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정세균 쪽 “경선 연기” 집단행동…이재명과 전면전 불가피

송영길 18일 ‘경선 일정 확정’에 맞서

60여명 의원 연서명 의총 소집 요구

이재명 쪽 “구태정치 산물“ 반발

1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정세균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정 전 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이광재 의원, 김두관 의원 등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내 ‘비이재명계’ 의원 60여명이 대선 경선 연기를 요구하며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민주당 지도부가 18일 최고위원회에서 당헌·당규대로 ‘9월 경선’ 일정을 확정하려 한 계획에 맞서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연판장은 경선 연기를 주장하고 있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쪽이 주도한 것으로 확인돼,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자사 쪽과의 전면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경선 연기를 요구하는 60여명의 의원들은 18일 오전 당 지도부에 대선 경선 일정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대표요구 의원’은 이 전 대표를 돕고 있는 양기대 의원이다. 민주당 당헌에서는 소속 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의총을 소집하도록 돼있다. 정 전 총리를 돕고 있는 김교흥 의원도 이날 정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식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의총 소집 요구서 서명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표 쪽과 정 전 총리 쪽의 경선 연기 연서명이 취합됐다고 한다. 김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서명에 참여한 의원이) 60명을 조금 넘었고 더 받고 있다. 의총에서 (경선 연기 문제를) 논의해보자는 거다. 내일 오전에 (지도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총 소집 서명에는 박광온·최인호·오영훈·윤영찬(이낙연 쪽), 김영주·김종민(정세균 쪽) 의원 등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명에 동참한 한 의원은 “이낙연·정세균 쪽에서 모두 연락이 왔다. ‘명색이 국회의원인데 경선 연기 문제에 대해 토론도 없이 결정해야 하냐. 이재명 지사가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렇게 결정하는 게 맞냐’며 서명 동참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들의 의총 소집 요구는 당 지도부의 경선 일정 확정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다. 송영길 대표는 1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당헌·당규대로 ‘180일 전 대선후보 확정’을 의결할 계획이었다. 당헌·당규에서는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경선 일정 조정이 가능하지만 대선주자 전원이 원만히 합의하지 않는 한 원칙을 바꿀 순 없다는 판단이었다. 이미 이재명 지사는 흥행을 명분으로 한 경선 연기론을 ‘가짜 약장수’에 비유하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송 대표는 이날 <에스비에스> 인터뷰에서 “당헌·당규에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지만, (일부 후보가) 약간의 유불리를 해석하는 것을 갖고 상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보여줬듯 원칙상 당헌·당규를 바꾸는 것은 국민과 당원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내일(18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동안의 경선 연기 논란을 정리하고 대선기획단을 띄워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쪽이 집단적으로 경선 일정 확정에 반발하면서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지도부가 결론을 내리기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18일 예정된 부동산 현안 관련 정책의총에서 경선 일정 문제도 함께 논의될 경우 이 자리에서 경선 연기 찬반을 놓고 의원들 간 극한 충돌이 예상된다.

경선 일정 연기에 반대하고 있는 이 지사 쪽은 경선 연기를 요구하는 의원들의 연서명이 “구태정치의 산물”이라며 반발했다. 이 지사를 돕고 있는 한 의원은 “형식은 의총 요구서지만 실제는 경선 연기 주장”이라며 “과거 정치를 반성하는 차원으로 자제하고 불만이 있더라도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정책을 가지고 논하는 것도 아니고 당헌당규 문제를 놓고 연명을 받아 제기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H6s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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