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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의 시간' 오나…팬데믹 이후 처음 '매의 발톱' 드러낸 美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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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테이퍼링 논의…이르면 올해 말 개시

점도표상 1년 앞당긴 2023년 금리 인상 무게

올해 성장률·인플레이션 전망치 일제히 상향

"예상보다 인플레 지속적으로 나타날 가능성"

美보다 먼저…'울며 겨자 먹기' 긴축 줄이을듯

이데일리

미국 버지니아주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본부. (사진=신화/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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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매의 발톱’을 드러냈다. 연준이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히며 팬데믹 이후 처음 매파(통화 긴축 선호) 신호를 보냈다.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 전망 시기를 오는 2023년으로 기존보다 1년 앞당겼다. 연준이 긴축으로 방향을 선회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냄에 따라 충격파를 방지하기 위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움직임 또한 바빠질 전망이다.

연준, 테이퍼링 논의 본격 착수

연준이 가장 먼저 빼들 카드는 테이퍼링이다. 제롬 파월 의장은 15~16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테이퍼링 논의에 착수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앞으로 몇 달간 테이퍼링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테이퍼링은 연준이 시행하고 있는 양적완화(QE) 규모(매월 1200억달러)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것이다. 완화에서 긴축으로 옮겨가는 출구전략의 시작 단계다. 테이퍼링 이후 기준금리 인상 등의 수순을 밟는 게 일반적이다.

올해 남은 FOMC 회의는 △7월 27~28일 △9월 21~22일 △11월 2~3일 △12월 14~15일 등이다. 8월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석하는 잭슨홀 미팅도 있다. 연준이 이 중 한 회의를 골라 테이퍼링을 공식 발표하고 이르면 올해 말 테이퍼링을 개시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씨티는 9월 발표 후 12월부터 매월 150억달러씩 축소할 것으로 보고 있고, UBS는 12월 신호를 준 후 내년 1월부터 개시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파월 의장은 “FOMC 위원들은 경제가 ‘상당한 추가 진전’으로 나아갈 것을 기대한다”며 “테이퍼링을 하면 앞서 미리 알려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고용난 등으로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은 더 높고 지속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테이퍼링 개시에 대해 한층 전향적으로 바뀌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리 인상 전망 시기 1년 앞당겨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 전망 시기 역시 확 앞당겼다. 이날 나온 점도표를 보면, FOMC 위원 18명 중 내년 인상을 점친 위원은 지난 3월 4명에서 이번에 7명으로 늘었다. 점도표는 FOMC 위원들이 추후 적정 기준금리 수준을 각자 찍은 걸 시각화한 것이다. 7명 중 2명은 0.50~0.75%로 현재 제로 수준(0.00~0.25%)에서 두 차례 인상할 것으로 점쳤다.

주목할 건 2023년이다. 이때까지 제로금리가 이어질 것으로 본 위원은 18명 중 5명에 불과했다. △0.25~0.50% 2명(한 번 인상) △0.50%~0.75% 3명(두 번 인상) △0.75%~1.00% 3명(세 번 인상) △1.00~1.25% 3명(네 번 인상) △1.50~1.75% 2명(여섯 번 인상) 등으로 얼마나 올릴 지는 각자 의견이 갈렸지만, 늦어도 2023년부터는 인상한다는데 무게가 실린 것이다.

연준은 석 달 전인 3월만 해도 인상 시기로 2024년을 찍었다. 그런데 3개월 만에 그 시기를 1년 앞당기는 식으로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이는 연준 자체 전망에 근거한 측면이 있다. 연준은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7.0%로 상향했다. 3월 당시 6.5%에서 0.5%포인트 올렸다.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상승률 예상치는 2.4%에서 3.4%로 상향 조정했다. 근원물가 역시 2.2%에서 3.0%로 높여 잡았다.

그만큼 최근 경제 지표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를테면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6%를 기록했다. 노동부가 2010년 11월 관련 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같은 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거의 13년 만에 가장 높은 5.0%를 기록했다. 미국 동부의 중심인 뉴욕주와 서부의 중심인 캘리포니아주가 팬데믹 이후 실시한 규제를 대부분 풀기로 하면서, 경기 회복세는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파월 의장은 다만 당장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점도표는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며 “현재 경제 상황은 인상과 거리가 멀다”고 했다.

‘울며 겨자 먹기’ 긴축 줄이을듯

시장은 화들짝 놀랐다. 애버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의 제임스 맥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장 예상과 달랐다”며 “연준은 금리를 더 빠르게 올려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고 했다. 당초 관측보다 매파적이었다는 뜻이다. 전세계 장기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이날 장중 1.594%까지 치솟고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가 전거래일 대비 6.64% 급등한 것은 금융시장이 연준의 정책 스탠스에 반응한 징후다.

연준이 긴축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세계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에 앞서 움직여야 대규모 자금 유출을 막고 자국 통화가치를 방어할 수 있어서다. 러시아, 브라질, 터키 등은 이미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한국과 호주처럼 경제 규모가 큰 나라들도 매파적으로 바뀌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팬데믹 이후 각 나라마다 경기 회복 정도가 다르다는 점에서 우려가 작지 않다.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지 않은 와중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돈줄을 조여 경기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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