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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에어비앤비, 숙소서 성폭행 당한 여성에 79억 ‘입막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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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악화 우려 거액 합의금 지급

회사 측 “피해자 지원…옳은 일”



헤럴드경제

에어비앤비 로고.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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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Airbnb)가 미국 뉴욕의 한 숙소에서 5년 전 성폭행 당한 여성에게 700만 달러(약 79억원)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을 공개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에어비앤비에 법적 책임을 묻거나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은 ‘비밀 합의금’이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15일(현지시간) 경찰과 법원의 기록, 직원과의 인터뷰 등을 토대로 에이비앤비의 비밀 거래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는 사내에 이른바 ‘블랙 박스’라고 불리는 비밀 보안팀을 운영하면서 범죄 피해를 당한 고객이나 호스트에게 수천만 달러를 지급하는 등 자사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사건을 조용히 해결해왔다.

에어비앤비가 서비스하는 숙소에서 성폭행을 당한 호주 출신 여성 A(29)씨에도 거액의 합의금이 건네졌다.

2016년 새해맞이를 위해 미국 뉴욕을 찾은 A씨와 친구들은 맨해튼 타임스퀘어 인근에 위치한 에어비앤비의 인기 숙소를 예약했다. 이 아파트는 근처 식품 잡화점에서 열쇠를 찾아 체크인하는 방식이었다.

체크인 후 A씨는 친구들과 함께 바에서 시간을 보내다 혼자 먼저 숙소로 돌아왔는데, 이곳에 한 남성이 침입해 있었고 흉기로 위협하는 그에게 결국 성폭행을 당했다. 이후 A씨와 친구의 연락으로 경찰이 출동했고, 용의자가 다시 아파트로 돌아와 그를 붙잡았다.

이런 사실이 에어비앤비에 전해지면서 회사 측은 즉시 위기관리를 전담하는 보안팀을 투입했다.

이들은 A씨를 위해 호텔에 숙소를 잡고, 호주에서 A씨 어머니를 모셔온 뒤 다시 이들이 호주로 돌아가는 비용을 부담했다. 기타 치료 및 카운슬링 비용도 모두 댔다.

2년 뒤 에어비앤비는 A씨에게 700만 달러(약 79억원)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합의를 했다. 다만, A씨가 사건을 공개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에어비앤비에 법적 책임을 묻거나 소송을 제기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A씨 사건은 이번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A씨 사건이 발생했을 무렵 아파트 등을 단기 숙소로 사용하는 데 대해 뉴욕시가 규제를 가하면서 에어비앤비와 실랑이를 하고 있었던 점도 사건을 조용히 해결하려는 요인이 됐다.

A씨가 받은 700만 달러는 에어비앤비가 지급한 합의금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전해졌다. 에어비앤비는 이 사건처럼 회사 이미지에 부정적잉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과 관련해 고객에게 매년 5000만 달러(약 570억원)를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고객이 숙소에 가한 손상 등과 관련해 호스트에게 지급한 돈도 포함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사건 외에도 미국 마이애미 출신의 여성이 코스타리카의 에어비앤비 숙소에 머물다가 보안요원에게 살해당한 일, 2017년 뉴멕시코 출신의 여성이 호스트에게 성폭력을 당한 일 등이 더 있었으며, 에어비앤비가 마찬가지로 합의금을 지급해 해결했다고 전했다.

에어비앤비 대변인은 블룸버그 보도의 구체적인 사항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도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합의했더라도 피해자는 자신의 경험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에어비앤비의 보안팀은 공개된 조직으로, 전반적인 고객지원 활동을 수행한다고 부연했다.

대변인은 “회사와 경영진의 우선 사항은 피해자를 지원하고, 트라우마를 겪는 이를 위해 옳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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