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이준석 '공직자 자격시험' 공약 놓고… 국민의힘 '균열' 조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선출직 자격시험은 민주 원리 위배” 김재원, 이준석 견제

“시험으로 걸러내는 것은 심각한 문제”

윤석열 관련 비판적 입장 노출도 지적

유승민계 의구심에 뿌리 깊은 견제구

'당분간 李 대표 시험기간 계속될 것”

세계일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당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공직자 자격시험’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위원의 직격을 맞았다. ‘이준석 돌풍’으로 주목받았던 전당대회 흥행 이후 당 지도부 내에 미묘한 균열이 일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선출직 공직자 자격시험제와 관련해 “민주주의 이념에 비춰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선출직이라고 하는 것은 시험 제도에 의하지 않고 국민이 선출하도록 만든 제도이고 이것은 민주주의의 가장 근간이 되는 국민주권주의와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시험을 통해 유망한 공직자를 가려내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그는 “지역에 가면 무학(無學)이라도, 학교를 다니지 않은 분들이고 무슨 컴퓨터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분도 선출직으로서 정말 훌륭한 분들을 여러 분 뵈었는데, 이걸 일방적인 시험제도로 걸러내겠다고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지난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줄곧 “요즘 2030 청년 직장인 중에 엑셀 못 쓰는 사람은 없다. 우리 당의 선출직 공직자라면 그런 능력은 갖춰야 한다”며 공직자 자격시험제를 주장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계파 정치를 타파할 수 있는 공정한 공천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와 “경쟁·시험 만능주의의 엘리트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나왔다. 이 대표는 내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내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 문제를 놓고도 견제가 계속됐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당 지도부가 윤 전 총장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이는 이야기를 자꾸 하면,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공정하지 않다는 인상을 가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최근 이 대표가 “막판에 ‘뿅’ 하고 나타난다고 해서 당원들이 지지해주지 않는다”며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압박한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대표를 놓고 경선 당시 ‘유승민계’ 논란이 불거진 것에 반해 김 최고위원은 친박(친박근혜) 핵심으로 불렸던 사실 또한 주목할 부분이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유승민 전 의원 등 새누리당을 떠났던 ‘탈당파’ 견제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한 당시 탈당파가 내년 지선을 계기로 조직을 대폭 물갈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또 다른 공약인 ‘대변인 선출 토론배틀’과 최근 김도읍 정책위의장 및 한기호 사무총장 인선에 대해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른 최고위원들 역시 이 대표에게 언제든지 제동을 걸 수 있는 분위기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앞서 이 대표의 황보승희 수석대변인 내정 등 인선 문제와 관련해 ‘최고위 패싱’이 있었다며 공개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영입했던 배현진 최고위원도 비공개 회의에서 조속한 홍 대표 복당 승인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내엔 ‘이준석은 유승민계’라는 의구심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이 대표가 누구에게 쉽게 질 성격은 아니지만, 당분간 시험의 시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은산 기자 silver@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