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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넘어북한] 경제계획 거품 뺀 김정은, '진짜 위기' 긴장감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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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벌써 3번째 당 전원회의 개최

5개년 경제계획의 올 상반기 상황 집중 점검

상반기 공업 생산액 전년 대비 25% ↑ 이나

87% 이하로 '계획 자체 하향' 수립

계획 단계부터 현실성 반영 노력한 듯

【서울=뉴시스】강영진 박수성 기자 = 북한은 지난 15일 노동당 8기 3차 전원회의를 열고 올 초 제시했던 국가 계획 상반기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첫날 회의에서 식량 문제를 언급해 현재 경제 상황이 긴박함을 드려냈습니다. 이례적으로 상반기 경제 계획 수준을 낮췄다는 점도 확인이 됐는데요, <창 넘어 북한>에서는 '핵무장한 사회주의 국가'를 지키며 '간고분투'를 외치는 북한 경제를 전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뉴시스 북한팀 에디터 강영진입니다.

오늘도 북한의 경제에 대해 말씀을 또 드리려 합니다. 북한이 올 들어 경제개발 노력에 전력투구하고 있기 때문에 <창 넘어 북한>에서도 부쩍 북한의 경제 상황을 자주 다루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도 북한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연초에 수립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진행 상황을 집중 점검하고 있습니다.

촬영한 오늘은 목요일입니다. 노동당 전원회의는 지난 화요일 시작해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첫날 회의에서 밝힌 내용을 국내외 언론들이 비교적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발언 내용 중 서방 언론이 가장 크게 주목한 대목은 식량난이 있음을 인정한 점입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는 "식량 부족 보도가 급증하는 가운데 김총비서가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고 인정했다"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뉴시스

[평양=AP/뉴시스]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17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3일 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8일 전날의 회의 소식을 전하며 "새로 출범한 미 행정부의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정책 동향을 상세히 분석하고, 향후 대미 관계에서 견지할 전략 전술적 대응과 활동 방향을 명시했다"고 보도했다. 2021.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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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언론들이 보도한 식량난 상황입니다.

유엔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평가한 올해 부족 식량은 86만 톤 정도로 8월~10월이 '혹독한 시기'라고 합니다.

이에 따라 식량 가격도 최근 많이 오른다고 합니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가 조사한 쌀값 동향에 따르면 평양 기준 쌀값이 2일 Kg당 4,100원에서 8일 5,000원으로 올랐고 옥수수도 3,000원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장사도 못하게 된 상인 계층들 중 식량을 구하려 집을 팔고 길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집을 팔고 난 뒤에도 식량을 구하지 못해 굶는 사람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의 북한 전문매체 아시아프레스가 조사한 내용은 데일리NK보다 더 심각합니다.

평안북도, 함경북도, 양강도 지역의 쌀값이 5월 28일 4,200원에서 6월 15일 7,000원으로, 옥수수는 2,200원에서 5,300원으로 올랐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굶어 죽는 사람도 일부 생겨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당국은 식량 가격을 통제하지 않고 오히려 국가공급 식량 가격을 시장가격에 맞춰 올림으로써 부족한 재정을 보충하고 있다고 북한 현지 소식통이 말한 것으로 아시아프레스가 전했습니다.

쌀값만 폭등하는 게 아닙니다.

영문 북한 전문매체 NK News는 샴푸 한 통에 200달러(우리 돈 23만 원쯤 됩니다), 바나나 1Kg에 45달러(5만 3,000원) 등 수입 물품의 가격이 최근 한 달 남짓 사이 5배에서 10배까지 폭등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이 곧 무너지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법합니다. 좀 더 따져 보겠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국경을 봉쇄하고 무역을 중단한 상황에서 수입물품 가격이 폭등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만 없으면 아쉬운 정도일 뿐입니다.

식량은 못 먹으면 살 수가 없는 문제여서 심각합니다만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언급했으니 뭔가 대책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도 식량난이 있었고 중국이 80만 톤을 지원했지만 북한은 그중 소량만 가져갔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대규모로 식량을 가져오다가 코로나가 퍼질 것을 걱정했고 대신 군대가 비축한 식량을 풀어 부족한 식량을 메운 듯합니다.

올해는 코로나가 잦아들고 있으니 중국에서 대규모로 식량을 지원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 유엔 등 국제사회가 지원하겠다고 해도 북한이 받아들일 것 같진 않네요.

김총비서의 발언 내용 중 또 한 가지 주목할 대목이 있습니다.

국내외 언론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 <창 넘어 북한>에서 처음 언급하는 거 아닐까 싶네요.

김총비서는 전원회의 개막연설에서 올 상반기 '공업 총생산액이 계획보다 144%, 지난해 동기 실적보다 125% 넘쳐 수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생산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25% 늘었는데 계획보다는 44% 더 많이 달성했다니 말입니다.

