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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美·中 대립 상징 대만 고리로 ‘전쟁할 수 있는 국가’ 박차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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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력 강화·헌법 개정 가속화

美 바이든, 中은 전방위 압박·대만엔 애정

대만 문제 ‘전략적 모호성’ 정책 폐기하고

‘전략적 명료성’으로 전환 전망 나올 정도

美 외교협회장 “대만 지지 명확해야” 주장

스가 외교고문, 美 정책 전환 대비책 주문

日 스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

전면에 내세워 中과의 대립 구도 분명히

‘방위비 GDP 1%내 편성 방침’ 파기 조짐

美·佛·호주 등과 육·해상 합동군사훈련

우익, 헌법에 자위대 근거 추가 호기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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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육군 병력이 지난달 15일 일본 규슈 기리시마훈련장에서 실시된 미국·프랑스·일본 연합기동훈련 중 일본 육상자위대의 CH-47 치누크 헬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기리시마훈련장=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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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하면서 일본이 대만 문제를 고리로 군사력 강화와 헌법 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을 겨냥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구상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이래 가속도가 붙은 전쟁할 수 있는 국가 일본의 길을 넓혀주고 있다.

◆대만, 미·중 대치의 상징 부상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대만 카드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외교·안보·경제·산업 전 분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이상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대만을 공개적으로 중시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1979년 미·중 수교 이래 유지돼 온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 정책이 폐기되고 전략적 명료성(Strategic Clarity)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대만 문제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이란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중국의 대만 공격과 대만의 독립 움직임을 동시에 억제하고 동아시아의 현상을 유지한다는 개념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9월 초 아베 신조 정권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으로 넘어가던 시점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는 주목할 만한 소논문이 게재됐다.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CFR) 회장이 ‘미국의 대만 지지는 명확해야 한다(American Support for Taiwan Must Be Unambiguous)’라는 글에서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 정책이 더 이상 중국의 대만 공격 의사를 억지하는 데 효과가 없다며 전략적 명료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스 회장은 전략적 명료성에 대해 “대만에 대한 중국의 어떠한 무력 사용에 대해서도 미국이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하는 정책”이라며 “(전략적 명료성으로의) 변화는 대만해협에서 억지력을 개선하고 미·중 충돌과 같은 전쟁 가능성을 감소시킴으로써 장기적으로 미·중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대만 문제 전문가인 공유식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18일 미국의 변화에 대해 “과거엔 미국이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취하면서도 중국·대만에서 이익을 취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미·중이 충돌까지는 아니지만 경쟁 관계가 되니 반중 전선을 형성하려고 한다”며 “결국 중국을 직접 자극할 수 있는 핵심 이익, 주권 문제가 달린 대만 문제를 부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스 회장의 글은 일본 우익에 큰 영향을 줬다. 스가 총리의 외교 고문인 미야케 구니히코(宮家邦彦) 내각 관방참여(官房參與)는 스가 정권 출범 다음날인 지난해 9월17일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 기고에서 하스 회장의 글을 소개하면서 “대만의 유사(有事·전쟁과 이에 준하는 긴급 사태)는 일본의 유사”라며 미국의 정책 전환 가능성에 대한 일본의 대비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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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대만에 무상 제공하는 124만회 접종분의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지난 4일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일본항공(JAL) 편에 실리고 있다. 나리타국제공항=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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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정권, 친대만 행보 본격화

실제 스가 정권의 중국 대치 자세는 아베 정권보다 확연하다. 아베 전 총리는 외교·안보적으로 친미 일변도 정책을 전개하면서도 경제협력이 필요한 중국과의 대립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2016년 8월 일본 주최 아프리카개발회의(TACAD)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을 처음 밝힌 뒤에도 중국의 전략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협력할 부분이 있다고 하는 등 이중적 자세를 유지했다.

스가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을 전면에 내세워 중국과의 대립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의 동생이자 친대만 성향의 기시 노부오(岸信夫) 중의원(하원) 의원을 방위상에 임명한 것은 예고편이었다.

지난 4월1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1969년 이후 처음으로 대만해협 평화·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달 27일 화상으로 진행된 유럽연합(EU)·일본 정상회담 공동문서에도 대만 문제가 언급돼 향후 일본 외교안보에서 대만 문제가 최대 현안일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백신난을 겪는 대만에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24만회분을 무상지원하면서 친대만 공공외교도 강화하고 있다. 또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 제조업체인 대만 TSMC의 연구·생산 거점 유치를 추진하는 등 국가안보 관점에서 대만 첨단기술 산업계와의 연대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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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 개헌 향한 절호의 기회 인식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그 시점을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올해(지난 4월 대만 정보기관인 국가안전국 보고 인용 보도)이니, 6년 이내(3월9일 필립 데이비슨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이니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리버럴 성향의 일본 아사히신문도 대만 관련 시리즈를 시작한 첫날인 지난 6일 △중국의 대만 본격 공격 △대만 낙도 침공 △사이버 공격과 같은 하이브리드전 △우발적 충돌 4가지 시나리오를 상세히 소개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은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사전문가인 다카하시 고스케(高橋浩祐) 영국 제인스디펜스위클리 도쿄특파원은 “중국이 군사력을 증강해 서태평양에 진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 일본, 호주군과 맞서 싸워야 하는 대만 공격을 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다”며 “미국 국방부로서는 해마다 3, 4월이 내년 예산 편성을 시작하는 시기여서 의도적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경향이 있어 좀 더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대만 문제를 외교 공간 확대를 넘어 군사력 강화의 빌미로 적극 활용할 태세다. 방위성은 다음달 발표될 올해 방위백서에 처음으로 ‘대만 정세의 안정은 우리나라(일본)의 안전보장과 국제사회의 안정에 중요하다’는 내용을 명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자민당 외교부회 회장 등 우익 의원을 중심으로 중국의 대만 침공을 겨냥해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일 정부가 연내에 외교·국방장관(2+2) 회의를 열고 가이드라인 개정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 대만에서 유사 사태가 벌어지면 일본 자위대는 미군에게 연료, 식량 보급 등 후방지원 역할을 담당하는 방향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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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 방위상은 지난달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방위예산 편성 시 1976년 이래 유지돼 온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이내 편성 방침에 얽매이지 않고 늘려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달 처음으로 규슈(九州)에서 미국·프랑스·일본의 육상훈련이, 동중국해에서는 미국·프랑스·호주·일본의 해상훈련이 실시되는 등 중국을 겨냥한 동맹 및 우호국과의 실기동훈련이 강화되고 있다.

우익 세력은 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는 듯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한국과의 불화에 이어 중국의 해양 진출과 대만 유사 사태를 부각해 헌법에 자위대의 근거 규정을 추가하려는 개헌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개헌이 1955년 자민당 창당 비원(悲願)이라고 규정한 아베 전 총리는 지난 4월 당 헌법개정추진본부 고문에 취임했다. 또 개헌 첫 단계로 인식되고 있는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지난달 중의원에 이어 이달 11일 참의원(상원)을 통과함에 따라 개정안 제출 3년 만에 성립됐다. 개정 국민투표법은 개헌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의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상업시설이나 역 등에 공동투표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지난달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는 개헌 찬반 비율이 역전하면서 개헌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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