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지적되는 건 도쿄올림픽을 유관중으로 개최하겠다는 스가 총리의 의지다. 스가 총리는 최근 대규모 행사에서의 관중 상한선을 기존 5000명에서 1만명으로 두 배 늘렸다. 긴급사태보다 한 단계 낮은 중점조치가 적용되는 지역에서 허용되는 관중을 5000명에서 1만명을 상한으로 정하면서다. 지난 13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한 지지를 얻은 데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감염 확산 우려에도 유관중을 고집하는 배경에는 안 그래도 올림픽이 코로나19로 1년 연기돼 경제적 손실이 큰 상황이라 티켓값이라도 벌어야 한다는 판단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쿄올림픽에 관중을 받지 않을 때 예상되는 손실이 약 8억달러(약 9056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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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사태가 발령 중인 지난 17일 도쿄 신주쿠의 술집에서 시민들이 술을 마시는 모습. 술 판매를 자제해달라는 지자체 요청에도 아랑곳없는 모습이다(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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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긴급사태 연장에 국민들이 무뎌졌다는 점도 조기 해제 이유로 지적된다. 3차 긴급사태가 발령된 지난달, 황금연휴 기간 동안 도쿄 인근의 관광지에선 작년보다 4.7배 많은 인파가 몰렸다. 긴급사태가 적용되는 지역에는 음식점 영업을 밤 8시까지로 제한하고 술 판매를 자제해달라 요청했지만 소용없었다.

거리로 몰려나온 시민들은 야외에서 술판을 벌였다. 영업이 끝난 이후에는 상점의 불을 꺼 빠른 귀가를 돕자는 지자체 호소도 21세기판 등화관제냐는 비웃음만 샀다. 이소야마는 “국민이 정부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누구도 정부 말을 듣지 않는 사태에 직면했다”며 “긴급사태를 연장해도 (방역) 효과를 기대하지 못 해 정부도, 지자체도 손 쓸 도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불신은 스가 총리가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실효성 있는 방역 지침을 마련해 전면에 나서서 국민을 설득하기는커녕 “전문가 판단에 따르겠다”며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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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총리와 오미 시게루 분과회 회장(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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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팬데믹 사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과학적 전문성이 정치적 행동보다 앞서야 하는 건 맞다. 다큐멘터리 <토탈리 언더 컨트롤(Totally Under Control)>에서는 그 순서가 뒤바뀐 탓에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이 어떻게 코로나19 초기 대처에 실패했는지를 조명한 바 있다. 한국이 방역에 성공한 이유에 대해서도 다큐는 “정치인들은 대응에서 한 발 물러서고 전문가들의 손에 맡겼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문제는 스가 총리가 “전문가들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달 초 일본 최고 감염병 전문가인 오미 회장이 작심하고 도쿄올림픽에 쓴소리를 쏟아내자 스가 총리는 발끈했다. 측근들에게 “오미 회장이 입을 닥치게 해야 한다”, “전문가가 아니라 자기가 총리인 줄로 착각한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치 코로나19 대책을 둘러싸고 미국에서 사사건건 부딪쳐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의 관계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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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부딪쳤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 파우치 소장(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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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야마는 기고에서 스가 총리에게 묻는다. 시작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올림픽이었지만 “역시 올림픽을 여니까 좋다”는 여론 반전을 기대하는 것이냐고. 도쿄올림픽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 정부를 향한 불신이 사라져 내각 지지율도 오를 것이고, 우호적인 여론 속에서 총선을 실시할 전략 아니냐는 질문이다.

일본 국민들을 향한 그의 질문은 이렇다. “‘결과만 내면 불만이 없겠지’ 하는 듯한 스가의 자세, 국민들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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