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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튀어야 팔린다'…은행 특판도 'MZ세대'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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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은행 정기적금, 2년래 가장 낮은 수준

주식·가상화폐로 눈돌린 고객층 크게 늘어

은행권, '스토리' 담은 테마형 특판으로 고객몰이 나서

아시아경제

(사진출처=LCK 위클리 스피드 유튜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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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최근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 리그에서 한 관객이 들어 올린 응원 팻말 문구가 화제가 됐다. 응원 팻말 문구에 ‘화이팅 젠지(GEN.G), 내 LCK(LoL 챔피언스 코리아) 적금 이율을 책임져’라고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 성적이 좋아야 은행 적금 상품의 이자를 잘 받을 수 있으니 반드시 승리하라는 압박으로 많은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은행권 특판 상품도 이제 ‘튀어야 팔리는 시대’가 됐다. 주요 시중은행은 온라인 게임·프로야구 등과 손잡고 각종 아이디어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안정적인 적금보다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로 눈을 돌린 2030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붙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8일 한국은행 및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3년 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 속 예·적금을 빼 주식이나 가상화폐로 돈을 옮기는 현상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예금은행의 정기적금 잔액은 33조2650억원으로 2년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가상화폐 광풍이 시작된 지난해 말(39조2630억원)과 비교해선 무려 6조원 가까운 돈이 빠져나갔다.


금리 메리트에 인기를 끌었던 시중은행의 특판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 크게 줄어들었다. 은행 관계자는 "가상화폐나 주식 등 투자시장으로 돈이 급격히 몰리며 은행의 특판 상품 판매가 예전 같지 않다"며 "특히 젊은 고객층의 유입이 예전보다 크게 줄어드는 추세"라고 전했다.

특판 상품에 '스토리' 담는 은행들

미래 고객인 MZ세대 유치를 위해 은행들도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웠다. 대표적인 것이 특판 상품이다. 기존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으로 단순 설정했던 타깃을 프로야구나 인기 온라인 게임 등 특정 테마에 맞춰 설계했다. 자기 개성이 강한 MZ세대의 구미를 당기기 위해 상품에 ‘스토리’를 담은 것이다.


우리은행이 지난 9일 출시한 ‘우리 LCK 적금’이 대표적이다. 젊은 층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LCK 10개 구단 중 자신이 응원하는 구단을 직접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고객이 선택한 응원구단 성적에 따라 최대 0.7%포인트, 가입고객 수에 따라 최대 0.3%포인트 우대금리를 적용받는다. 최고 금리는 연 2.0%다.


이 적금은 출시 일주일 만인 지난 16일 기준 3300좌(20억원)가 판매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응원하는 구단에 따라 이율이 달라지는 구조다 보니 관심이 뜨겁다"며 "MZ세대 가입 비중이 80% 이상에 달해 은행 내부에서도 해당 상품에 대한 평가가 좋다"고 귀띔했다.


신한은행은 프로야구와 손잡고 MZ세대 공략에 나섰다. 신한은행이 지난 3월 말 출시한 ‘2021 신한 프로야구 적금’은 우대금리 1.4%를 포함해 최고 연 2.4% 금리를 제공한다. 역시 고객이 선택하는 구단의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가 결정되는 구조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총 6만7260좌가 판매됐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MZ세대를 겨냥한 특판 상품은 장기적으로 미래 고객을 확보하자는 전략의 일환"이라며 "앞으로도 이들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한 재미와 편의성을 갖춘 차별화된 특판 상품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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