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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김재호의 생명이야기]<215> 질병의 자연 치유는 최고 명의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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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불치병이나 난치병에 걸린 사람이 깊은 산 속에 들어가 민간요법으로 전해 내려오는 어떤 약초를 먹고 병이 나았다거나 암에 좋다는 어떤 음식을 꾸준히 먹었더니 병원에서 치료를 포기한 암이 나았다는 이야기는 가끔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요즘 이러한 자연 치유 사례를 체계화하여 환자들을 공기 좋은 산 속에 숙식시키면서 나름대로의 건강식을 제공하고, 생활을 지도하며, 자연 치유를 추구하는 요양원도 여러 곳 운영되고 있다.


전문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어떤 질병이 나으면 대체로 자연 치유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사전에서는 자연 치유를 ‘자연환경을 이용하여 질병을 고치는 일’ 또는 ‘인위적인 치료를 하지 않고 신체의 회복 능력을 북돋워 질병이 저절로 낫거나 몸이 회복되도록 하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자연 치유는 눈여겨보면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대체로 어떤 약초나 음식에 들어있는 특별한 성분이 몸 안에서 질병을 직접 낫게 하므로 자연치유가 일어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항암효과로 소문난 천연 식품들이 암세포를 직접 죽이기 때문에 암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여 이런 식품을 항암 식품이라 부르는데, 우리는 어떤 식품이 항암 식품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과연 어떤 음식이 자연 치유를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 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는 핵 안에 자신만의 설계도가 들어있다. 인간 설계도는 2만여 개의, 프로그램 형태의 유전자에 들어 있으며, 이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우리는 질병에 걸리는데, 지난 2003년에 알려진 유전자 지도는 어느 염색체의 어느 곳에 있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길 때 어떤 질병에 걸리는지를 보여준다.


유전자가 변질될 때 질병에 걸리기 때문에 질병이 낫기 위해서는 변질된 유전자가 정상으로 돌아와야 하며, 그러지 못하는 세포는 죽어야 한다. 유전자 가운데는 변질된 유전자를 원래의 모습으로 복구해주는 유전자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p53이라 부르는 종양억제유전자다. p53 유전자는 변질된 유전자를 복구하며, 너무 많이 손상되어 복구가 어려운 세포는 스스로 죽게 만든다. 이런 일은 인간 설계도에 들어있는 최고 명의가 하는 일이며, 이것이 자연 치유다.


아니, 어떤 사람 보니까 어떤 음식 먹고 질병이 낫던데, 무슨 소리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물론 음식에 들어있는 어떤 성분이 질병이 낫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이러한 성분이 유전자를 구성하고 있는 DNA의 염기서열에 생긴 문제를 바로잡을 수는 없으므로 질병을 직접 낫게 할 수는 없으며, 질병을 낫게 하는 것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최고 명의의 작품이라는 뜻이다.


어떤 음식 먹고 병 나은 사람을 어떻게 설명할 거냐고 묻는다면? 최고 명의가 일하는 방식을 살펴보자. 최고 명의는 우리 몸 안의 세포 안에서 각각의 유전자들이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는 주체로 유전자에 들어있다. 최고 명의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영양소를 적절히 공급하고, 해로운 물질을 너무 많이 제공하지 말아야 하며,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균형된 식사는 질병을 직접 낫게 하지는 않지만, 최고 명의가 일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를 적절히 공급해 주고, 최고 명의가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므로 결과적으로 질병이 낫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필요한 영양소를 적절히 공급하고, 해로운 물질을 너무 많이 제공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식이요법은 좋은 방법이 아니며, 균형된 식사가 정답이다.


예를 들어보자. 편식을 하는 경향이 있는 어떤 사람이 식이섬유나 항산화제가 부족하여 어떤 질병에 걸렸을 때 식이요법으로 어떤 과일이나 채소, 통곡식을 많이 먹으면, 이러한 음식에는 식이섬유나 항산화제가 많이 들어있어 그 질병은 나을 가능성이 있다. 이럴 때 사람들은 이 식이요법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식이요법보다는 과일과 채소, 통곡식을 균형있게 먹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뜻이다.


식이요법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특정 음식을 많이 먹는 식이요법을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어떤 영양소는 넘치고, 어떤 영양소는 부족하여 영양의 균형이 무너지므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질병의 예방과 자연 치유를 위해서는 식이요법보다는 최고 명의에게 일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는 과일과 채소, 통곡식 위주의 균형된 식사를 하는 것이 더 좋다.


김재호 독립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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