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2억 휴지되나요?"…잠 못 이루는 17만 아시아나 개미주주

한국거래소는 지난 17일 전직 임원이 배임 혐의로 기소된 아시아나항공을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으로 결정했다고 결정했다. 거래 재개를 기대했던 17만 소액주주들의 바람과 달리 아시아나항공의 거래 재개 시점은 더욱 멀어졌다. [매경 DB]

"내 돈 2억은 휴지되나요. 거래정지 20분 전에 입성했는데..."

"살려주세요. 불안합니다. 거래 재개전까지 잠도 못 잘것 같습니다."

대형 포털 사이트의 주식 게시판에 올라온 아시아나항공 주주들의 글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로 인한 아시아나항공의 거래정지가 장기화되고 있다. 조기 거래재개를 기대했지만 이제는 상장폐지 실질심사까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시총 1조3000억원, 소액 주주 17만명의 아시아나항공 매매거래가 정지된 지 20여일 동안 다른 항공사들의 주가가 더 오르면서 주주들의 속이 더 타들어가고 있다.

거래정지 풀릴 줄 알았는데 상폐 심사까지 갔다

18일 증권가에 따르면 전날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아시아나항공은 전직 임원이 배임 혐의로 공소제기된 사실을 공시함에 따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라며 "거래소는 아시아나항공을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으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거래정지를 풀지 않고 외부인사 등이 참여한 기심위에서 상장폐지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거래 재개 시점은 더 늦춰지게 됐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7일 박삼구 전 회장과 전 재무담당임원 1명이 기내식 사업권을 저가에 양도하는 등 횡령 ·배임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배임 금액은 6917억원이다. 공시 당일 아시아나항공은 거래정지를 당했고 오늘까지 23일째 거래정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뿐만 아니라 자회사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도 모두 거래정지 중이다.

기심위는 20영업일 이내에 상장 적격성 심사를 하도록 돼있다. 상장 유지나 상장폐지, 또는 개선 기간 부여(1년 이내) 중에서 최종 선택지를 고르게 된다. 상장 유지를 결정해야 즉각 거래가 재개된다.

시장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거래재개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박 전 회장이 이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이고 아시아나항공도 대한항공으로 인수되는 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횡령·배임 금액이 너무 컸던 점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횡령·배임 금액이 자기자본의 5%가 넘으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되는데 아시아나항공은 63.5%나 된다.

개미들 한숨에도 증권가 "거래 재개되면 오를 것"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되면서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그룹 계열사가 지난달 27일부터 일제히 거래가 정지됐다. 사진은 박 전 회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의 거래정지가 장기화되면서 주주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월 3대 1 감자를 진행해 주가가 연초 대비 오히려 하락한 상황이다.

대한항공(57.7%), 제주항공(52.0%), 진에어(71.1%), 티웨이항공(81.4%) 등 다른 항공주는 모두 연초 대비 크게 올랐는데 아시아나항공만 거래정지 직전 주가 기준으로 연초 대비 4.4% 하락했다.

특히 거래정지 기간 동안 항공주 주가가 더 올랐다. 이달 초 정부에서 해외 단체여행 허용, 백신접종 완료자의 자가격리 면제 등의 백신 인센티브와 버블 트래블(여행 안전권역) 추진을 발표하면서 해외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이 거래정지된 지난달 27일부터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 각각 15.0%, 52.5% 오른 것을 비롯해 대한항공(6.8%), 진에어(6.6%)도 일제히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는 우호적인 의견도 나온다.

상장폐지까지 갈 가능성은 크지 않은 만큼 거래가 재개되면 주가가 강하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항공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피인수 이후 현금이 들어오는 구조"라며 "대형항공사(FSC)의 비용을 쓰고, 저비용항공사(LCC)의 매출을 추구하던 기업으로, 누구보다 정상화가 쉬운 구조다. 상장폐지실질심사 통과 이후 가장 많이 오를 항공주"라고 말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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