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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24시간 화재진압 후 달려왔다… “대장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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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마루공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 빈소에 소방령 추서 임명장이 놓여있다. 경기도는 이천시 쿠팡 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광주소방서 김동식 구조대장의 영결식을 21일 오전 9시 30분 광주시민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葬)으로 거행한다고 20일 밝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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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현장에서 실종됐던 김동식(53) 구조대장이 지난 19일 오전 11시쯤 숨진 채로 발견됐다. 실종 48시간 만이다. 불이 시작된 건물 지하 2층에 후배 소방관 4명과 함께 진입했던 그는 긴급 대피 지시가 내린 뒤 맨 뒤에서 팀원들을 챙기면서 통로를 되짚어 나오던 중 실종됐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그의 유해는 물류센터 지하 2층 입구에서 직선으로 50m가량 떨어진 지점에 있었다.

그의 빈소는 하남시 마루공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19일 오후 6시 40분쯤 장례식장에 도착한 김 대장의 노모는 아들 영정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너 없는 세상 어떻게 살아가라고… 남 살리다가 죽으면 누구 손해야”라며 대성통곡했다. 김 대장 아내도 시어머니를 부축하다 순간 북받치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털썩 주저앉았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부둥켜안은 채 오열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김 대장의 아들은 고개를 돌려 눈물을 삼켰다.

동료 소방관들은 평소처럼 교대 근무를 하다 빈소를 찾아왔다. 김 대장의 사망에도 일을 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일 낮 12시쯤 광주소방서 구조대 3팀 대원 6명이 장례식장에 들어섰다. 19일 오전 9시부터 20일 오전 9시까지 24시간 근무를 한 후 잠시 눈을 붙이고 빈소로 달려온 것이다. 함재철 3팀장은 유족들에게 “진작 와야 했는데 늦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눈시울이 붉어져 있는 김 대장 아내는 “이해한다. 괜찮다”고 했다.

현재 구조대는 김 대장과 함께 출동했던 1팀을 뺀 채 2·3팀이 교대로 근무 중이다. 소방 당국은 김 대장 사망으로 1팀 대원들이 큰 충격에 빠지자 근무에서 제외했다. 나머지 두 팀이 이들 몫까지 24시간씩 교대로 근무하며 현장을 지키고 있다. 전날 오후 4시쯤에도 다른 지역에서 불이 나 상황실에서 “화재 발생”이라는 방송이 나오자 3팀 대원들은 소방차를 탔다. 지난 19일 오후 빈소를 찾은 김영달 2팀장은 “지금은 근무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슬픔을 마음에 묻어둘 뿐이다. 그것이 대장의 뜻”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 17일 발생한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는 현재까지도 진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소방 당국은 화재를 완전히 진압하는 데 최소 이틀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경찰은 전기 문제로 화재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물류센터 내 CCTV 영상에 지하 2층 물품 창고 안 진열대 선반 위쪽에 설치된 콘센트에서 불꽃이 튀는 장면이 잡혔다고 한다. 김 대장의 영결식은 21일 오전 9시 광주시민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으로 열린다. 김 대장은 1계급 특진과 함께 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조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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