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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제재한 강경파, 이란 대통령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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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이란핵합의 복원에는 일단 긍정적, 이스라엘은 경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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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당선인/사진=AFP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초강경 보수파 성직자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가 압승을 거두며 당선을 확정했다. 이란과 서방이 핵합의 복원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이란에서 보수파 목소리가 커지면서 서방에 대한 적대적 태도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라이시 당선인은 하루 전 치러진 대선에서 득표율 약 62%(약 1790만표)을 기록, 압도적 승리를 거머쥐었다. 유일한 개혁·온건파 후보인 압돌나세르 헴마티는 8.5%(약 240만표) 득표율을 얻으며 3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라이시 당선인의 공식 취임은 오는 8월 중순이며 임기는 4년이다.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대선 최종 투표율은 48.8%로 역대 가장 낮았다. 정치적 무관심이 커진 가운데 헌법수호위원회가 개혁·온건파들의 출마를 잇따라 무산시키면서 투표 거부 운동까지 일었다. 미국 국무부는 이를 두고 "이란 국민들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과정에서 지도자를 뽑을 권리를 거부당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번 대선 결과는 개혁·온건파에 대한 이란 유권자들의 관심이 시들해졌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분석된다. 2013년 대선 당시 온건파 하산 로하니 현 대통령은 1800만표를 얻어 당선됐고 라이시와 맞붙었던 2017년에는 2350만표로 연임을 확정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수파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뒤 대이란 제재에 나서면서 경제난이 심화, 개혁파의 책임론이 커지고 핵합의에 비판적이던 보수파에 힘이 실린 탓이다. 지난해 이란 총선에서도 전체 241석 중 반미 강경파가 191석을 휩쓸기도 했다.


새 이란 대통령 라이시는 누구?

라이시 당선인 역시 반미를 내세우는 대표적인 초강경 보수파 인물이다. 지난 2년 동안 사법부 수장을 맡아 온 그는 절대 권력을 가진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최측근으로 유력한 후계자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최고지도자 선출권을 가지고 있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 부의장도 맡고 있다. 2019년에는 이란 고위 공직자들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의 경제 제재 대상에 올랐다.

외신은 이번 대선 결과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란 핵합의' 복원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이란에서는 최고지도자가 절대 권력을 갖지만 국민 선거로 뽑히는 대통령이 경제나 외교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라이시 당선인은 핵합의 복원을 지지한다는 공언했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라이시 당선인이 제재 해제 보장이라는 조건을 내세우면서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협상이 탈선에 이르지는 않으리라는 관측이 많다.

서방은 로하니 대통령의 임기가 지속되는 8월 안에 이란 핵합의 복원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EEAS)는 19일 중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영국, 이란 등 핵합의 참가국들이 2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공식회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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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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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시 당선으로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될지도 주목된다. 라이시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강력한 정부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강경한 대외 기조를 공약해왔다. 특히 중동 지역 최대 적성국 이스라엘, 수니파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강대강 대립이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강경파 새 정부가 출범한 이스라엘은 라이시 당선에 즉각 경계심을 내비쳤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19일 트위터를 통해 "'테헤란의 도살자'로 알려진 이란의 새 대통령은 이란인 수천 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극단주의자"라면서 "그는 이란 정권의 핵 야심과 글로벌 테러 캠페인에 전념한다"고 적었다. 라이시 당선인이 1988년 수천명의 반체재 인사 숙청과 2009년 반정부 시위 유혈 진압을 주도한 점을 거론한 것이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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