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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중 술판·도박·폭행… '공직기강'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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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국장이 낮술 중 직원과 몸싸움

전주시는 한 달 새 3명 음주운전 적발

P4G 정상회의 자료에 평양 설정 망신

중앙·지방 관가 곳곳 사건·사고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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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소속 한 국장이 청사 인근 식당에서 낮술을 마시다 동석한 부하 직원을 폭행하고 몸싸움을 벌였다는 혐의로 내부 감찰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무원들이 근무일 대낮에 술판을 벌인 것도 모자라 상급자와 부하직원이 몸싸움을 벌이는 등 정권 말 공직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여권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차기 대선이 안갯속 국면으로 들어가자 공무원들의 복지부동과 줄대기 등 정권 말기 현상이 재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7일 관가에 따르면 공정위 A국장은 지난 2일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소속 과 직원들과 청사 인근 한 중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이 자리는 식사와 함께 술이 들어왔고,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4시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A국장은 B사무관에게 폭행을 가했고, B사무관도 A국장 목을 감는 등 몸싸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식당 주인이 해당 국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할 정도였다는 전언이다. 동석한 직원들이 말리면서 상황은 정리됐지만, 결국 내부 감찰을 받게 됐다. 근무일에 술을 마신 당사자들은 사후에 휴가처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측은 “근태와 폭행 여부 등을 놓고 조사를 하고 있다”면서도 “감찰 중인 사항이라 자세한 내용을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해당 과의 인사 문제와 A국장의 인격모욕적인 발언 등이 원인으로 전해졌다. A국장은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공무원노동조합으로부터 갑질 상사로 지적당한 인물이다. 당시 노조는 노조원 설문 등을 통해 A국장 등 2명의 사내 갑질을 지적했고, 김 전 위원장은 이들을 파견 교육 등으로 인사조치했다.

하지만 A국장은 조성욱 위원장 취임 이후 주요 보직에 다시 임명됐다. 취임 초부터 리더십 부재에 대한 지적을 받은 조 위원장이 조직 장악을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얘기가 나온 배경이다. 결과적으로 위원장의 리더십 부재가 인사 문제로 이어졌고, 그동안 곪아왔던 상처가 터졌다는 반응이다. 이와 관련해 A국장은 “점심이 길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자리에서 폭행이나 몸싸움이 있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며 “소문이 부풀려진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임기 말 공직기강 해이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북 전주시에서는 최근 한 달 새 공무원 3명이 잇달아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달 30일 ‘2021 P4G 정상회의’ 개막식에 등장한 ‘줌 아웃’ 영상의 출발점이 서울이 아닌 평양 능라도로 설정된 황당한 실수 역시 기강 해이 사례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유치한 가장 큰 정상회의로 이 회의를 홍보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 1일 “준비기획단의 실수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지 2주가 지났지만 외교부는 여전히 “조사 중”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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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에서는 자료 작성 실수가 나왔다. 교육부는 지난 10일 해외 초·중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담긴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하지만 해당 부서는 자료가 기사화된 11일 이후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의 숫자가 잘못 기재된 사실을 파악했고, 14일 숫자를 정정한 자료를 기자단에 재배포했다.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권 말 청와대 파견을 피하기 위해 해외 연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진 분위기다.

정부는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공직사회 기강 확립을 위한 집중 감찰을 실시키로 했고, 앞선 2월엔 총리실이 일선 부처 공직자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하기로 천명한 바 있다.

◆“정권 바뀌나”… 살길 찾아 ‘줄대기’ 국정현안 미루고 ‘복지부동’

#. 한 경제부처 A 간부는 오후 4시 이후만 되면 행방이 묘연하다. A 국장은 개방직 공모를 통해 공무원이 될 때만 해도 의욕이 넘쳤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정권 말기 어수선한 관료 집단의 모습을 보고 자신도 ‘살길’을 찾아 나섰다. A 국장은 외출이나 조퇴 등을 신청도 하지 않은 채 서울에서 개인적으로 로펌 인사 등과 접촉하고 있다.

#. 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B 과장의 별명은 ‘각 1병’이다. B 과장은 11시만 넘으면 점심시간을 시작해 1시30분이 훌쩍 넘어서야 사무실에 복귀한다. 그의 점심 자리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반주가 오른다. 동석자 수에 따라 각 1병씩 술을 마신 뒤에야 점심 자리가 끝나 주변에서 붙여준 별명이다. 총리실 감찰이 뜬다는 소문이 돌 때만 반짝 조심할 뿐이다. 요즘처럼 정권 말에는 B 과장의 술자리는 더욱 잦고 길어진다.

문재인정부의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무원의 공직기강 해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국장과 부하 직원이 몸싸움을 벌이다 감찰을 받는 부처가 있는가 하면, 기본적인 근태 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도 수두룩하다. 여기에 실수로 치부하기 힘든 크고 작은 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정권 말 권력 누수 현상이 공무원 조직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감찰 조사 중인 국장과 사무관의 낮술 몸싸움 사건은 공직기강 해이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사건 당일은 공정위 내부적으로는 삼성 계열사의 부당지원 의혹에 대한 전원회의가 열리는 날로, 위원장이 종일 심판정에 있는 ‘무두절’이었다. ‘무두절’이란 공무원들 사이에 통용되는 말로, 장차관 등 상관이 없는 날을 뜻한다. 주요 사건에 대한 심의가 열리는 날, 위원장이 없는 틈에 공정위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술판을 벌이고 몸싸움을 한 꼴이다.

