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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법 없이도 사는 법] 최강욱의 ‘검찰 탓’, 이번에도 안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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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선거법위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열렸다. 최 대표가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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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선고 후 취재진에 “정치검찰의 장난질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큰 것인지 실감한다”고 했습니다. “정치활동에 나선 전직 검찰총장이 과연 얼마나 진실하고 정의로인 결과를 위해 그런 정치활동을 하는지 똑 같은 차원에서 검증해 달라”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하기도 했습니다.

최 대표는 ‘기승전 검찰개혁’이라고 불릴 정도로 검찰개혁을 부르짖으며 검찰을 공격대상으로 삼아 왔습니다. 자신이 여러 건의 범죄사실로 기소된 것도 그에 따른 검찰의 보복이라고 주장합니다. 최 대표는 조국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작성한 일(업무방해)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2심 재판중입니다. 작년 총선을 앞두고 팟캐스트에서 “조 전 장관 아들이 실제 인턴활동을 했다”는 허위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로 이번에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채널 A 사건에서 이동재 전 기자가 하지도 않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관련 발언을 자신의 SNS에 올린 명예훼손 혐의로도 1심 재판중입니다.

최 대표는 법정 밖에서뿐 아니라 소송에서도 ‘검찰 탓’을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의 주장과 법원 판단을 살펴 보겠습니다.

◇ ‘보복성 정치기소’ 주장에 법원 “불법의 평등 요구하는 데 불과”

‘검찰 탓’의 대표적인 주장 유형은 ‘공소권 남용’ 입니다. 최 대표는 “이 사건 수사가 과거 야당(구 미래통합당)이 자신을 고발한 데 따른 것으로 명백한 정치보복성 기소”라고 했습니다.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이나 울산 선거개입 사건에 연루된 후보자들도 선거운동 과정에서 비슷한 무죄주장을 했는데 자신만 기소됐으니 검찰이 부당한 목적으로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겁니다. 또한 허위 인턴증명서 작성 문제로 형사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팟캐스트에서 ‘무죄 주장’을 했을 뿐 당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게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공소권 남용에 해당하려면 미필적으로나마 의도가 있어야 한다”며 “검찰은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범행 동기나 선거 결과 등을 참작할 재량권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최 대표의 발언은 기소되지 않은 다른 후보자들의 발언과 달리 ‘사실 공표’라고 했습니다. 법원이 예로 든 다른 후보자들의 발언은 ‘불법에 대한 저항은 무죄다’(국회 패스트트랙)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소설 같은 이야기’(울산 선거개입)등입니다. 이들 발언은 사실의 언급 없이 후보자의 의견을 담았지만 조국 전 장관 아들이 실제 인턴활동을 했다는 내용의 최 대표 발언은 검증 가능한 ‘사실’의 영역이라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만 기소한 게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불법의 평등’을 요구하는 데 불과하다”며 “기소가 헌법상 평등의 원칙이나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피고인이 주장했던 그런 검찰 실무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차별적 보복기소’ 주장 자체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최 대표는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 위반’도 주장했습니다. 재판에는 드라이한 공소사실만 제출돼야 하는데, 공소장에 관련 형사재판 내용(업무방해)까지 담은 것은 재판부에 유죄의 예단(豫斷)을 주는 위법한 공소제기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업무방해죄 기소 내용이 선거 과정에서 쟁점이 됐기 때문에 검사가 발언의 허위성, 의도 등을 설명하기 위해 관련 형사재판 내용을 적시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기재만으로는 법원에 예단을 일으켰다고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 법원, 최 대표에 “반성 없다”.. ‘검찰 탓’도 한몫 했나

최 대표는 지난 1월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업무방해 재판에선 이번보다 더 길게 ‘검찰 탓’을 했었습니다. “이성윤 중앙지검장을 거치지 않은 기소는 불법””검찰이 공직기강비서관이던 나를 인사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보복 기소했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검찰총장이 지검장이나 소속 검사를 직접 지휘했더라도 검찰청법 위반이 아니다” “유죄 증거가 있었고 비서관 지위를 이용한 범행이 아니더라도 기소 요건이 되면 기소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메시지를 반박할 수 없으면 메신저를 공격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최 대표의 ‘검찰 탓’은 이 격언에 따른 것으로 해석됩니다. 검찰 기소에 대해, ‘조국 전 장관 아들이 실제 인턴활동을 했다’는 무죄 증거를 내놓지 못하니 기소한 검찰을 탓하는 것입니다.

법원은 당사자가 말이 안 되는 주장을 하더라도 일일히 응답할 의무가 있습니다. 두 판결 모두에서 법원은 최 대표에게 “반성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최 대표의 ‘검찰 탓’ 이 양형 점수를 깎아먹은 것이 아닌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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