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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與 '상위 2%만 종부세' 당론 채택…임대사업자 폐지는 백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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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18일 전체 의원 표결을 통해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9억원 초과’에서 ‘상위 2% 이내’로 축소하고, 양도세 비과세 기준액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4ㆍ7 재ㆍ보궐 선거 후 부동산 세제 완화 대책에 대한 갑론을박을 이어 오던 민주당에서 2달여 만에 찍은 종지부다.

이날 당론으로 채택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지난달 출범한 부동산특위가 마련한 안들이다. 우선 종부세는 1세대 1주택자에 한해 공시가격 상위 2%(현 11억원선) 이내에 드는 주택에 부과된다. 대신 다주택자의 종부세 기준은 건드리지 않는다. 이 개편안이 고위당정협의와 국회 입법을 거쳐 시행되면, 종부세 납부대상은 현행 18만3000명에서 8만9000명으로 절반가량 줄어든다. 약 9만명이 종부세 대상자에서 빠지는 셈이다.

양도세의 경우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 금액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늘려 세 부담을 줄인다. 대신 양도차익 규모별로 장기보유특별공제 상한을 설정해 양도차익이 큰 경우의 공제 비율을 줄였다. 양도차익 5억원까진 현행 기준(공제 비율 40%)을 적용하고, 5억원이 넘어가면 양도차익 규모별로 공제 비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민주당은 기존에 추진해왔던 다주택·다세대 주택임대사업자 폐지 정책는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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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세제 관련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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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전엔 부결된 세제 완화…표결 끝 확정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 후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종부세ㆍ양도세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약 1시간 표결을 진행한 결과, 양도소득세 비과세 상향 안과 종부세 2% 기준안은 과반을 득표해 다수 안으로 확정됐다. 당론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율은 최종 82.25%로 집계됐다. 구체적인 표결 결과는 밝히지 않았으나 “충분한 다수 안으로 됐다”고 설명했다.

종부세ㆍ양도세 세제 개편안은 민생을 강조하며 취임한 송영길 대표가 한달 넘게 공을 들인 내용이다. 송 대표는 취임 후 처음으로 부동산특위를 재편해 5선 중진 김진표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김 위원장은 4ㆍ7 재ㆍ보선 참패의 원인으로 부동산 민심 악화를 꼽으며, 세제 완화를 주장해왔고, 송 대표는 특위안을 자신의 핵심 정책으로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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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과 송영길 대표.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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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비교적 반대가 덜했던 재산세 완화와 달리 종부세ㆍ양도세는 여러 반대에 부닥쳐왔다. 고가의 주택 또는 주택 소유자에게 적용되는 세제이기 때문에 “집값 폭등 최대 피해자는 무주택자인데 왜 부자 세금부터 깎자고 하나”(진성준 의원)라는 비판을 특위 출범 전인 4월부터 받았다.

특히 종부세의 경우 애초 노무현 정부 때 초호화 주택 소유자를 대상으로 설계된 세제인 터라, ‘종부세 완화=부자 감세’라는 인식이 반대 측 논리에 있었다. 지난달 27일 정책 의총에서 이러한 논리로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이후 부동산특위와 이를 지원하는 송영길 대표가 특위안 관철을 주장했지만, 친문(親文ㆍ친문재인) 성향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 등 소속 의원 60여명은 지도부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며 맞섰다.



막판까지 진통…종부세·양도세 개별 투표



민주당의 이날 종부세·양도세 완화 결정이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는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시작됐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표결 준비까지 다 해놓고 있다”며 결론을 내려달라고 당부했다. 당초 한 방송사가 생중계하기로 됐던 회의는 윤 원내대표 발언 이후 갑작스레 전면 비공개로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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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 앞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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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선거 패배의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민심”이라고 적시된 보고서를 소속 의원 전원에게 돌렸던 김진표 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은 이날 “현행 종부세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가혹한 측면이 있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재차 배포한 뒤 직접 프레젠테이션(PT) 발제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4ㆍ7 보궐선거에서 서울 89만 표 차, 부산 43만 표 차, 총 132만 표 차로 졌다. 내년 대선에도 서울ㆍ부산에서 100만표 이상 지면 이길 수 있겠느냐”며 부동산 세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대 입장 PT는 친문 진성준 의원이 진행했다. 진 의원은 “종부세·양도세 완화론은 부자들을 위한 감세안”이라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훼손하고, 집값 폭등에 절망하고 있는 청년과 신혼부부, 무주택 서민들의 분노와 저항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국 무주택 888만 가구의 좌절과 분노를 헤아려야 한다”며 “종부세 면세 대상이 되는 소유자는 9만여명인데 이들의 세금을 깎아주면 정말 100만표가 돌아오냐”고도 했다.

발제 후엔 찬ㆍ반 토론도 이어졌다. 찬성 측에선 민병덕ㆍ박성준ㆍ유동수 의원이, 반대 측에선 김종민ㆍ신동근ㆍ오기형 의원이 나섰다. 이들은 “조세제도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한다고 받아들여진다면 지지 철회는 불 보듯 뻔한 것”(박성준), “선거를 부동산 때문에 졌다고 판단해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나서는 건, 정책의 일관성에 맞지 않는다”(김종민)고 주장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3시간이 지나도록 의견이 좀처럼 모이지 않자, 표결에 부치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엔 표결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책을 다수결로 정하는 건 옳지 않다”(비례대표 초선), “주말에 논의를 더 해보자”(수도권 중진)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송영길 대표는 마무리 발언을 자청해 “의견을 확인하는 차원에서라도 표결은 하자”며 ‘표결 강행’ 승부수를 던졌다. 개표 결과, 부동산 세제 완화안은 당론으로 채택됐다.



송영길의 첫 성공사례…임대사업자 폐지 백지화는 씁쓸



이날 송 대표의 승부수가 통하면서, 민주당은 4·7 재·보선 패배의 주원인으로 거론됐던 부동산 정책 변경에 성공했다. 송 대표가 5·2 전당대회에서 부동산 정책 변경을 걸고 당선된 지 한 달 반만이다. 당내에선 “당이 ‘우리만 옳다’고 고집부리던 모습에서 국민 눈높이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됐다”(수도권 재선 의원), “송 대표의 리더십이 가까스로 자리잡았다”(초선 의원)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난 격렬한 당내 갈등은 향후 부담이다. 송 대표가 전당대회 공약으로 내걸고 부동산 세제 완화를 추진했음에도, 표결까지 가는 끝에 가까스로 특위안이 당론으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선거 패배 후에도 정책의 선명성과 연속성만을 강조하는 의원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이런 체질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대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당 부동산 특위가 지난달 확정한 주택임대사업자 제도 개편안을 발표 20여일 만에 뒤집은 것도 논란거리다. 고 수석대변인은 이날 의총 직후 주택임대사업자 제도 개편안에 대해 “정부와 같이 논의해서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대책을 내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부동산 특위가 기존 아파트에 이어 다세대ㆍ다가구 주택까지 임대사업자 제도 자체를 폐지하기로 한 것을 사실상 백지화한 것이다.

민주당의 정책 백지화는 자동 말소 후 6개월 내 집을 팔지 않으면 무거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임대사업자 제도 개편 방향을 묻는 말에 고 수석대변인은 “주택 임대사업자 제도에 대해선 더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면 혼선이 있기 때문”이라고만 답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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