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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최재형, 내달 정치참여 선언... 대선 출마결심 굳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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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장 사퇴한뒤 대선 출마 “조만간 생각 정리해 밝힐 것”

조선일보

최재형 감사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며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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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감사원장이 대선 출마 결심을 굳혔고, 7월 중으로 감사원장을 사퇴한 뒤 정치 참여 선언을 할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최 원장까지 정치 참여를 결심하면서 야권의 대권 레이스가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불 붙을 전망이다.

최 원장은 최근 정치 참여 결심을 전하면서 정치 참여 시기에 대해서도 7월 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여러 명의 관계자들이 전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도 “최 원장은 자신의 대선 출마를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최 원장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대선 출마 얘기가 나온다’고 묻자 “제 생각을 정리해 조만간(말하겠다)”이라고 밝혔다. 대선 출마를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최 원장은 ‘감사원장이 본인의 직무를 마치자마자 선거에 나오는 것이 정치적 중립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인가’라는 질문에 “그 부분엔 다양한 판단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 감사원장의 이 같은 발언이 사실상 대선 출마로 읽히자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나는 최 원장이 ‘헌법에 부여된 의무를 지키고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답변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망)”라며 “그렇다면 감사원이 했던 것(감사)을 전부 (정치적 편향으로) 되짚어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최 원장은 “그런 염려를 포함해서 저의 생각이 분명히 정리된 뒤에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고 했다. 최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여권의 최 원장에 대한 비판도 그의 정치 참여 결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과 접촉해 온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한 달 전 나와 통화했을 때와 오늘 (법사위) 발언을 비교해보면 상당히 출마 쪽으로 진전된 발언”이라며 “조만간 결심을 밝힐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최 원장이 정치 참여 선언 후 곧바로 국민의힘으로 입당할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감사원장을 그만둔 뒤 얼마간 시간을 갖지 않겠느냐”고 했다.

“감사위원 거부한 김오수를 검찰총장 임명하다니…”

최재형 감사원장과 대학 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야권 핵심 관계자는 18일 본지에 “최 원장은 감사원장이 될 때만 해도 대권에 ‘ㄷ’도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 최 원장이 대선 출마를 결심한 데는 김오수 검찰총장 임명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최 원장이 문재인 정부의 인사를 보고 이러다가 법치가 무너질 수 있다고 느낀 듯하다”며 “대선 출마를 자신의 소명으로 여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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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뉴스메이커 법사위에 총출동 - 최재형(가운데) 감사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대선 출마와 관련, “생각을 정리해 조만간 말하겠다”고 했다. 왼쪽부터 서욱 국방부 장관, 박범계 법무부 장관, 최 원장, 김상환 법원 행정처장, 김진욱 공수처장.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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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지난해 7월, 법무부 차관을 그만두고 변호사로 활동하던 김 총장을 차관급인 감사위원으로 제청해달라고 최 원장에 두 차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 원장은 감사원의 중립성을 헤칠 수 있다며 청와대의 요청을 모두 거부했다고 한다. 김 총장은 당시에도 조국·추미애 전 법무 장관 편에선 친여 인사로 분류됐다. 그런 김 총장을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임명하자 최 원장은 “이념이 나라를 망친다”고 주변에 말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여권의 전방위 공격을 받은 것도 최 원장의 정치 참여 결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을 만난 한 인사는 “최 원장이 ‘이래서 국가 시스템이 돌아갈 수 있겠나’라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전했다. 당시 감사원의 탈원전 감사에 대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집 지키라고 했더니 아예 안방을 차지했다”고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이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일부 야권 인사들은 최 원장의 정치 참여를 반기고 있다. 현재 야권 후보 중 지지율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동의하지 않는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른바 ‘반윤석열’ 성향 인사들이다. 이들은 정권을 교체해야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던 윤석열 전 총장으로는 곤란하기 때문에 대안 주자를 모색해왔다. 실제 일부 친박(親朴)계 인사들과 영남권 의원들은 최 원장에 호감을 보이면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북 지역 한 중진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지지도가 현재 영남에서 높지만, 이건 윤 전 총장이 현재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는 유력 주자로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결코 윤 전 총장 자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일 최 원장의 지지율이 두 자릿수로만 올라도 영남권 민심은 크게 출렁거릴 것”이라고 했다.

‘미담 제조기’로 불리는 최 원장 개인의 도덕성에 대한 기대도 정치권에서 커지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최 원장은 경기고등학교를 다니던 고교 2학년 때부터 다리가 불편했던 친구인 강명훈 변호사를 등에 업고 졸업할 때까지 2년 내내 등·하교 시켰다. 또 최 원장은 2남 2녀를 뒀지만, 두 아들은 입양해서 키웠다. 최 원장의 아버지는 6·25 때 대한해협 해전에서 큰 공을 세운 전쟁 영웅이다.

최 원장에게 업혀 학교를 갔던 강 변호사는 본지에 “지금 언급되는 대선 주자 중에 최 원장처럼 반듯한 사람이 있겠나”라며 “최 원장 같은 이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 원장은 최근 평소보다 늦게 귀가하는 경우가 부쩍 잦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가 지난 17일 오후 9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감사원장 공관을 찾았을 때 최 원장은 귀가하지 않았다. 공관 관계자는 “평소에는 일찍 오시는데 요즘은 조금 늦게 오시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최 원장은 이 공관에서 아내와 자녀들과 거주하고 있으며, 평소 오후 6시면 ‘칼퇴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헌법 기관장이 곧바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두고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함성득 한국대통령학연구소 이사장은 “월성 원전 감사 등 정치적 논란이 된 사안을 감사한 기관장이 야권 대선 후보로 출마할 경우 헌법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부를 수 있다”며 “검찰총장에 이어 감사원장까지 대선에 뛰어들면서 정치적 수사, 정치적 감사란 여권의 주장만 먹혀들 것”이라고 했다.

[조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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