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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최태원 회장이 극찬한 '딥체인지' 우등생 SKC..성공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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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탈정(脫井)' 선언후 4년만에 환골탈태 수준 딥 체인지 완성

전체 자산 30% 넘는 KCFT 인수 결정..미래 성장동력 장착

“달라진 SKC,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2단계 BM 혁신 추진”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이 외부 강연이나 재계 지인들을 만나면 ‘딥 체인지’(Deep change, 근본적 변화)의 모범사례로 빼놓지 않고 언급하는 계열사가 SKC다. 딥 체인지는 최 회장의 경영철학으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기존 사업이나 제품, 전략을 부분적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통째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탈탄소 규제 강화로 ESG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최 회장은 모든 계열사에 딥 체인지를 요구하고 있다.

최 회장이 SKC를 우등생으로 꼽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2017년 ‘우물에서 벗어난다’는 ‘탈정(脫井)’을 선언한지 4년 만에 모빌리티·반도체·친환경 분야 중심으로 환골탈태 수준의 딥 체인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SKC는 과거 국내 최초로 폴리에스터(PET)필름을 개발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비디오 테이프 제조사업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뒀다. 그동안 생산한 비디오테이프는 1억개가 넘었고 필름 길이를 모두 더하면 지구를 약 3000번 돌 정도였다. 2000년대에 접어들며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비디오테이프 사업은 쇠퇴했다. 결국 SKC는 2005년 미디어사업에서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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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국내 최초로 PET필름 개발에 성공했던 SKC의 수원 PET필름 생산 공장. (사진=SKC)


이후 SKC는 디스플레이용 PET필름 중심의 필름 사업, 프로필렌옥사이드(PO) 및 프로필렌글리콜(PG)을 생산하는 화학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꿨다. 당시만 하더라도 PO는 SKC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었고 화학사업은 SKC의 주력사업으로 성장했다. 2010년대 중반 SKC의 영업이익 중 화학사업 비중은 70~80%에 달했다. 그러던 2014년 국내 정유사가 PO사업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위협을 받게 되자 SKC가 내린 결론은 주요 사업 포트폴리오를 통째로 변화시키는 것, 즉 기존 사업구조의 틀을 깨는 것이었다.

SKC는 2019년부터 BM(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본격화했다. 그해 6월 당시 자산의 30%가 넘는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2차전지 핵심소재 제조사 KCFT(현 SK넥실리스)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8월에는 기존 실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화학사업을 물적분할해 글로벌 합작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12월에는 글로벌 1위 PI 제조사 SKC코오롱PI 지분 매각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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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C솔믹스의 CMP패드 품질검사 모습. (사진=S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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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천연 화장품원료 국내 1위 SK바이오랜드 지분 매각을 선언했다. SKC는 SKC코오롱PI와 SK바이오랜드 지분 매각을 통해 1조원이 넘는 투자 여력을 확보했다. 같은 해 반도체 공정용 부품 전문 자회사 SKC솔믹스를 100% 자회사로 전환하고 SKC 내의 반도체 관련 사업을 통합하며 반도체 소재사업 성장 발판도 마련했다.

2차 전지소재인 동박을 제조하는 KCFT 인수는 ‘신의 한수’로 평가받는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로 동박 시장 역시 급속히 팽창하고 있어서다. SK넥실리스는 특히 세계 최초로 세계에서 가장 얇은 4㎛ 두께의 전지박을 1.4m의 광폭으로 세계 최장인 30km 길이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같은 기술력은 후발주자인 중국 업체보다 4~5년 이상을 앞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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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넥실리스 정읍 동박 공장. (사진=SK넥실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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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C는 동박사업을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인수 후 정읍5공장, 정읍6공장에 대한 연이은 투자를 결정했으며 올해 1월에는 해외 첫 생산기지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진출을 결정했고 5월에는 유럽 진출을 선언했다. 조만간 미국 진출도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능력도 급격하게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초 3만4000t이었던 생산능력은 올해 4만3000t에서 2024년에는 15만2000t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이어 2025년까지 20만t 이상, 최대 25만t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해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SKC의 재무상황도 2016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졌다. 적자였던 필름사업부문과 해외 법인은 흑자로 돌아섰다. 자산은 3조5297억원에서 올해 1분기 5조4532억원으로 늘었고 영업이익도 올해 1분기 818억원을 기록하며 2012년 국제회계기준 도입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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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넥실리스가 생산 중인 2차전지용 동박. (사진=SK넥실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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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주총에서 ‘그린 모빌리티 소재·부품 전문회사’로 기업 정체성을 바꾸겠다고 선언한 SKC는 앞으로 탈정을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SKC 관계자는 “동박사업 국내외 증설을 통해 글로벌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고 신규 그린 모빌리티 소재 비즈니스에 진출하기 위한 탐색을 지속할 계획”이라며 “반도체 사업은 CMP(반도체 웨이퍼 식각용)패드, 블랭크마스크, 세정 등 핵심역량을 가진 사업 중심으로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ESG 중심의 비즈니스모델 업그레이드 차원에서 온실가스 및 플라스틱 넷 제로(Net Zero)라는 장기 목표도 세웠다”며 “스마트 윈도우필름 등 탄소배출 저감 소재사업을 확장하고 신규 사업장은 RE100을 기본으로 이행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한편 생분해 소재 사업과 재활용 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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