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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김 대장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쿠팡 화재현장서 주검으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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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시간 만에 구조팀이 실종된 지하 2층서 찾아

27년 동안 화재현장 누빈 베테랑 소방관 순직


한겨레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탈진한 소방관을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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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인명검색에 나섰다 실종됐던 경기도 광주소방서 김동식(52·소방경) 119구조대장이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가족과 동료 소방관들의 애타는 기도에도 불구하고 48시간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지난 17일 일어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를 진압 중인 소방당국은 19일 낮 12시10분께 불이 난 건물 지하2층에서 김 대장의 주검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날 김 대장은 인명 구출 훈련을 받은 구조대 15명이 오전 10시40분께부터 불이 난 건물에 진입해 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유해가 발견된 지점은 지하 2층 입구에서 직선으로 50m가량 떨어진 곳이다. 수색팀은 현장을 정리한 뒤 오전 11시32분부터 유해 수습을 시작해 낮 12시12분에 완료했다.

김 대장의 가족들과 동료 소방관들은 무사귀환을 기도하며 이틀 넘게 발을 굴렀지만, 김 대장은 끝내 걸어 나오지 못했다. 김 대장의 유족으로는 부인과 20대 남매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장은 1994년 4월 소방에 입문한 27년 경력의 베테랑이었다. 하남과 양평·용인 등 경기지역 소방서에서 구조대와 예방팀, 화재조사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쳤다. 이에 소방행정유공상, 경기도지사 표창장 수상 등 각종 상을 받으며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받았고 응급구조사 2급, 육상무전 통신사, 위험물 기능사 등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남다른 학구열을 보이기도 했다.

김 대장은 화재가 난 지난 17일 실종됐다. 그는 화재 발생 6시간 만인 17일 오전 11시20분께 화염의 기세가 다소 누그러지자 동료 4명과 함께 인명검색을 하려고 지하 2층에 진입했다. 그러나 김 대장 등이 지하 2층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창고에 쌓인 가연물을 비롯한 각종 적재물이 무너져 내리며 불길이 거세졌다. 대원들은 11시40분께 즉시 탈출을 시도했으나 동료들과 달리 김 대장은 건물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김 대장은 동료들을 먼저 내보내며 탈출 대열 맨 뒤에서 빠져나오다 고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 대장이 메고 있던 공기통은 20분가량 버틸 수 있는 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곧바로 김 대장에 대한 구조작업을 벌였지만, 건물 곳곳에 쌓인 가연물질 탓에 점차 불길이 거세지며 건물 전체로 불이 커졌다. 구조작업은 같은 날 오후 1시5분께 중단됐다.

경기도는 김 대장을 순직 처리하고 장례를 경기도청장으로 거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19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경기도 안전 특별점검관, 국토교통부 건축구조기술사, 국토안전관리원 주무관 등 전문가들이 소방관과 함께 건물 구조 안전진단을 위해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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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재는 지난 17일 오전 5시 20분께 지상 4층, 지하 2층에 연면적이 축구장 15개 넓이와 맞먹는 12만7178.58㎡에 달하는 이 건물 지하 2층에서 시작됐다. 물품 창고 내 진열대 선반 위쪽에 설치된 콘센트에서 처음 불꽃이 이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혀 전기 요인에 의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이 건물의 내부 적재물은 1620만개(부피 5만3천여㎡)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택배에 쓰이는 종이나 비닐 등 가연성 물질이 많아 화재 발생 사흘이 지났는데도 완전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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