계획을 지난해 생산액보다 낮춰 잡지 않고선 나올 수 없는 숫자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상반기 생산액이 100이라면 올해 생산액은 125고 이것이 계획의 1.44배라면 계획을 지난해 상반기 생산액의 87% 이하로 잡았다는 겁니다.

새로운 5개년 경제계획을 세우면서 기존의 생산액보다 생산계획을 낮춰 잡았다는 건 대단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를 추적해 보았습니다.

올해 새로운 경제계획은 지난 2월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수립됐습니다. 당시 김총비서는 '당 8차대회가 제시한 5개년계획의 첫해 과업을 철저히 관철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연설하면서 내각이 작성한 올해 인민경제계획이 '어떤 부문의 계획은 현실 가능성도 없이 주관적으로 높여 놓았다'고 비판했습니다.

뉴시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북한 조선중앙TV가 8일부터 11일까지 김정은 당 총비서 주재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12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1.02.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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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올해 내각이 수립한 경제계획은 2월 전원회의를 전후로 전면적으로 수정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올해 상반기 계획을 낮춰 잡았고 그 결과 지난해 상반기 실적보다 25%밖에 늘지 않았는데 계획보다는 44% 늘어날 수 있었던 거지요.

골치 아픈 숫자 얘기를 꺼낸 건 북한의 최근 변화상이 이 에피소드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북한 전문가들 가운데 김정은 시대 북한의 변화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정상국가화'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은데 위 사례는 경제에서도 그런 변화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까지 들은 분들 가운데 '그래서 북한이 망한다는 거요, 안 망한다는 거요'라고 묻고 싶은 분들이 있을 겁니다.

저로선 이 질문엔 답할 능력이 없습니다.

다만 저는 수십 년 계속된 경제난에도 북한이 붕괴하지 않았음을 근거로 앞으로도 붕괴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건 성급하다고 몇 차례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같은 생각입니다.

또 경제계획을 수정한 데서 보듯 북한은 일을 제대로 해보려고 나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런 노력들이 성과를 낸다면 북한 경제는 느리게라도 점점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겠습니다.

북한 스스로 자신들의 노력이 잘 진척되지 않고 있음을 인정하고 더 잘하라고 채찍질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지난 14일 노동신문 4면에는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새로운 자력갱생전략을 철저히 구현하자'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습니다.

북한이 경제발전을 위한 가장 근본적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자력갱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자력갱생을 잘 하기 위해 이러저러한 점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북한이 운영하는 노동신문 홈페이지에는 싣지 않고 인쇄판에만 실은 데다가 1면도 아니고 4면에 실은 것으로 보아 외부에 공개할 경우 '거 봐라. 자력갱생으론 아무것도 못 한다'는 비판이 쏟아질까 우려한 건 아닌가 싶은 글입니다.

2주 전 박수성 기자가 소개한 김병연 서울대 교수의 견해에 따르면 북한이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은 과거 무너진 소련이나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모두 시도했던 일들이었다고 합니다.

경제는 과학이고 공산국가들에서 시도했던 자구노력이 모두 실패한 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라면서 북한이 아무리 애를 써도 사회주의 방식을 고수하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김교수는 강조했습니다.

김교수의 주장을 되새기면서 시지프스의 신화가 떠올랐습니다.

알베르 카뮈라는 실존주의 작가가 시지프스의 신화를 인간의 존재를 규정하는 부조리한 조건을 상징한다고 의미 부여를 했다고 합니다.

카뮈의 해석을 패러디해 북한에 적용하면 이런 정도가 아닐까요?

신들에게 미움을 받은 시지프스처럼 북한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사회주의를 지키느라 핵무기라는 금단의 과일을 따먹은 죄로 영원히 돌을 굴려 올려야 하는 존재라고 말입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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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총비서는 15일 전원회의 개회사에서 "지금이야말로 조선혁명 특유의 생명력인 백절불굴(百折不屈; 백 번을 꺾여도 굴하지 않는다)의 혁명정신과 자력갱생, 간고분투(艱苦奮鬪;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면서 있는 힘을 다해 싸운다는 뜻의 북한어)의 투쟁 기풍이 최대로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자 노동신문이 다음날 "조선혁명 특유의 생명력-백절불굴의 혁명정신과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투쟁기풍"이라는 정론 형식의 긴 글로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카뮈식으로 해석하면 북한 스스로 자신의 존재 조건을 '핵무장한 사회주의 국가'로 규정하고 그에 맞게 살아가려는 것 같네요.

안타깝다는 생각이 저만 드는 건 아니겠지요.

<창 넘어 북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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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pzcmari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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