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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기자24시] 中企 절규에 귀 막은 정부의 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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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다음달부터 '50인 미만 사업장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이 강행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하지 못한 채 존망의 기로에 선 중기 경영자들은 1년의 계도기간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

정부 입장은 '충분한 시간'을 줬다는 것이다. 주 52시간제는 2018년 3월 처음 도입된 뒤 사업장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확대 시행됐다. 정부는 그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보완 입법이 이뤄졌기 때문에 일정대로 시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장 목소리는 전혀 다르다. 약 3년의 준비기간이 주어졌지만 지난해 초 갑작스러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주 52시간제까지 대비할 여유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영세기업은 코로나19로 인한 원자재값 폭등과 외국인 인력 입국 감소에 따른 인력난이라는 이중고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근로자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부여해 삶의 질을 올리는 것이 근본 목적이다.

문제는 정부의 이 같은 '이상론'이 추가근로 수당을 받지 않아도 이미 소득이 충분한 대기업들이나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다. 영세기업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근로자는 추가근로 수당이 끊기면 소득이 크게 줄어 '투잡'을 뛰어야 하는 처지다. 영세기업 입장에서도 일손이 부족하다고 해서 인력을 쉽게 늘릴 만한 여유가 없다.

결국 52시간 근무제는 초과근로 수당에 과도하게 의지하고 있는 영세 근로자의 기본급여가 선진국 수준으로 상승하는 등 급여 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이 선결돼야 하는 문제다. 또 어려운 여건에도 채용을 진행하는 영세기업에 대해선 정부가 인건비 지원 등 인센티브를 주는 '당근'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성급하게 영세기업까지 52시간제를 강행하는 것은 근로자를 위한 길도, 기업을 위한 길도 아니다. 단지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정부의 이상론을 실현시키기 위한 '아집'에 불과하다. 정부는 현장 의견에 귀를 기울여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규제 등 아집으로 강행한 경제정책들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벤처과학부 = 정지성 기자 jsjs19@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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