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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인 사퇴·X파일 논란…등판도 안했는데 윤석열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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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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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링 위에 오르기도 전에 악재가 쏟아지며 흔들리고 있다. 메시지 혼선으로 ‘비대면 전언정치’의 한계를 노출하면서 대변인이 갑자기 사퇴한데다 보수진영 내부에서 ‘검증 논란’까지 불거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첫 영입인사인 이동훈 대변인은 20일 오전 기자들에게 “일신상의 이유로 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논설위원인 그가 지난 10일 ‘윤석열 대변인’으로 내정된 지 열흘 만에 사퇴한 것이다. 윤 전 총장 쪽 이상록 대변인은 “이 대변인은 19일 건강 등의 사유로 대변인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 등을 둘러싼 두 사람의 인식 차에 따른 내분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윤 전 총장 쪽 관계자는 20일 <한겨레>에 “이 대변인의 발언들이 윤 전 총장의 평소 생각과 너무 달랐다. 이 대변인이 윤 전 총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동훈 대변인이 지난 18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당연한 사실로 규정한 데 불만을 느낀 윤 전 총장이 <중앙일보> 등과 인터뷰를 통해 “지금 국민의힘 입당을 거론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예의가 아니다”라며 선을 긋는 방식으로 직접 수습한 뒤 이 대변인을 경질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대중과 직접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 메시지만 전달해온 ‘윤석열식 비대면 전언정치’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자신의 발언을 손대지 말고 그대로 전달하라는 윤 전 총장의 요구와 정무참모로서의 역할도 함께 하겠다는 이동훈 대변인의 판단이 충돌하며 대선 캠프가 공식 출범도 하기 전에 대변인 사퇴로 이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영남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은 전언을 통하는 ‘간보기 정치’에서 탈피해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최재형 감사원장 등 다른 대안까지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입’으로 존재를 증명해내지 못하면 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진영 내부에선 윤 전 총장을 둘러싼 검증 논란까지 불거졌다. 보수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얼마 전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처, 장모의 의혹이 정리된 일부의 문서화된 파일을 입수했다. 윤 전 총장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이런 의혹을 받는 분이 국민의 선택을 받는 일은 무척 힘들겠구나’라고 고심 끝에 결론을 내렸다”며 “윤 전 총장이 높은 지지율에 취해 있는 현재의 준비와 대응 수준을 보면, ‘방어는 어렵겠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장 소장이 입수했다는 윤석열 파일은 윤 전 총장과 관련한 각종 의혹이 정리된 문건이라고 한다.

이른바 ‘윤석열 엑스파일’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처음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 적은 없다. 그런 상황에서 보수 논객이 윤 전 총장이 검증의 벽을 넘을 수 없다고 밝힌 건 치명적이다. 김무성 의원실 보좌관 출신으로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비전전략실에서 일한 장 소장의 발언은 야권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당장 국민의힘에서는 “아군 진영에서 수류탄이 터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엑스파일을) 단순히 ‘봤다’가 아니라 ‘방어하기 힘들겠다’, ‘윤석열은 끝났다’라는 의미로 ‘윤석열로는 어렵다’는 주장이 장 소장의 의도”라며 “엑스파일을 어떤 경로로 입수했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을 끌어내리기 위한 음습한 정치공작의 냄새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야권의 일부 인사들이 민주당과 내통해 세작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장 소장을 비난했다. 이날 서울 강남역에서 열린 청년들과의 자유토론 행사를 마친 이준석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가 윤 전 총장을 탄압하기 위해 그렇게 노력을 많이 했는데, 만약 엑스파일 문서가 돌아다닐 만한 잘못이 있었다면 작년에 (문재인 정부가) 윤 전 총장을 압박했을 것”이라며 “진실이 아닌 내용이나 큰 의미 없는 내용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장 소장은 논란이 커지자 해당 글을 일단 삭제했다. 그러나 장 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권교체를 반드시 해야 되는데 지금 전력으로 윤 전 총장이 네거티브 방어가 되겠냐는 걱정에 올린 것”이라며 “내용은 윤 전 총장 본인 외에는 절대 밝히지 않을 계획이다. 연락이 오면 윤 전 총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 전 총장 쪽 이상록 대변인은 이날 밤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엑스파일의 실체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번 건에는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며 “대권 도전 선언 시기는 애초 계획했던 6월 말 7월 초로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야권 내부에선 ‘검증의 시간’이 본격화한 만큼 윤 전 총장이 ‘비대면 정치’의 실패를 인정하고 전면에 나서 직접 난관을 뚫고 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 한 3선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선 출마를 위해 당연히 받아야 할 검증이 드디어 시작됐다”며 “측근의 입에만 의존하는 정치는 실패한 것을 인정하고, 본인이 직접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도 “지금 주변에 있는 사람들로는 방어가 어렵다는 점이 어느 정도 드러난 것”이라며 “타격을 최소화하려면 하루빨리 당에 들어와 당 차원의 조직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나래 배지현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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