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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상처·가출' 위험징후 수두룩…'나체 살인' 왜 못막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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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의심 신고 있었는데…'골든 타임' 놓쳐

멍자국·상처 사진·피해 증언에도 사건 종결

가출 신고 공유 안돼…신고 5개월 후 소환

경찰, 감찰 진행…오는 21일 수사결과 발표

뉴시스

[서울=뉴시스]천민아 기자 = 마포 오피스텔 '나체 시신' 사건 피의자 중 1명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21.06.15. min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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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천민아 기자 =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옷도 제대로 걸치지 못한 채 싸늘한 '나체 시신'으로 발견된, 갓 성인이 돼 '소년'이란 말이 더 어울렸던 20세 박모씨는 수차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남성에 대해서는 지난해 11월에 이미 상해 피해를 당했다는 가족의 고소가 있었고, 가출신고 역시 접수됐다. 하지만 느리게 진행된 수사 등으로 인해 결국 안타깝게 숨을 거뒀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박씨의 폭행 피해 흔적은 이미 지난해 11월 초에 발견됐다. 서울 서초 양재파출소에 임의동행하게 된 박씨 팔뚝의 멍 자국을 눈썰미 좋은 경찰관이 확인, 동거 중이던 안모(20)씨와 김모(20)씨가 데려가지 못하게 하고 박씨 아버지에게 연락해 직접 인계한 것이다. 박씨는 지방 거주지에서 지내며 상처를 치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박씨를 구할 수 있는 몇 차례의 '골든 타임'이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놓쳐버린 것이다.

박씨의 아버지는 박씨가 폭행을 당한 사실을 확인한 직후 거주지 인근의 대구 달성경찰서에 박씨 동거인인 안씨와 김씨를 상해죄로 대리 고소했다.

치료를 받고 퇴원한 박씨는 대구 달성경찰서에서 지난해 11월22일 출석해 피해사실을 진술했고, 이후 사건은 관할권이 있는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이첩됐고, 영등포경찰서는 올해 1월24일에 안씨와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그런데 고소장에 범행 일시, 장소 등이 불분명한 부분이 있어 영등포경찰서는 대질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는데, 박씨에게 대질조사 출석을 요구하기 위해 연락을 한 게 4월17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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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천민아 기자 = 마포 오피스텔 나체 시신 사건의 피의자들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1.06.15. min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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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씨는 4월17일에 이미 안씨와 김씨의 '휘하'에 있는 상태였다. 고소에 앙심을 품은 안씨 등이 대구까지 내려가 3월31일 박씨를 다시 서울로 데려간 상태였던 것이다. 이때부터 박씨는 강압적으로 폭행과 감금을 당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일용직 노동을 강요당했으며 금품도 수백만원 갈취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씨와 김씨는 경찰의 출석 요구 연락을 받은 박씨에게 "내가 지금 지방에 있기 때문에 갈 수 없다"고 거짓말을 하게 하거나 아예 전화를 받지 못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음에도 수사가 진행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박씨 측은 이미 경찰에 상처 사진을 제출했고 안씨 등이 폭행을 했다는 진술도 한 상황이었다.

강압 상황에 놓여있었을 수 있다는 의심을 할 지점이 충분했으나, 5월3일 담당 형사가 다시 전화를 했을 때 고소 취하 의사를 전하자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된 것이다. 박씨의 고소 취하 의사 역시 안씨 등의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고 한다.

또 앞서 4월30일 대구 달성경찰서에 박씨 가출신고가 접수된 사실을 상해사건 담당인 영등포경찰서에서 알았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킥스(KICS·형사사법포털)상에서 가출신고는 공유되지 않았다. 즉, 영등포경찰서 경찰관이 고소를 취하하겠다는 박씨와 통화를 할 때 대구 달성경찰서에 박씨 가출신고가 접수돼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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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경찰 이미지. (사진=뉴시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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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몇번의 '골든 타임'은 지나갔고 협박에 의해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한 박씨는 이달 13일 화장실 바닥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그의 체중은 고작 34kg에 불과했으며 몸에는 멍과 결박 당한 흔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상해 고소 사건 수사를 이번 살인 혐의 사건과 병합해 재개하고 당시 수사를 담당한 영등포경찰서 수사관들을 감찰할 방침이다.

경찰은 오는 21일 안씨와 김씨를 검찰에 살인 혐의로 송치하며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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