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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스라엘 “이란 대통령 당선인은 ‘테헤란의 도살자‘” 강경 보수로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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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당선인을 지지하는 여성들이 19일(현지시간) 그의 당선이 확정적이란 소식에 승리의 V 자를 손가락으로 그리고 있다.테헤란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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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실시된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강경 보수 성향의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61)가 핵무기 개발에 전념할 것이라며 경계했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19일 트위터에 “‘테헤란의 도살자’로 알려진 이란의 새 대통령은 이란인 수천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며 “그는 이란 정권의 핵 야욕과 글로벌 테러에 전념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오는 8월 초 취임하는 라이시 당선인이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 당시 최고지도자였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지명을 받아 반체제 인사 숙청을 이끌었던 점을 지적한 것이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그는 테헤란 근처 감옥들에 수감돼 있던 5000명 가량의 죄수들에 극비 사형 판결을 언도한 “죽음 위원회” 4명의 판사 가운데 한 명이었다. 이들이 묻힌 공동묘지는 당국이 철저히 체계적으로 은폐했다.

그는 또 2009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부정선거 의혹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인 ‘녹색 운동’을 유혈 진압하는 데도 앞장섰다. 당시 체포된 시위 가담자 가운데 일부는 국가 전복·간첩 혐의로 처형됐다.

1960년 이슬람 시아파 성지이며 이맘 레자의 영묘가 있는 마슈하드 인근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10대 시절 그는 정규 교육을 그만두고 중부 도시 콤에 있는 신학교에 입학했다. 콤은 이란의 유서 깊은 종교도시다. 라이시는 현재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밑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1970년대 팔레비 왕정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검찰 총장 등 요직을 거치며 2019년 삼부 요인 중 하나인 사법부 수장이 돼 대선 출마 직전까지 역임했다. 최고지도자가 사망하거나 유고 시 후임을 결정하는 권한이 있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 부의장이기도 하다. 이란 정가에서는 그를 유력한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로 꼽는다.

서방은 이란의 사형 제도를 지지하며 반체제 인사 숙청에 앞장선 라이시를 잔혹한 인물로 묘사한다. 뉴욕에 본부를 둔 이란인권센터는 그에 대해 “국가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감금하고 고문하고 제거하는 체제의 주축”이라고 비판했다.

중동 전문매체 알모니터는 그가 1980년대 후반 수천명의 반체제 인사 숙청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는 2019년 “청소년 시절 저지른 범죄에 대한 사형 집행, 죄수 상대 고문 등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조치“를 했다는 이유로 라이시를 제재 대상에 올렸고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AP 통신은 라이시에 대해 인권 활동가와 그들의 가족을 구금하고 이를 서방 국가와 협상 카드로 이용한 것을 감독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2017년 대선에 출마한 라이시는 현직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대결해 38% 득표에 그쳐 패한 바 있다. 라이시는 이번 선거 운동 과정에서 “빈곤과 부패, 굴욕과 차별”을 뿌리 뽑겠다고 천명했다.

리오 하이앗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18일 이란 대선 투표율 48.8%와 관련,“절반도 못 미치는 이란 유권자들이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대통령을 선출했다”며 “라이시 선출을 통해 진실로 사악한 이란의 의도가 명확해졌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이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즉시 그리고 영원히 중단돼야 한다.또 이란의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도 해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선을 관리한 이란 내무부는 라이시가 1792만 6345표(약 61.9%)를 얻어, 경쟁 상대인 개혁파 압돌나세르 헴마티(242만 7201표·약 8.4%) 후보를 크게 앞섰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 출신 모센 레자에이 후보는 341만 2712표(약 11.8%)로 3위를 차지했다. 전체 유권자 5931만 307명 중 2893만 3004명이 선거에 참여해 최종 투표율은 48.8%로 집계됐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치러진 대선 투표율 중 가장 낮다. 2017년 대선 투표율은 70%에 이르렀다. 투표율이 저조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영향에다 일부 보이콧 열풍이 겹쳐서다.

당선 확정 후 라이시는 취재진에게 “현 정부의 경험을 활용해 국가의 문제들을 푸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며 특히 민생 문제를 챙기겠다”고 말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내무부 발표 직후 라이시를 찾아 회담하고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개혁파 후보 헴마티는 이날 인스타그램에 “제13대 대선에서 라이시 후보가 당선된 것을 축하한다. 당신(라이시)의 정부가 명예로운 이란인의 생계와 행복을 증진하기를 바란다”다고 썼다. 레자에이 후보도 이날 성명을 내고 라이시의 당선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어제 승리의 위대한 승자는 이란 국민이다. 이란 국민은 적의 용병 역할을 하는 미디어의 프로파간다에 직면해 봉기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아랍에미리트(UAE) 총리 겸 두바이 군주 등도 라이시의 당선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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