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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신약개발 레이더] 변이 바이러스, 차세대 백신 플랫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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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할 코로나 변이 2개월 단위 발생하고 있어

변이, 면역 회피능 25% 전파력 50% 이상 증가

백신 접종 후 변이, 백신 저항력 높을 우려

변이 바이러스 한번에 잡는 '다가 백신' 필요

이데일리

김태억 리드컴파스 인베스트먼트(VC) 대표(사진)가 국내외 주요 신약개발 동향을 한달에 한번 전한다. 주목해야 하는 신약개발 기술과 회사, 효과 등을 톺아본다. 특히 제약 바이오 투자자의 관점에서 그런 흐름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짚는다. 김 대표는 기술경제학 박사(영국 리즈대학)로 ‘신약 후보물질 감별사’로 통한다. 2015년부터 지난 4월까지 K바이오의 해외 기술수출을 지원하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본부장)에 몸담았다. 그 기간 700여개로 추정되는 국내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정부 지원을 받은 600개의 가치를 모두 평가했다. 국내 신약 후보물질의 현황과 수준, 해외 신약개발 동향 등을 꿰뚫고 있다는 평이다.

[김태억 리드컴파스 인베스트먼트(VC) 대표] 미국은 하루 확진자가 정점을 기록한 1월 21일 30만명이었다. 하지만 백신 2차 접종완료 비율이 전체 인구의 42%를 넘은 6월 9일 하루 확진자가 2만2000명으로 줄었다.(글로벌 통계웹 아워월드인데이터 OWD. 6월 11일). 또 미국의 2차 접종 완료 후 7일 이내 돌파감염 비율은 0.01%(미국 질병통제국 CDC, 4월 26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19일 하루 확진자 발생건 수가 1만1216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스라엘은 6월 5일 기준 신규 확진자가 16명으로 급감했다.(OWD. 6월 10일). 메신저 리보핵산(mRNA) 계열의 백신접종 완료율이 56.8%을 기록한 시점이다. 이스라엘은 현재까지 돌파감염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카타르의 경우 인구 280만명 중 46%인 120만명이 mRNA 백신을 접종완료했다. 접종자 중 2%에게서 돌파감염이 확인됐다(뉴잉글랜드의학저널 NEJM, 5월 5일) 이탈리아의 경우 2차 접종 완료 후 7일만에 돌파감염 사례는 0.06%로 나타났다.

한국은 12월 26일 하루 확진자가 103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백신 접종율 4.5%를 달성한 6월 9일 기준 신규 확진자수는 611건(OWD. 6월 13일)이다. 이 중에서 돌파감염이 발생한 건수는 모두 9건으로 비율은 0.001%이다.

브라질은 접종완료율 11.1%을 기록한 6월 9일 8만5738건 발생해서 백신 도입 이전 정점을 찍었던 2020년 7월 29일의 7만896명 대비 약 1만건 이상이 증가했다(OWD. 6월 13일). 브라질에서 주로 사용된 백신은 중국에서 개발한 시노백이다. 백신접종이 본격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감염자수가 폭증한 이유를 혹자는 중국산 백신의 낮은 효능 때문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2020년 6월 기준 브라질 전체인구의 60%가 코로나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브라질은 2021년 초반에 이미 자연적인 집단면역 상태에 도달했었다. 하지만 면역회피능이 높은 P.1 변이(브라질 감마변이)가 확산되면서 대규모 재감염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자연면역 수준으로는 감마 변이로 인한 돌파감염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대규모로 확인된 것이다.

영국은 2021년 1월 8일 하루 7만명의 확진자 발생했다가 2021년 5월 1649명으로 줄어든 뒤에 다시 6월 13일 7319명으로 늘어났다. 2021년 1월 3일 백신접종을 시작해서 6월 11일 현재 전체 국민의 44.7%가 2차 접종을 완료했고 78%가 1차 접종을 완료했다.(OWD. 6월 13일) 하지만 지난 한 달 사이에 5배 정도 확진자가 폭증했다. 물론 대부분의 신규 확진자가 백신 미접종자이거나 1회 접종자라는 분석 결과가 보고되긴 했으나 확진자 417명 중 2명은 (0.04%) mRNA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한 사람이 인도변이와 캘리포니아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NEJM, 6월 2일)

