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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中 OLED 패널 탑재하는 삼성의 딜레마…“LCD 가격 횡포 재현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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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BOE가 생산하고 있는 플렉시블 OLED 패널 모습. /BOE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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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인도시장 판매용 저가 스마트폰 갤럭시M에 중국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장착한다. 원가 절감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이나 자칫 TV용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에서 값싼 중국산 액정표시장치(LCD)에 밀려 사업 철수까지 고려해야 했던 과거가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

스마트폰용 OLED는 삼성전자 계열사 삼성디스플레이가 시장의 77%를 장악하고 있는데, 삼성전자의 중국산 패널 채용으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꾸준히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중국 매체 아이지웨이 보도에 따르면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오는 7월부터 삼성전자가 하반기 내놓을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M 시리즈에 OLED 패널을 공급한다. BOE가 삼성전자에 OLED 패널을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두 회사는 지난해 삼성 갤럭시S21에 OLED 패널을 얹기 위한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중국 패널을 쓰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는 게 잔자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주로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스마트폰 등에 사용해 왔지만, 최근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부상하면서 원가 경쟁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 왔다.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은 기술 수준이 높고, 단가가 높아 이를 대체할 OLED 공급처로 중국 업체들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업계가 추정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패널 가격은 장단 120달러(약 13만5000원)다. 반면 BOE는 패널당 가격이 70달러(약 8만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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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인도시장용 저가 스마트폰 갤럭시M 시리즈. 삼성전자는 하반기 갤럭시M 신제품 일부 모델에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BOE의 패널을 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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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경쟁력 확보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를 방어하기 위한 중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시장점유율 사수를 위해 중저가 스마트폰의 출시를 늘리면서 출하량과 함께 수익 확보에도 열중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23%로 1위를 차지했지만, 언제 그 순위가 뒤바뀔지는 모르는 상태다. 플래그십(최상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의 영향력이 훨씬 높고, 중저가에선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의 위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제재로 스마트폰 사업의 정리 수순에 들어간 화웨이의 빈자리를 노려왔으나, 이 물량도 대부분 중국 업체들이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같은 경우 모바일 시장 전체적으로 글로벌 수요가 정체되어 있다 보니 수익성 개선을 위해 BOE 등으로 구매를 다변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디스플레이가 유일한 판매사로만 있을 경우, 대규모 물량을 안정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지만 가격 협상력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 선두권 스마트폰 기업이 중국산 OLED를 장착하기 시작하면 현재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과거 LCD 시장에서 있었던 일들이 OLED 시장에서도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2016년까지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은 전 세계 LCD 패널 시장 절반을 차지했지만,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BOE 등 중국 기업들이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2017년 글로벌 점유율 1위 자리를 빼앗겼고, 수익성이 악화해 사업 철수 직전까지 갔다.

이미 그런 기조는 일부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삼성디스플레이를 쫓으며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옴디아는 올해 스마트폰 OLED 패널 출하량이 5억8500만장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 중 77%를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내년에는 8억1200만장 중 삼성디스플레이의 몫은 65%로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8%, 내년 12%로 늘어나지만,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합산한 한국 기업 점유율은 올해 85%에서 내년 77%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매년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 BOE는 올해 6%에서 내년 13%로, CSOT는 2%에서 6%로, 티엔마는 1%에서 4%로 중국 기업의 점유율은 올해 15%에서 27%로 12%포인트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옴디아는 “한국의 OLED 시장 주도권에 중국이 큰 위협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박지영 기자(j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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