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오피스텔서 숨진 ‘34㎏’ 남성에 앙심 품고 감금한 친구…작년 파출소서 피해자 데려가려 시도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찰은 가출신고 인지 못해

세계일보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친구 박모(20)씨를 감금해 살인한 혐의를 받는 안모씨와 김모씨가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34kg의 저체중에 나체 상태로 발견된 남성 박모(20)씨는 친구들의 ‘보복범죄’에 고통받다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노컷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초 박씨의 가족들이 피의자들을 상해 혐의로 고소했고, 이후 가출신고까지 했지만 경찰이 이를 알아채지 못해 박씨는 죽음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양재동의 한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훔치다 신고당했다.

당시 눈썰미 좋은 경찰관이 서울 서초 양재파출소로 박씨를 임의동행했고 그의 팔뚝에서 멍 자국 등 폭행 흔적을 확인했다. 편의점 주인 역시 박씨의 남루한 행색이 안타까워 빵을 건넸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후 박씨와 동거 중이던 안모(20)씨와 김모(20)씨가 파출소로 찾아와 그를 데려가려 하자 경찰은 이를 거부하고 박씨의 부친에게 직접 인계했다.

박씨는 대구로 내려가 가족과 지내며 상처를 치료했고, 그의 가족은 거주지 인근의 대구 달성경찰서에 박씨 동거인인 안씨와 김씨를 상해죄로 대리 고소했다.

치료를 받고 퇴원한 박씨는 대구 달성경찰서에서 지난해 11월22일 출석해 피해사실을 진술했고, 이후 사건은 관할권이 있는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이첩됐다.

피해자 박씨는 김씨와 대구에서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 사이였고, 김씨와 안씨는 대구에서 같은 중학교를 나오고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한 친구였다.

지방대에 재학 중이던 박씨는 지난해 7월 피의자들이 동거 중인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빌라를 찾았다가 안씨와 알게 됐고 이후에도 비정기적으로 피의자들의 주거지를 찾았다. 그 사이 피의자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지난해 10월 영등포구 오피스텔, 한 달 뒤 마포구 서교동으로, 올해 6월엔 연남동으로 거듭 거처를 옮겼다.

사건을 이첩받은 영등포경찰서는 올해 1월24일 안씨와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그런데 고소장에 범행 일시, 장소 등이 불분명한 부분이 있어 영등포경찰서는 대질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박씨에게 대질조사 출석을 요구하기 위해 4월17일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이미 고소에 앙심을 품은 안씨 등이 대구까지 내려가 3월31일 박씨를 다시 서울로 데려온 상태였다.

세계일보

이때부터 박씨는 폭행과 감금을 당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일용직 노동을 강요당하고 수백만원의 금품도 갈취당했다.

안씨와 김씨는 경찰의 출석 요구 연락을 받은 박씨에게 “내가 지금 지방에 있기 때문에 갈 수 없다”고 거짓말 하게 하거나 아예 전화를 받지 못하도록 강요했다.

5월3일 담당 형사가 다시 전화를 했을 때 박씨는 안씨와 김씨의 강압에 고소 취하 의사를 문자메시지로 전했다. 이에 경찰은 ‘증거불충분’을 해당 고소건을 불송치 결정했다. 박씨의 고소 취하 의사 역시 안씨 등의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고 한다.

특히 이에 앞서 4월30일 대구 달성경찰서에 박씨 가출신고가 접수된 상황이었지만 영등포경찰서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킥스(KICS·형사사법포털)상에서 가출신고가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몇 번의 ‘골든 타임’을 놓쳤고, 박씨는 지난 13일 마포 연남동 오피스텔의 차가운 화장실 바닥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박씨는 옷을 거의 걸치지 않은 나체 상태였으며, 체중은 고작 34kg에 불과했으며 몸에는 멍과 결박 당한 흔적이 있었다.

안씨와 김씨는 박씨에게 거의 음식물을 제공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박씨가 극심한 영양실조와 저체중, 폐렴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안씨와 김씨를 중감금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한 경찰은 이들에게 살인죄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후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있다”라며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앞서 박씨 가족들이 상해 고소한 사건의 수사를 이번 살인 혐의 사건과 병합해 재개하고,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영등포서 수사관들을 감찰하기로 했다.

경찰은 오는 21일 안씨와 김씨를 검찰에 살인 혐의로 송치할 예정이다. 이때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할 거로 보인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