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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대장님이 아직 안에 있다” 산소통 용량은 50분... 아, 기적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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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17일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9시 현재 15시간 넘게 불길이 잡히지 않는 상태다. 이날 진화 작업에 나섰던 50대 소방 구조대장이 실종됐다. 그는 후배 직원 4명을 이끌고 선두에 서서 발화(發火) 지점 등을 찾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는 이날 오전 5시 35분쯤 발생했다. 불이 나자 당시 센터에 근무하던 24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소방 당국은 장비 96대와 인력 245명을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 화재 발생 2시간 40여분 만인 오전 8시 20분쯤 불길이 다소 누그러졌다. 소방 당국은 경보령을 순차적으로 해제하며 잔불 정리 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건물 안에서 갑작스럽게 불길이 되살아났다. 소방 당국은 불길이 확산한 이유로 센터 안에 보관하던 물품 대다수가 불에 타기 쉬운 의류 등이고, 포장재인 비닐류도 많은 것을 꼽고 있다.

경찰은 화재 원인을 전기적 요인으로 보고 있다. 화재 발생 직전인 오전 5시 20분쯤 지하 2층 물품 창고 내 진열대 선반 위쪽에 설치된 콘센트에서 불꽃이 이는 장면이 방범카메라를 통해 확인됐다. 또한 최초 신고자인 직원은 “창고 밖으로 새어 나오는 연기를 봤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날 화재 진압에 투입된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모(53·소방경) 구조대장이 물류센터 지하 2층에서 실종됐다. 그는 이날 오후 12시 6분쯤 동료 소방관 4명과 함께 한 팀을 이뤄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 2층에 진입했다. 맨 앞에서 팀원을 이끌었다고 한다. 하지만 창고 안에 쌓인 물품 더미가 무너지면서 불길이 갑자기 거세졌다.

현장 지휘부는 건물 진화 작업을 벌이던 구조대원 100여 명에게 “대피하라”는 무전 명령을 내렸다. 김 대장은 지나온 통로를 역행(逆行)해 맨 뒤편에서 팀원들을 챙겨 이동했지만,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소방대원 4명 중 김 대장 바로 앞에 있던 A팀장(47·소방위)은 탈진 증세를 보이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실종된 김 대장은 50분 정도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공기 호흡기를 메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현장의 동료들은 뿌연 연기에 휩싸인 건물을 지켜보며 김 대장의 생사를 걱정했다. 문흥식 광주소방서 예방대책팀장은 “화재 현장에서 늘 앞장섰던 소방관”이라며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장은 1994년 소방관이 돼 27년째 근무하고 있다. 20대 아들과 딸 남매를 두고 있다. 경기도지사 표창장 등 여러 우수상을 받을 만큼 내부적으로 신망이 두터웠다.

화재가 발생한 지하 2층의 경우 진화 과정에서 쏘아댄 물이 건물 내부에 가득 고여 있는 데다, 내부가 칠흑처럼 어두워 소방대원들이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화점 추정지는 진입구에서 약 200m 정도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건물 붕괴가 우려돼 소방대원들이 적극적으로 내부로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진화 대신 불길이 자연적으로 가라앉기를 지켜보는 상황이다. 창고 안에 적재된 각종 탈 것들이 모두 없어져야 불길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완공된 덕평물류센터는 3만평 규모로, ‘메가 센터’로 분류된다. 수도권 배송을 위주로 일부 지방 배송 물량이 거쳐가는 ‘허브 센터’ 중 하나다. 신선식품을 제외한 일반 제품을 취급한다. 이곳은 지난해 6월과 지난 4월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해 3~4일 정도 폐쇄 조치됐다. 당시 덕평센터가 처리하던 물류를 인근 다른 센터로 분산시켜서 배송 지연은 없었다. 쿠팡 관계자는 “아직 배송 지연 상황은 없다”고 밝혔지만, 폐쇄 상황이 장기화하면 배송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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