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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돈 내야 본다, 스포츠 중계권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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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배구 치솟고 축구·농구 찬밥

KBO는 프로스포츠 최고액 경신

해외축구 인기에 K리그 연 50억

OTT 가세 유료시청 경기 늘어나

중앙일보

프로스포츠 중계권이 양극화 시대를 맞았다. KBO는 지난해 지상파 3사와 4년 2160억원에 중계권 계약을 했다. 또 최근에는 OTT를 중심으로 유료 중계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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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 중계권이 양극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국내 4대 프로스포츠인 프로야구·프로축구·프로배구·프로농구 중계권 계약이 2019년부터 올해에 걸쳐 갱신됐다. 프로야구와 프로배구는 금액 면에서 이전 계약 규모를 뛰어넘었다. 반면, 프로축구와 프로농구는 계약이 무산될 뻔했다.

◆‘부익부’ 프로야구·프로배구=KBO는 지난해 2월 지상파 3사(KBS·MBC·SBS)와 KBO리그(프로야구) TV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4년간 2160억원(연평균 540억원)이다. 이는 국내 프로스포츠 중계권 계약 역대 최고 금액이다. 프로배구는 16일 스포츠 전문채널 KBS N과 6년간 300억원(연평균 50억원)에 중계권 계약을 마쳤다. 프로리그가 출범한 2005년 당시 연 3억원이던 프로배구 중계권은 연 50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프로야구와 프로배구는 국제대회의 좋은 성적으로 팬층을 넓혔다. 팬의 관심은 경기 중계 시청으로 이어졌고, 방송사는 이들 종목 중계권 확보에 애썼다. 2000년대 초 연 79억원이던 프로야구 중계권은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이 몰고 온 야구 열풍 덕분에 국내 프로스포츠 최초로 연 100억원을 넘겼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 등에 힘입어 연 500억원까지 치솟았다.

프로배구는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여자가 선전했고, 지난해 ‘배구 여제’ 김연경이 국내 무대에 돌아오면서 역대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 프로배구 중계권 가격이 올라갈 여건이 갖춰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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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4대 프로스포츠 연 중계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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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익빈’ 프로축구·프로농구=프로축구와 프로농구는 중계권 시장에서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지난해 1월 대한축구협회(KFA)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국가대표팀 경기(A매치)와 K리그(올스타전 제외) 중계권을 통합해 팔기로 했다. 최저입찰조건으로 4년 1000억원(연평균 250억원)을 제시했는데, 아무도 받지 않았다. 결국 프로축구만 따로 계약했다. 케이블과 지상파 여러 방송사가 나눠서 중계한다. 중계권은 2019년 당시의 연 65억원보다 깎인 연 5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프로농구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기존 중계권사인 MBC 스포츠 플러스가 계약이 두 시즌이나 남았는데도 적자 심화를 이유로 중계권을 반납했다. 중계방송 없는 프로리그가 될 위기에 몰린 프로농구연맹(KBL)은 에이클라 엔터테인먼트와 5년 계약을 했지만, 중계권은 연 30억원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축구는 해외축구 인기에 묻혔고, 프로농구는 25년간 올림픽 무대에도 서지 못하는 등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팬이 이탈했다.

◆‘게임 체인저’ OTT 중계=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시대가 열리면서 프로스포츠 중계권의 부익부 빈익빈에 가속도가 붙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한 스포츠 경기 시청이 늘면서 통신 3사(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와 포털(네이버·카카오) 등이 앞다퉈 중계시장에 뛰어들었다.

가장 매력적인 스포츠 콘텐트는 프로야구다. KBO는 2019년 통신·포털 컨소시엄과 5년간 1100억 원(연평균 220억원) 규모의 유무선(뉴미디어)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프로스포츠 뉴미디어 중계권 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반면 프로농구는 지난 시즌 포털이 중계하지 않아 기존 농구팬조차 시청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최근에는 쿠팡플레이나 티빙 등 유료 회원제 OTT 플랫폼까지 스포츠 중계에 뛰어들었다. 이들이 잡은 콘텐트는 프로축구나 프로농구가 아닌 해외축구(유로2020), 여자배구 국제대회(여자 발리볼네이션스리그) 등이다. 얼마 전부터는 류현진이 출전하는 메이저리그(MLB)와 손흥민이 나오는 프리미어리그(EPL) 등도 유료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다.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유료 OTT가 많아질수록 스포츠 경기 중계 양극화는 심화할 것이다. 돈을 내고 보는 스포츠에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중계 시장에서 소외된 스포츠는 인기 스포츠와 연대해 함께 중계권을 판매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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