임기 말 고질병인 공무원의 복지부동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주요 쟁점이 되는 사안이나 민원은 뒷전으로 미뤄두는 식이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안일수록 이런 경향은 짙어진다.

특히 향후 논란을 빚을 수 있는 주요 국정 현안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팽배하다. 탈원전 정책을 주도했던 산업부 공무원들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지켜보면서 이 같은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경제부처 A 과장은 “최근 LH나 한수원 상황을 보면서 공무원들이 더욱 조심하는 경향이 생긴 게 사실”이라며 “더군다나 임기 말에는 정권에 따라 나중에 어떤 상황이 나올지 모르니 몸을 사리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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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인스타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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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와대와 각 부처에서 나타난 사건·사고들도 공직기강 해이와 무관치 않다. 청와대에서는 인스타그램 공식계정에서 오스트리아 국기 대신 독일 국기 그림을 삽입한 사고를 냈고, 교육부도 수치를 잘못 기록한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단순 실수라고 할 수 없는 사고들이 이어지고 있다.

국방부에서도 올해 들어 악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기강 해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가 촉발한 장병 부실급식 논란, 올해 초 북한 남성이 동해상으로 헤엄쳐 귀순하면서 군 경계망에 허점이 드러난 사건에 군 성폭력까지 불거졌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이모 중사는 지난 3월 초 같은 부대 장모 중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한 후 5월 22일 20비행단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을 둘러싸고 회유·은폐와 2차 가해 정황이 드러났으나, 군 수사기관과 양성평등센터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국방부는 검찰단과 감사관실, 조사본부까지 투입하는 등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 가능성을 여전히 제기하고 있다.

지자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북 전주시에서는 최근 한 달 새 공무원 3명이 잇달아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대전시에서는 6급 주무관이 상급자와 마찰을 빚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부산에서는 지난 1월 간부 경찰관 등 5명이 상점에 모여 카드 도박을 하다가 적발돼 즉결심판에 회부되기도 했다. 해당 경찰관은 5인 이상이 모여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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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시간에 주식을 하거나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방의 한 공무원은 “동료가 코인으로 큰 돈을 벌었다기에 뛰어들었다가 큰 손실을 보고 있어 일손이 안 잡힌다”면서 “요즘 코인 안 하면 바보 취급 받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직무상 가상화폐와 관련이 있는 공무원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보유는 물론이고 거래도 금지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배포했지만 현장에서는 무색할 뿐이다. 연차가 어린 사무관이나 주무관들 사이에서는 누가 얼마를 벌었다거나 손실을 봤다는 얘기로 사무실이 뒤숭숭하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정권 말 폭언, 폭행은 개인적인 비위로 볼 수 있지만, 정말 안 좋은 것은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 심해진다는 것”이라며 “정권 바뀌면 인사권자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괜히 열심히 일했다가 다음 정권 때 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눈치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임기 말이라도 대통령이 감사원 역할을 제대로 하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선출직의 인사권을 최소화하도록 인사시스템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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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유성 출장·무단 이탈·국고 횡령… 역대 정권 교체기 때마다 되풀이

역대 정권 교체기 때에도 해이해진 공직기강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감사원은 역대 정권 교체기 때마다 ‘전환기 공직기강 특별점검’ 감사를 실시하면서 이러한 사례들을 적발하곤 했다. 이러한 감사원 적발사례를 보면 정권 말 공직자들의 ‘무사안일’ 행태가 드러난다.

2017년 감사원은 19대 대선을 앞두고 실시한 공직기강 특별점검 감사에서 총 26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적발했다. 감사원은 당시 이종수 하남시장 권한대행이 그해 2월 미국 출장 중 외유성 일정을 포함하고 여비를 과다하게 지급받았다면서 징계 및 여비반납을 요구했다. 자매도시인 아칸소주 리틀록시를 방문한 일정이었는데 이씨는 “비싼 항공요금을 들여 미국까지 가게 됐으니 경유지인 애틀랜타에서 이동하는 중간에 선진문물을 견학하는 일정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이씨 등은 미국 출장 등에 아쿠아리움, 엘비스프레슬리 기념관, 유람선 승선 등의 일정을 보냈고 감사원은 이를 ‘외유성 일정’이라고 판단했다.

경북 경주시의 한 과장은 그해 5월 당직 근무일에 지방공무원 교육 동기 모임 참석을 이유로 출근하지 않았다가 감사원 감찰에 적발돼 경징계 처분 요구를 받기도 했다. 감사원은 18대 대선이 이뤄졌던 2012년에도 같은 유의 특별감사를 실시해 총 56건의 사례를 적발했다. 이때 감사원은 근무시간에 자리를 이탈해 도박행위를 즐긴 사례를 적발했다. 한국농어촌공사 본사 소속이었던 A씨는 2011년 3월부터 다음해 9월까지 총 15차례나 출장 또는 근무시간에 경마를 할 목적으로 근무지를 무단이탈했다가 적발됐다.

경인교육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B씨는 금요일에는 강의일정이 없다는 이유로 학교 출근 대신 경마장행을 택했다. 그는 2010∼2012년 86차례에 걸쳐 약 4000만원가량을 경마장에 썼다. 당시 감사에서 감사원은 이들을 포함해 공직자 22명이 근무시간에 경마를 한 사실을 적발하고 각계 기관에 이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또 허술한 회계시스템을 이용해 2억원의 국고를 빼돌렸던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 소속 공무원이 적발되는 사례도 있었다.

세종=안용성 기자, 이도형 기자 편집국 종합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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