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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공유숙소’서 성폭행… “에어비앤비, 고소 말라며 79억원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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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Airbnb)가 미국 뉴욕의 한 숙소에서 성폭행 피해를 입은 여행객에게 “고소하지 말라”며 비밀 합의금으로 700만 달러(약 79억원)의 거액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에어비앤비 숙소에서는 연간 수천 건의 성폭행이 일어나지만, 이용자들은 회원가입시 동의한 약관 때문에 법적 청구를 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선일보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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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블룸버그 통신이 15일(현지 시각) 경찰과 법원 기록 등을 토대로 작성한 기사를 통해 수년만에 알려졌다.

지난 2016년 새해 전야를 맞아 호주 출신 여성 A(29)씨는 친구들과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했다. 숙소 열쇠는 인근 식품잡화점에서 수령하는 방식이었는데, 가게 측은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고 A씨에게 열쇠를 내줬다고 한다.

자정이 지나 A씨는 다른 친구들은 술집에 남겨둔 채 숙소로 돌아왔다. 화장실에 숨어 있던 성폭행범은 A씨에게 날카로운 부엌 칼을 내밀며 위협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

범인은 A씨 전화를 갖고 도망쳤지만, A씨는 태블릿으로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다. 경찰은 아파트 입구에서 1시간 이상 잠복한 끝에 되돌아온 범인을 검거했다. 범인의 가방에서는 칼, A씨의 귀걸이 한 쪽과 함께 아파트 열쇠 다발이 발견됐다.

에어비앤비 측은 “회사에게 책임을 물리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A씨에게 수표로 700만 달러(약 79억원)를 지급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범행은 언론을 통해 보도되지 않았고, A씨는 법정에서도 에어비앤비를 거론하지 않았다. 경찰 조서나 검찰 고소장에도 에어비앤비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배상금이 일종의 ‘입막음’이 된 것이다.

이 같은 배상금은 에어비앤비가 지급한 합의금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최근 에어비앤비는 이 사건처럼 회사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과 관련해 매년 5000만 달러(약 570억원) 비용을 들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여기에는 숙박 중 숙소가 훼손돼 집 주인에게 물어준 돈도 포함됐다.

전직 에어비앤비 직원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회사가 매년 수천 건의 성폭행 혐의를 처리하고 있다”며 “대부분은 강간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의 전자 기록에는 관련 혐의 소송이 단 한 건만 확인된다.

피해배상 소송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에어비앤비 이용약관에 “숙박 중 발생하는 부상이나 스트레스에 대해 법적으로 청구하는 것은 금지된다” “분쟁 상황시 기밀을 유지하며 (회사 측의) 중재를 받아야 한다”고 나와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사건 발생 후 5년 이상 지난 현재까지 에어비앤비는 열쇠와 관련된 명확한 규칙을 만들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도, “집 주인에게 자기 집에 들어가는 법에 대해 지시할 수 없고, (문제 없는 집주인이) 플랫폼에 등재하지 못하게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적으로 누구나 자기 집에서 다른 사람에게 돈을 받고 방을 빌려줄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에어비앤비 대변인은 영국 가디언지와 인터뷰에서 “합의 후에도 성폭행 피해자는 자신의 경험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근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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