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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란 대선 ‘강경 보수파’ 라이시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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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저 투표율… 61.9% 압도적 득표

美 “불공정 선거”… 이스라엘 “도살자” 비난

빈서 재개 ‘핵합의 복원협상’ 변수될 듯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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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지난 18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과 사법부 수장 출신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61·사진)가 당선됐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유력 후계자로 꼽히는 ‘강경 보수파’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본격화한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의 향방이 주목된다.

이란 내무부는 19일 라이시가 1792만여표(약 61.9%)를 얻어 혁명수비대 출신 모센 레자에이(11.8%), 개혁파 압돌나세르 헴마티(8.4%)에 크게 앞섰다고 밝혔다. 이란 관영언론에 따르면 라이시는 성명에서 “열심히 일하고 혁명적인 반부패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며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강화하고, 모든 나라를 위한 지도자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최종 투표율은 48.8%로 집계돼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대선 투표율 중 가장 낮았다. 코로나19의 영향 말고도 젊은층 중심으로 전개된 투표 거부운동이 확산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대선후보 선정 과정에서 유력한 중도·개혁파 인사가 제외돼 승부의 추가 일찌감치 라이시 쪽으로 기울며 이란 안팎에선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설계한 선거라는 뒷말이 나왔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란인들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뽑을 권리를 거부당했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1960년생인 라이시는 10대 시절 정규 교육을 그만두고 중부의 유서 깊은 종교도시 콤의 신학교에 입학, 하메네이 밑에서 수학했다. 1981년 검사 생활을 시작해 1985년 테헤란 검찰청 차장검사에 올랐다. 2019년에는 삼부요인 중 하나인 사법부 수장이 됐고, 최고지도자 후임 결정권이 있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 부의장이기도 하다. 그는 1988년 5000명 넘는 정치범에게 사형을 언도한 ‘4인의 재판관’ 중 1명으로 알려졌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그를 ‘테헤란의 도살자’라고 부르며 “이란 정권의 핵 야욕과 글로벌 테러에 전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의 당선은 2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재개된 핵합의 복원 협상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핵합의 복원을 통한 경제제재 해제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속내라며 오는 8월 라이시 취임식까지 6주간이 협상 타결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서방 세계에 굴복했다는 비난은 온건파인 현 하산 로하니 대통령에게 전가하고, 핵합의 복원의 과실(제재 해제)은 차기 강경파 정부가 챙길 수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번 대선 결과가 협상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도 ‘간접 대화’ 방식의 협상은 라이시 취임 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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