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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바이든이 질문 받고 발끈...그 CNN 기자, 한국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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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CNN 케이틀린 콜린스가 2021 년 3 월 25 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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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 대통령이 자국 기자에게 독설(毒舌)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가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16일 미·러 정상회담 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CNN 기자 케이틀린 콜린스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뀔 것이라고 왜 그렇게 확신하느냐”고 질문했다. ‘두 나라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바이든 대통령 발언의 근거를 묻는 취지였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이 “내가 언제 확신한다고 말했느냐”며 발끈했다.

콜린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회담이) 건설적이었다’고 한 것에 대해 “푸틴은 회담에서 인권침해, 미 대선 개입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건설적일 수 있느냐”고 재차 물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신, 직업을 잘못 구한 것 같다”며 자리를 떴다. 얼마 안 가 그는 콜린스에게 “무례하게 말한 것을 사과한다”고 했다.

인상 깊었던 것은 대통령의 ‘사과’가 아니었다. 이 ‘해프닝’을 대하는 당사자들의 인식과 태도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과하면서 “좋은 기자가 되기 위해선 (항상)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했다. 콜린스는 이후 방송에서 “대통령의 사과는 감사하지만, 불필요했다”며 담담히 말했다. 백악관은 대통령이 ‘도대체(Where the hell)’와 같이 공격적 표현으로 기자를 쏘아붙인 상황을 속기록에 그대로 담았다. 미 언론들은 취재 과정에서 으레 생길 수 있는 일이라 여기는 듯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

친(親)민주당 성향 언론의 대명사인 CNN 소속 기자가 민주당 대통령과 설전을 벌이는 데에도 신기할 것이 없다. 콜린스는 트럼프 행정부 백악관도 출입하면서 대통령에게 ‘부적절한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출입 정지를 당했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백악관 출입팀장에 올랐다. 그러나 콜린스는 이날 논란 뒤 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에게 던지는 질문에 부정·긍정적 입장은 없다. 질문은 대통령이 사안을 보는 관점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런 일이 한국에서 벌어졌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야말로 ‘대형 사건’이 됐을 것이다. 불경한 질문을 던진 기자는 친여(親與) 지지층의 막말, 악플 세례와 문자 폭탄 등에 한동안 시달릴 것이다. 이 광경을 보는 동료 기자들은 위축된다. 현 정부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문빠’들이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기자들의 눈짓, 몸짓까지 트집 잡아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퍼붓는 경우를 가까이서 봐왔다.

현 정권은 악플·악성 문자 공격을 서슴지 않는 친문 팬덤을 ‘양념’ ‘에너지원’이라고 했다. 정부 비판 세력에 대한 도 넘는 폭격에도 제지 않고 ‘침묵’하는 방식으로 이를 조장해왔다. 이젠 대통령을 비판하는 개인을 겨냥해 직접 ‘좌표 찍기’를 한다. 우리 편이 아니면 ‘적폐’로 몰겠다는 의도를 숨길 생각도 하지 않는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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