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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마포 오피스텔 감금·살해' 막을 수 있었던 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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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친구 A씨를 감금해 살인한 혐의를 받는 B씨가 15일 오전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A씨는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나체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영양실조에 저체중 상태였으며 몸에는 폭행당한 흔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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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남성 2명에게 가혹행위를 당해 숨진 20대 남성 A씨의 죽음은 사전에 범행을 막을 수 있던 여러 순간들로 인해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지난해 11월부터 피해자 가족은 경찰을 통해 실종 신고와 고소, 피해자 진술을 진행했고 상해 피해를 입증할 진단서와 당시 사진 등 구체적 증거들도 있었다. 경찰의 소극적인 대응에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피해자 가족의 두차례 실종 신고·상해죄 고소= 피해자 A씨의 가족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4월 30일 대구 달성경찰서에 A씨의 실종 신고를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피의자 김모(20)·안모(20)씨 등 2명과 같이 지낸 A씨가 갈비뼈 골절 등 폭행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고소까지 진행했지만 경찰은 '범죄 시그널'에 무뎠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고소 사건이 이번 살인 사건의 범행 동기와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며 "영등포서에서 이미 종결한 사건 처리 과정도 새로 확보된 증거 등을 토대로 다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마포 오피스텔 감금·폭행 사건의 진행 과정은 다음과 같다. 피의자 2명은 중학교·대학교 동창 관계로 지난해 6월 이후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지방에 살던 A씨는 피의자 중 1명과 고등학교 동창 사이로 지난해 7월 이후 이들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을 종종 방문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피해자 A씨가 지난해 11월 4일 서울 서초구 양재파출소에 임의동행됐을 당시 A씨 몸에서 폭행 흔적을 파악한 경찰관이 A씨의 아버지에게 연락해 직접 인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강제 서울행' 이후 상해죄 수사= 서울에서 두 사람과 지내며 폭행당한 A씨는 아버지와 함께 대구에 온 뒤 전치 6주의 갈비뼈 골절로 입원 치료를 받았다. 아버지는 지난해11월 8일 대구 달성서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A씨는 22일 달성서에 출석해 "서울 영등포구 오피스텔에서 두 사람에게 4차례 맞았다"고 자세히 진술했다.


피의자들에 대한 상해죄 수사는 올해 1월 24일 피의자 신문 조서 작성으로 시작됐다. A씨 아버지는 이틀 뒤 상처 사진을 담당 형사에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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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친구 A씨를 감금해 살인한 혐의를 받는 C씨가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A씨는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나체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영양실조에 저체중 상태였으며 몸에는 폭행당한 흔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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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들은 피해자가 고소한 것에 앙심을 품고 올해 3월31일 지방에 있던 피해자를 서울로 데려와 강압 상태에 뒀다.


두사람이 A씨를 데려올 때는 낮 시간이었기 때문에 A씨는 순순히 따라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 등이 A씨를 강제로 데려온 정황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A씨가 과거 안씨 등과 함께 지낼 때 신체적 폭행뿐 아니라 정서적 학대까지 당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경찰이 A씨에게 대질조사를 위해 출석하라고 연락한 건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한 지 3개월 가까이 지난 4월 17일이었다.


◆피해자 고소 취하 의사에 결국 불송치 결정=이미 안씨 등의 감시하에 놓여있던 A씨는 4월17일 통화에선 '서울에 없다'며 출석을 거부했고 지난달 3일 두 번째 통화 땐 고소를 취하한다고 했다. 영등포서는 보강 수사 없이 지난달 27일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서로 진술이 달라 폭행 일시와 장소를 특정하기 위해 대질조사가 필요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해 종결했다고 한다"며 "가출 신고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 상으로 공유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찰은 두 경찰서의 사건 처리 과정이 적정했는지 감찰로 확인할 예정이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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