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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쿠팡 물류센터 화재···그리고 창업자 김범석 의장 책임론[백주원의 리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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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간절히 기적을 바랐지만, 김동식(52) 구조대장은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김 대장은 지난 17일 오전 5시 30분경 쿠팡의 경기도 이천 덕평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후 6시간 만인 같은 날 오전 11시 20분경 화염의 기세가 다소 누그러지자 동료 4명과 함께 인명 검색을 위해 건물 지하 2층에 진입했습니다. 하지만 창고에 쌓인 각종 적재물이 무너지며 불길이 세졌고, 동료들을 먼저 내보낸 김 대장은 결국 건물 안에 홀로 고립됐었죠.

곧바로 김 대장에 대한 구조작업이 이뤄졌지만, 포장재를 비롯해 건물 곳곳에 쌓인 가연물질 탓에 불길이 거세지면서 구조작업은 얼마 안 가 중단됐습니다. 건물이 뼈대를 드러낼 정도로 불길은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붕괴 위험에 대한 우려로 수색 작업은 김 대장이 실종된 지 47시간이 지나서야 재개됐죠. 그리고 이날 오전 10시 50분경 김 대장은 결국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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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덕평 물류센터 화재는 지난 17일 오전 5시 30분경 물류센터 건물 지하 2층에서 시작했습니다. 덕평물류센터는 지상 4층 지하 2층 연면적 12만 7,178.58㎡(축구장 15개) 규모의 메가 물류센터로, 인천물류센터와 함께 수도권 ‘로켓배송’의 중심 역할을 한 곳입니다. 그만큼 화재에 취약한 배송상품과 포장재들이 물류센터 내부에 가득했고, 미로처럼 복잡한 내부 구조까지 더해지며 불길은 수일 동안 계속됐습니다. 소방당국은 화재가 발생한 지 사흘 만인 19일 오후에 이르러서야 초진이 잡혔다고 발표했습니다.

소방관 한 분이 결국 목숨을 잃게 되자 쿠팡에 대한 책임론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노조 측은 “쿠팡의 안일한 태도가 사고를 키웠다”고 주장했죠.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많은 전기장치가 돌아가고, 전선이 뒤얽힌 상황에서 화재 위험은 배가 된다”며 “평소 정전 등 크고 작은 문제가 빈번하지만, 쿠팡의 대책 마련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들은 “오작동이 많다는 이유로 꺼 둔 스프링클러 작동이 늦어지고 최초 신고자보다 10분 정도 일찍 화재를 발견한 노동자가 있었지만, 쿠팡이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한 탓에 신고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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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의 사임에 대한 뒷말도 많이 나옵니다. 김 의장은 최근 국내 의장직과 등기이사에서 사임했습니다.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겠다는 이유로 국내에서의 공식 직위를 모두 내려놓은 것이죠.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의장이 의장직과 등기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이유가 중대재해법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나 사고로 노동자가 숨지면 해당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법입니다. 산업재해가 아닌 대형참사인 ‘중대시민재해’의 경우에도 경영자와 법인이 같은 수위의 처벌을 받게 돼 있죠. 지난 1월 공포됐고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 의장은 형식상 국내 경영에서 손을 뗐기 때문에 앞으로 덕평 물류센터 화재 같은 산업재해나 사고 등이 국내에서 발생해도 처벌을 피할 수 있게 됐죠.

중대재해법이 아니더라도 김 의장은 이번 덕평 물류센터 화재와 관련해서도 쏙 빠져있습니다. 벌써 해외 사업에만 전념키로 한 것인지 김 의장은 이번 화재 사건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 있는 듯한 모습이죠. 대신 쿠팡 측은 김 의장에 이어 새로운 국내 이사회 의장에 오른 강한승 공동대표의 이름으로만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그것도 화재가 발생한 지 32시간이 지나고서 말이죠. 쿠팡 측은 지난 18일 강 대표 이름으로 “이번 덕평 물류센터 화재로 인해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몹시 송구하다”며 “화재 원인 조사는 물론 사고를 수습하는 모든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 당국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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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10시 50분경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김동식 구조대장은 1994년 4월 소방에 입문한 27년 경력의 베테랑이라고 합니다. 소방행정유공상, 경기도지사 표창장 수상 등 각종 상을 받으며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받았고 응급구조사 2급, 육상무전 통신사, 위험물 기능사 등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남다른 학구열을 보이기도 했죠. 동료들은 그를 “항상 솔선수범하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 진짜 대장”이라고 기억한다고 합니다.

전날 밤에 주문하면 바로 다음 날 새벽에 배송되는 ‘로켓배송’은 분명 우리에게 편리함을 줬습니다. 하지만 속도 경쟁에만 몰두한 나머지 정작 가장 중요한 물류센터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소홀했죠. 이번 덕평 물류센터 화재 사건을 계기로 국내 물류센터들에 대한 안전 점검과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할 겁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쿠팡과 김 의장이 어떤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줄지도 지켜볼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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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원의 리셀(Resell)’은 시시각각 급변하는 유통 업계의 이야기를 알기 쉽게 쏙쏙 재정리해 보여드리는 코너입니다.

/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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