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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대변인 나가고 "아군선 X파일 수류탄 터져"…윤석열 두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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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변인 사퇴’와 ‘X파일 논란’이란 두 가지 돌발 악재를 만났다. 27일께 대선 출마 선언이 유력한 윤 전 총장이 본격적인 정치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尹과 안 맞았나’ 묻자 “해석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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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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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총장의 입장을 전달해 온 이동훈 전 대변인은 20일 오전 SNS ‘공보 채팅방’을 통해 “일신상의 이유로 직을 내려놓는다”며 자진사퇴했다. 지난 14일 공식 업무를 개시한 지 6일 만이다.

이상록 대변인은 추가 설명을 통해 “윤 전 총장은 18일 저녁 두 대변인을 만나 ‘앞으로 국민 앞에 더 겸허하게 잘하자’면서 격려했다”며 “하지만 이 전 대변인이 19일 오후 건강 등의 사유로 더이상 대변인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히자 윤 전 총장은 아쉬운 마음으로 이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이동훈 전 대변인의 사퇴는 1차적으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두고 빚은 ‘메시지 혼선’ 문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의 조기 입당설은 그와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전언으로 확산됐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측근 전언을 통해 “조기 입당설은 억측”(7일 이철우), “모든 선택은 열려있다”(14일 이동훈), “내 갈 길만 가겠다”(17일 이동훈)며 일관된 기조로 반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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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이동훈 대변인이 20일 전격 물러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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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동훈 전 대변인은 18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은 당연한 거로 받아들여도 되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네, 그러셔도 될 것 같다”며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기정사실로 못 박았다. 그간 윤 전 총장의 입장과는 정반대의 발언이었다. 그러자 윤 전 총장은 같은 날 중앙일보 등과의 통화를 통해 “지금 국민의힘 입당을 거론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ㆍ예의가 아니다”며 대변인의 발언을 직접 주워 담았다.

당 대변인 출신의 한 국회의원은 “결과적으로 대변인의 발언을 기사화하면 ‘오보’가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윤 전 총장의 직접 대응이 대변인의 위상을 격하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측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인사는 “이동훈 전 대변인을 비롯한 ‘조기 입당파’가 윤 전 총장 캠프의 내부 파워게임에서 밀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검사 출신인 윤 전 총장과 정치부 기자 출신인 이 전 대변인의 성향이 맞지 않은 것이란 분석도 있다. 조선일보 논설위원 출신인 이 전 대변인이 윤 전 총장의 발언을 정치적으로 ‘가공’해 전달하는 것을 법률가 출신인 윤 전 총장이 마뜩잖아 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서초동’과 ‘여의도’의 문법이 충돌했다는 지적이다. 이 전 대변인은 사퇴 후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과 안 맞는 부분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해석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야권 인사는 “윤 전 총장이 그동안 본인의 직접 발언 보단 주변 측근들의 입을 빌려 메시지를 전하는 ‘전언 정치’를 해왔는데, 이제 그게 서서히 한계에 부닥치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메시지 전달에 관여하는 인사들이 많아지면 아무래도 내용이 꼬일 수 밖에 없단 것이다.



X파일 논란 “아군서 수류탄 터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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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 겸 이회영기념관 개장식에 참석하며 퇴임 후 첫 공식 행보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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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전 대변인의 사퇴와 더불어 윤 전 총장 가족과 관련한 ‘X파일’ 논란도 재점화 됐다. 앞서 X파일 논란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5일 “윤석열의 수많은 사건에 대한 파일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촉발됐다.

야권 인사로 분류되는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얼마 전 윤석열 전 총장과 처, 장모의 의혹이 정리된 일부의 문서화된 파일을 입수했다”며 “윤 전 총장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이런 의혹을 받는 분이 국민의 선택을 받는 일은 무척 힘들겠구나라는 게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썼다. 현재 이 글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야권에서 불거진 X파일 논란에 대해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아군에서 수류탄이 터진 것”이라며 “송 대표의 주장에는 아무런 대꾸도 없던 윤석열이었지만 장 소장의 폭로엔 대답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썼다. 이어 그는 “X파일을 생산하고 언급한 송영길 대표는 자신이 갖고 있는 파일을 공개해야 한다”며 “차라리 민주당이 원하는 검증을 제대로 하고 시작하는 것이 맞다. 허위 공작이면 당연히 교도소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송영길 대표의 발언으로 시작된 정치공작이 야권 내부로까지 침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우리의 대선 후보들을 힘을 합쳐 보호해야 할 때이다. 시작도 하지 않고 유력 대권 후보를 넘어뜨릴 궁리부터 하는 것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썼다.

민주당은 야권 인사들의 자중지란을 반기면서도 혹시 x파일의 불똥이 송 대표로 튈 가능성은 경계하는 눈치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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