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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 20년만에 '징역 20년'…비산흔이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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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머니투데이

/사진=SBS 스페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 화면



'꼬꼬무 시즌2'에서는 이태원 살인사건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17일 방송된 SBS 스페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에서는 '이태원 살인사건'의 전말을 다뤘다.

이야기는 1997년 4월 3일 서울 이태원에서 시작됐다. 여자 친구를 바래다주기 위해 이태원에 온 조중필씨(22)는 화장실이 급해서 한 햄버거 가게로 들어갔다. 하지만 중필씨는 10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고 그때 한 남성이 화장실에서 입을 틀어막고 뛰쳐나왔다.

불길한 예감이 든 여자친구가 조심스럽게 화장실로 가보니 중필씨는 여기저기 칼에 찔린 채 화장실 안쪽 구석에 쓰러져 있었다. 여자 친구가 확인했을 때 그는 이미 사망한 후였다.

다음날 미군 부대로 패터슨이 남자를 찌르는 것을 봤다는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이에 패터슨은 긴급 체포됐고 사건은 순조롭게 해결되는 듯했다. 하지만 패터슨은 본인이 아닌 친구 에디가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패터슨은 사건 당일 이태원의 클럽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신 뒤 배가 고파서 햄버거 가게에 갔다고 했다. 그때 한국인 남자가 화장실로 들어갔고 에디가 "멋진 걸 보여줄 테니 화장실로 들어가자"라고 해서 들어갔더니 순식간에 에디가 남자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에디를 체포하기 위해 에디의 집으로 수사관들이 출동했다. 에디는 그 시간 변호사를 만나고 있었고 자진 출두 후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에디의 진술은 패터슨의 진술과 정반대였다. 그는 패터슨이 보여줄 게 있다며 화장실에 가자고 했고, 손을 씻으러 가려던 본인은 그를 따라나서 손을 씻고 있는데 패터슨이 중필씨를 계속 찔렀다고 주장했다. 에디는 그 장면이 믿어지지 않아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두 사람의 엇갈린 진술에 미군 범죄 수사대는 그날 밤 함께 있던 친구들을 불러 조사했다. 친구들은 패터슨이 주머니에서 범행에 사용된 잭나이프를 꺼냈고 이때 에디가 패터슨에게 "야 패터슨 사람 찔러본 적 있어? 나가서 아무나 찔러봐"라고 부추겼다고 진술했다. 그 순간 중필씨가 화장실로 들어갔고 이에 두 사람이 뒤를 따랐다고 주장했다.

이후 화장실에서 나와 클럽으로 돌아온 에디의 흰 셔츠에는 핏자국이 스프레이로 뿌린 듯한 모양으로 남아있었다. 그는 "우리가 어떤 친구의 목을 칼로 찔렀다"고 했고, 이에 친구들이 놀라 화장실로 갔더니 중필씨가 누워있었다. 친구들이 "네가 사람을 죽였지?"라고 따져 물었더니 에디는 "내가 아니야. 그저 재미로 패터슨이 그런 일을 했다"라며 웃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패터슨은 화장실에서 나와 클럽으로 돌아오지 않고 곧장 클럽의 화장실로 갔다. 머리부터 셔츠, 바지, 양손이 피투성이였던 패터슨은 화장실에서 피를 급히 지웠고 친구의 옷으로 갈아입고 모자까지 빌려 쓴 후 서둘러 클럽을 떠났다. 이후 그는 미군부대로 돌아가서 피 묻은 셔츠를 태웠고 범행에 사용한 칼은 하수구에 버리는 증거 인멸의 행동을 했다.

또 친구들은 패터슨이 '노르테 14'라는 갱단의 멤버였고, 이 갱단의 공격 방식이 짧은 시간에 집중 공격을 퍼붓는 중필씨를 살해한 것과 비슷하다고 진술했다. 이에 미군 수사관은 범인이 패터슨이라 확신하고 이 같은 소견을 한국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살인사건만 100건 넘게 맡았던 베테랑 박검사는 처음부터 사건을 다시 조사했고 그는 살인범이 에디라 확신했다. 박검사는 부검을 맡았던 법의학자의 "범인은 피해자보다 키가 크고 피해자를 제압할 정도로 힘이 센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에 주목했다. 이에 박검사는 신장 172cm, 체중 63kg의 마른 체격이었던 패터슨이 아닌 신장 180cm, 체중 105kg의 꽤 체격이 큰 에디가 범인일 것이라 여겼다. 이에 박 검사는 에디는 살인죄, 패터슨은 흉기 소지 및 증거 인멸 혐의로 기소했다. 에디는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패터슨은 증거 인멸죄로 1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12년이 흘러서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이 나왔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미국으로 가서 패터슨을 찾았다. '그알' 제작진은 1주일 만에 패터슨의 어머니를 만났고 패터슨과 인터뷰를 했는데 그는 한국에서 자신을 도망자 취급을 하는 것을 억울해 했다.

방송의 파장으로 이태원 살인사건의 재수사가 시작됐다. 3년 만에 패터슨의 한국 송환이 결정됐고, 당당한 얼굴로 송환된 패터슨은 여전히 살인 혐의 인정하지 않았고 "내가 여기 있는 것은 옳지 않다"라며 자신이 송환된 것에 불편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과학수사 기법으로 혈흔을 분석한 결과 비산흔이 더 많이 묻은 패터슨이 살인자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패터슨은 20년 형을 받게 됐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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