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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4호선 담배남' 폭행 혐의로만 송치… 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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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안에서 담배 피우며 말리는 시민에 폭언

검찰 송치됐지만, 흡연 아닌 별도 폭행사건으로

감염병예방법·철도안전법 위반 과태료 부과만 가능

“담배 필 때 내뿜는 호흡 커 밀폐공간서 절대 금지

과태료 부과 수준 넘어서는 더 강력한 조치 취해야”

세계일보

유튜브 캡처


한 남성이 서울 지하철 열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이를 말리던 시민에게 폭언하는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돼 네티즌들의 공분을 산 가운데, 경찰이 이 남성을 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폭행은 지하철에서 내린 후 벌어진 별개 사건으로, 객차 내 흡연 행위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감염병 확산 속에 밀폐된 공간에서 담배연기를 내뿜었지만, 현행법상 과태료 부과 대상에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지하철 내 흡연, 형사처벌 아닌 과태료 부과 대상

1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북경찰서는 30대 남성 A씨를 폭행 혐의로 지난달 7일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앞서 지난 4월 30일 오후 6시30분쯤 당고개행 4호선 열차에서 마스크를 내린 채 담배를 피우다 승객들에게 제지당해 수유역에 내린 뒤 지나가던 다른 시민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지난 5일 59초 분량의 영상으로 유튜브에 올라와 뒤늦게 알려졌다.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며 18일 오전 10시 기준, 조회수는 약 254만회를 기록 중이다.



영상 속에는 A씨가 마스크를 턱 쪽으로 내린 뒤 흡연하는 모습이 담겼다. 퇴근시간대였던터라 열차 안은 승객들로 가득했다. 담배를 피우는 A씨 모습에 승객들은 황당해하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듯 보였다.

참다 못한 한 승객이 “나가서 피우셔야지”라며 제지하자 A씨는 “제 마음이잖아요. 솔직히 연기 마신다고 피해 많이 봐요?”라고 맞받아쳤다. 승객이 담배꽁초를 빼앗자 A씨는 새 담배를 꺼내 피우려다 연거푸 제지당했다. 이에 A씨는 말리는 승객에게 “꼰대 같다”며 욕설을 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결국 A씨는 승객들에 이끌려 수유역에 내렸다. 열차 안에서 나온 A씨는 지나가던 시민을 폭행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신고를 받은 역무원과 지하철보안관이 출동해 A씨를 경찰에 인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A씨에 대해 폭행 혐의만을 적용했다. 담배를 피려고 마스크를 내린 것은 감염병예방법 위반, 지하철 내 흡연은 철도안전법 위반인데, 모두 과태료 부과 대상이기 때문이다. 감염병 유행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지하철 내 흡연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역사 내에서 다른 사람을 폭행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출동했으며, 폭행 혐의만 적용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전했다.

현행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벌금형과 징역형까지 이르는 처벌이 내려질 수 있는 경우는 거짓 진술 등 역학조사 위반을 하거나 격리 조치를 거부하고 따르지 않는 행위 등이다. 역학조사 위반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입원·치료·격리 조치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지난해 자가격리 기간에 지인과 생일파티를 하고 파티 영상을 올려 방역지침 위반 논란이 일었던 유튜버 국가비씨는 감염병예방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돼 경찰 수사 후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검찰은 국가비씨에게 재판에 넘기지 않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감염병예방법 위반 10만원, 철도안전법 위반 30만원...“더 강력한 조치 필요”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열차 내에서 흡연하는 동영상이 논란이 되자 A씨에게 철도안전법 위반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서울시에 과태료 부과를 요청하기로 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열차 내에서 흡연하는 것은 철도안전법 위반이다”며 “(A씨가) 영상 속에서 마스크를 내린 것이 확인돼 감염병예방법에도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경찰에게 신상을 요청한 상태이며, 확인되면 과태료 부과 요청을 서울시에 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담배를 피기 위해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행위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철도안전법 제47조에 따라 열차 내 흡연은 1회 적발시 30만원, 2회 적발은 60만원이 부과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마스크를 내린 상태로 열차 안과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호흡하면 에어컨 바람을 타고 넓게 퍼진다”며 “담배를 피우는 것은 내뿜는 호흡이 크기 때문에 감염 여부를 떠나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위다”고 말했다. 이어 천 교수는 “이번 경우와 같은 상황은 과태료 수준을 넘어선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한서 기자 janghan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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