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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투자 큰손 NOW] K머니의 힘…美기업 회생 돕고 年10%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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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더 M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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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초기 미국 중소·중견기업의 줄도산을 막는 데 한국 자본이 톡톡한 역할을 해낸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주관하는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에 한국 투자업계 큰손들 출자로 조성된 펀드 비중이 가장 컸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에 해외 자본을 수혈 받아 연명했던 한국이, 이제 자본 공급을 통해 글로벌 산업계 쇼크 확산을 초기에 진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행정공제회를 비롯한 국내 주요 공제회, 손해보험사 등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EMP벨스타가 조성하는 크레디트 펀드에 5억7000만달러(약 6441억원)를 출자해 지난해 미국 탈프(TALF·Term Asset-Backed Securities Loan Facility) 2.0에 참여했다. EMP벨스타는 한국 기관들의 출자금액을 바탕으로 연준에서 레버리지를 일으켜 중소·중견기업 등에 총 26억달러(약 2조9000억원) 대출을 제공했다.

'기간 자산담보부증권 대출기구'를 의미하는 TALF는 연준이 각종 위기 국면에 중소·중견기업, 그리고 개인에게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마련하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이다. TALF에 참여하는 운용사(GP)가 펀드를 모금해오면 연준은 해당 펀드 총액의 5~20배에 해당하는 대출을 연 1% 상당 저리로 다시 운용사에 공급한다. 예를 들어 기관출자자들을 통해 100원을 모아온 GP가 모금액의 9배로 레버리지를 일으킨다면 연준 대출 900원을 포함해 총 1000원을 중소·중견기업 등에 제공할 수 있다. TALF가 매입 대상으로 삼는 채권 상품 이자율이 보통 연 2%이므로, 1000원의 대출을 통해 총 20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고, GP는 연준에 빌린 돈을 연 1% 요율의 이자(9원)로 갚고도 11원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한국 기관들이 펀드 운용사에 내는 수수료를 제하고 얻을 최종 수익은 연 10% 안팎으로 전해진다.

EMP벨스타 펀드엔 국내 주요 기관이 참여했다. 행정공제회, 중소기업중앙회의 노란우산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롯데손해보험이 1억달러씩, 한화손해보험이 3000만달러, 현대해상이 2000만달러를 투입했다. 이 펀드는 연준 레버리지를 포함해 26억달러를 집행했으며 이는 TALF 2.0을 통해 집행된 전체 자금(44억달러) 중 58.6%에 해당한다. 뉴욕생명 계열사 매카이실즈(2위·9억달러), 블랙록(4위·1억1350만달러) 등 세계 유명 자산운용사가 집행한 금액을 압도한다. TALF 매입 대상이 되는 채권은 주로 트리플A급 높은 신용도를 자랑한다. 일반적인 트리플A 채권이 시장에서 연 2% 안팎 이자율로 거래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국내 기관의 입장에선 안전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고도 10% 안팎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임남근 EMP벨스타 상무는 "코로나19를 비롯해 금융시장에 충격이 오게 되면 중소·중견기업 등 중간에 위치한 경제 주체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며 "보수적인 은행은 해당 기업들에 대출을 내주기 어렵기 때문에 연준이 중소기업에 집중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자산운용사들에 일종의 어드밴티지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유수 자산운용사가 조성하는 펀드에 출자자(LP)로 참여하기 위해선 안정적으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 이번 TALF 2.0에 출자자로 참여한 한국 기관은 골드만삭스, 텍사스퍼시픽그룹(TPG) 등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운용사뿐만 아니라 투자업계에서 부상하는 여러 부티크형 운용사와도 향후 협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EMP벨스타는 국경을 넘나드는 '크로스보더' 거래에 강점을 지닌 PEF 운용사다. 총운용자산(AUM)은 6조원에 달한다. 미국 사업을 담당하는 대니얼 윤 회장과 이준호 한국 대표가 의기투합해 2007년 창업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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