백신과 변이 바이러스의 전쟁

미국의 경우 백신 접종 시작일로부터 접종율 40%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이 걸렸으며 내년까지도 70% 접종율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적으로 보자면 6.2%의 인구만이 접종을 완료했으며 접종율 70%를 넘어서려면 앞으로도 최소 3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다. 하지만 백신접종에 따른 중화항체의 실효적 존속기간은 최대 250일에서 최소 50일까지로 추정된다. 적어도 6개월에 한번씩 재접종을 받지 않는다면 돌파감염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이다. 현재 돌파감염 발생빈도가 낮은 것은 백신 접종 후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중화항체의 양이 줄어들면서 돌파감염 비율 역시 증가할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속적인 변이 바이러스의 발생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130만개의 유전자 서열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까지 7만개 이상의 염기서열에 변이가 발생, 1개월 평균 30개 이상의 아미노산이 변경되고, 그 중에서도 주의를 요하는 변이(Variant of Concern)는 2개월 단위로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새롭게 발생한 변이의 대부분은 면역 회피능 최소 25% 이상 증가, 감염 전파력은 최소 50% 이상 증가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지금까지의 변이는 백신접종 이전에 발생한 것임에 반해 앞으로 발생할 변이는 백신에 대한 저항력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 종간 교차감염에 따른 전혀 새로운 변이의 출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네덜란드와 미국 등지에서 보고되는 밍크, 쥐 등에 대한 종간 교차감염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최소 80여종 이상의 동물들에게서 종간 교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이런 일이 실제로 발생, 조기 차단하지 못한다면 전혀 계열이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전세계에 확산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어떤 한 대륙에서 발생한 변이가 다른 대륙으로 전파되는 데는 30일이면 충분하며 전체 감염자의 10% 이상을 점유할 때까지 소요되는 기간 역시 50일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백신접종 속도보다 더 빠르게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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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이 바이러스의 특징과 함께 mRNA 백신을 기준으로 백신접종에 따른 감염예방 효과, 중화항체 존속기간, 변이 바이러스의 면역회피 및 감염력 증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2021년 10월 전후에 4번째 감염자 폭증이 일어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제출되고 있다, 그 전조현상이 6월 15일 보도된 미국에서 폭증하고 있는 델타변이(인도변이) 감염자 숫자이다. 또 하나 우려해야 할 것은 백신접종 후 돌파감염이 발생할 경우 입원율이나 사망률이 매우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CDC 2021년 6월 7일자 발표에 의하면가장 많은 mRNA 백신이 접종된 미국에서 백신접종 후 돌파 감염시 사망률은 17%로 WHO가 2012년 3월3일 발표한 사망률 3.4%의 5배가 넘으며, 돌파감염시 입원율은 93%에 달한다. 백신 접종을 한 후에 돌파감염이 발생할 경우 중증치사율이 급격히 악화되는 것이다.

백신허브가 아니라 다가백신이 필요하다

1년 남짓 동안 1억 7600만명 감염에 380만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코로나 펜데믹이 언제, 어떻게 종식될 것인지는 백신 23억 도스가 접종된 현재까지도 알 수가 없다. 다만 많은 연구자들이 동의하는 최소한의 공통점은 최소 5년 이상 반복적 유행이 되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변이들이 발생할 것이며, 현재 우한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개발된 백신의 효능은 점점 더 약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화이자나 모더나의 경우 변이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새롭게 개발된 백신에 대해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방역당국은 부스터 샷이나 교차접종 등을 통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의 효과를 최대한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mRNA 기반의 백신이나 아데노바이러스 기반의 백신은 접종 횟수가 늘어날수록 부작용은 많아지고 효과는 약해지는 게 필연적이다. 결국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독감 인플루엔자처럼 코로나 변이를 한번에 잡을 수 있는 다가백신 개발과 높은 효능의 치료제 개발이다.

우리나라 역시 지금 당장 백신 수급, 백십 접종율을 높이는 것 외에도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할 경우 지금까지 확보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백신 수급을 위해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정부가 글로벌 백신 생산허브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한가지 간과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세계의 백신공장 인도에서는 노바백스, 스푸트니크, 아스트라제네카, 자체개발 백신 등을 연간 40억 도스 생산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 다른 문제점 중의 하나는 mRNA 플랫폼에 대한 과도한 기대이다. mRNA 백신의 경우 핵심기술인 LNP 관련 특허나 생산기술을 가진 국내 기업은 전무하며, 기초과학에 대한 중장기 투자없이 독자적인 LNP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게다가 mRNA 백신의 장기 안전성, 다가백신 플랫폼으로의 활용 가능성 역시 검증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mRNA 백신 생산 및 개발에 연구개발에 투자전략을 집중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은 코로나 발생 초기 효과적인 백신개발에 집중한 뒤, 지금은 다가백신에 유리한 다양한 플랫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백신을 개발하고자 한다면, 미래에 닥쳐올 또 다른 팬데믹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보여주기식 정책을 넘어서 어떤 플랫폼을 개발하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인지를 숙고하고, 해당 플랫폼에 대한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값이 싸면서도 안전한, 바이러스 변이에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한, 콜드체인 없이도 공급이 가능한 백신 플랫폼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CDC; 미국 질병통제국

NEJM: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OWD ;ourworldindata

(※김태억 대표의 칼럼은 개인적 사정으로 이번 주으로 끝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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