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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美 대북대표 방한 전날 "대화" 말한 김정은..."美 정책동향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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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

...특히 대결 준비해야" 전원회의 발언

대미 비난·적대시정책 언급 없어

향후 미·중 갈등, 전략적 활용 가능성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 방향을 발표한 뒤 처음 대미 메시지를 냈다.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는데,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나온 발언이다.

중앙일보

17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3일차 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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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대화ㆍ대결" 동시 언급



1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인 17일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을 언급하며 "우리 국가의 존엄과 자주적인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평화적 환경과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밝힌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것"이라는 입장의 연장선이지만, 그보다 유연해진 태도로 볼 소지가 있다. 대결보다 대화를 먼저 언급했고, 기존에 일삼던 대미 비난이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 요구도 없었다.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이는 대내용 강경 메시지 측면이 크다.

이를 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대화와 외교에 방점을 찍은 것을 북한도 나름대로 평가한다는 제스처를 보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의 원칙적인 '강경' 입장 대신 이번엔 원칙적인 '온건' 입장을 대신 들고 나온 것"이라며 "지금까지 협상 행태를 볼 때 북한이 곧바로 대화에 나오진 않더라도 미국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만한 명분을 달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대화에 방점이 찍혔으며, '대결'도 언급한 건 대화 테이블이 마련됐을 때 더 유리한 입장을 갖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17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3일차 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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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대북대표 방한 직전 신호 보내기?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특히 새로 출범한 미 행정부의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정책동향을 상세히 분석하시고 금후 대미관계에서 견지할 적중한 전략전술적대응과 활동방향을 명시하시였다"고 보도했다. 영문판에서는 해당 문장의 '금후'가 'in the days ahead'(다가올 며칠 안에)로 번역됐다.

한글 원문이 대내ㆍ대남용이라면 영문판 번역본은 대미ㆍ대국제사회용으로 볼 수 있는데, 예상보다 가까운 시일 안에 추가적인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다만 전원회의가 아직 진행 중인만큼 북한에서 추가로 낼 메시지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이 첫 공식 반응을 내는 데 두 달 가까이 걸린만큼 당분간 탐색전을 이어갈 것이란 지적도 있다.

실제 다소 유연해졌다고는 하지만 "준비돼 있다"는 표현에는 여전히 미국이 먼저 의미 있는 제안을 해야 응할지 말지 판단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렸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또 "우리 국가의 전략적 지위"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사실상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전제로 미국을 상대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시사한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이 대화에 준비됐다기보다 아직까지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판단이 제대로 안 서서 다소 중립적이고 불명확한 입장을 낸 걸로 보인다"며 "당장은 경제난, 식량난 등 내부적인 어려움 해소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19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방한하는 성 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국에 머무는 기간 중 판문점 방문 등을 통해 북 측과의 접촉을 꾀할지는 미지수다. 당국자들은 아직까지 선을 긋고 있지만, 북한이 전향적 태도를 보일 경우 굳이 접촉 기회를 피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국무부 측은 김 대표가 "한국의 고위관리, 학계 및 시민사회 인사들과 만날 것"이라고 17일 밝혔다. 한편 이번 방한에는 정 박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도 동행하는데 미 국무부는 박 부차관보를 '대북정책특별 부(deputy)대표'로 소개했다.



③ 美 대북정책 어떻게 파악했나



김 위원장이 "미 행정부의 정책 동향"을 언급한 것과 관련, 북한이 어떤 경로로 미국의 대북 정책을 파악했는지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미국은 지난 4월 대북정책 검토 작업을 완료한 뒤 구체적 내용을 북한에게 설명하기 위한 대화를 제안해 왔다. 지난 2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우리의 정책을 북한이 알도록 했다"면서도 "북한이 (대화의) 기회를 잡길 바란다"고 말해 당시까지 북ㆍ미 간 대화가 이뤄지지는 않았음을 시사했다.

또 김 위원장이 '정책'이 아닌 '정책 동향'을 분석했다고 말했다는 점에서, 북측이 미국으로부터 아직까지 대북정책과 관련한 설명을 직접 듣지는 않았을 수 있다. 다만 언론 보도와 한·미 정상회담 결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참여한 다자 정상 행사의 결과물 등을 근거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과 대원칙 등을 검토하는 작업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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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3일차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앉아있는 주석단 쪽을 바라보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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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미ㆍ중 대결구도' 활용 시사?



김 위원장은 또 17일 전원회의에서 "최근 시기 국제정치무대에서 일어나고있는 주되는 변화들과 우리 혁명의 대외적환경에 대하여 개괄하시고 평가를 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또 김 위원장이 "우리 국가의 전략적지위와 능동적역할을 더욱 높이고 유리한 외부적환경을 주동적으로 마련해나갈데 대하여 언급했다"고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국제정치의 주된 변화'는 미ㆍ중 대결 구도를 지칭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향후 미ㆍ중 관계 속 자신의 전략적 위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리룡남 주중 북한 대사가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는 등 최근 북ㆍ중 관계 강화에 나선 바 있는데, 이를 지렛대로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 할 가능성이 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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