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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PICK] 철학하는 프랑스, 전통의상 꺼내는 중국…다른 나라의 '수능'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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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출근시간까지 조정할 정도로, 수능 시험일은 중대한 날입니다. 대학입학 자격시험(이하 '수능')이 인생의 중요 관문인 건 다른 나라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이 긴장되는 시험이 최근 프랑스와 중국에서 치러졌습니다.

프랑스의 '수능' 격인 바칼로레아 일정이 현지시간 17일 시작됐습니다. 2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바칼로레아는 20점 만점으로,10점 이상을 받으면 국립대학에 진학할 자격이 생깁니다. 일반 계열을 기준으로, 프랑스어 점수와 전공·철학·구술시험 점수를 포함한 종합시험, 그리고 학기 중 수시평가로 최종 점수가 결정됩니다.

지난해에는 과제와 학업성취도 평가 등으로 대체됐지만, 올해엔 53만 5천 명의 응시생이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4시간 동안 시험을 쳤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논술 문제를 전했는데 일반 계열의 경우 '토론은 폭력을 포기하는 것인가?' '무의식은 모든 형태의 의식에서 벗어난 것인가?' '우리는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가?' 등이 출제됐습니다.

기술 계열에서는 '법을 어기는 것이 항상 부당한가?' '안다는 것(savoir)은 아무것도 믿지 않는 것(ne rien croire)인가?' '기술은 우리를 자연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가?' 등이 나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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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학입학시험 바칼로레아 일정 시작 / 출처: 유튜브 France 3 Pays de la Lo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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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끝낸 뒤 학생들은 "지난 1년 동안 제대로 공부할 수 없었다" "원격 수업 등 매일 새로 생기는 규칙들에 끔찍했다" "시험은 정오까지인데 몇몇은 10시 반에 나갔다. 나도 망쳤다는 걸 안다" 등 저마다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로 정상적인 수업이 어려웠기에 시험 준비도 어려웠다는 항변인데, 사실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쉽게 접근할 만한 문제들은 아닌 걸로 보입니다. 유럽에서 여러 우스갯소리가 통용될 정도로, 프랑스인의 지적 자부심은 대단한데, 시험 문제에도 이런 면이 투영된 듯 합니다.

중국에서도 '수능' 격인 가오카오(高考)가 지난 7일부터, 지역에 따라 10일까지 진행됐습니다. 무려 1천78만 명이 시험을 봤고, 감독관만 100만 명 가까이 동원됐다고 합니다.

코로나 상황에도 수험생 어머니들은 전통의상인 치파오를 입고 수험장에서 자녀를 응원했습니다. 이날 평생 처음 치파오를 입은 엄마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청(淸)대 의상인 치파오의 치(旗)는, 한자성어 '치카이더성(旗開得勝)'의 첫 글자와 같습니다. 치카이더성이 '군대가 깃발을 펼치자마자 승리를 얻는다'는 뜻이기 때문에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길 기원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치카이더성'을 거쳐 '치파오'까지 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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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파오를 입고 자녀의 가오카오 시험을 응원하는 중국 어머니들 / 출처: 중국 탄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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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상적인 부대행사에 더해 올해엔 가오카오 문제들도 관심을 받았습니다. 특히 작문 문제로는 '할 수 있는 일과 유망한 일', 자신의 발전 방향과 이상, 시간과 가치에 대한 생각 등을 서술하라는 문제가 출제됐다고 하죠.

이를 두고 관영 중국망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탕핑주의'에 대한 당국의 반응으로 보인다며, 사회가 젊은이들의 생활조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의 국가교육고시지도위원회도 '2021 가와카오 작문 주제 8가지'를 발표하면서, 이는 모두 새 시대 청년들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탕핑'은 똑바로 드러눕는다는 뜻으로, 탕핑주의는 최근 중국 청년층의 박탈감을 드러내는 표현입니다. 죽을 힘을 다해 노력했지만 삶이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청년들이 몸과 마음이 지쳐버리면서 아예 더는 노력하지 않고 최소한의 욕망만 유지하며 생활하는 걸 가리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88만 원 세대, 3포 시대, 6포 시대 등 젊은 층의 박탈감이 신조어까지 만들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는데, 어딘지 닮은 구석이 있는 듯 하죠.

철학하는 프랑스, 다분히 현실적인 중국.

11월 18일 수학능력시험까지 딱 5개월을 앞두고, 다른 나라의 미래세대에 주어진 과제를 보면서 우리의 수능은 어디를 지향하고 있는지 문득 돌아보게 됩니다. / 신은서 기자

신은서 기자(chos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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