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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쿠팡 김범석, 6개월만에 韓의장도 내려놨다…"글로벌 전략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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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 글로벌사업 가속 ◆

김범석 쿠팡 창업자가 한국 쿠팡법인(쿠팡(주))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에서 사임했다.

올해 초 대표직을 내려놓은 지 반년 만에 국내법인 관련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것이다. 김 전 의장은 미국법인 대표직은 유지하며 글로벌 진출에 집중할 계획이다. 쿠팡은 지난 11일 주주총회를 열고 김 전 의장 사임과 전준희 개발총괄 부사장, 유인종 안전관리 부사장을 신규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했다고 17일 밝혔다. 새 이사회 의장은 강한승 대표가 맡는다. 쿠팡 관계자는 "김 전 의장이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의장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법인인 쿠팡Inc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하기로 했다. 쿠팡Inc는 한국 쿠팡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김범석의 '글로벌 쿠팡'…日·싱가포르 거점삼아 가속


김前의장 사임 배경은

올해 대표 내려놓고 반년만에
의장 등 국내 모든 직책 내려놔
손정의와 상의후에 결정한듯

美 쿠팡Inc CEO·의장직 전념
해외사업 진두지휘 역할 맡아
韓이사회 의장 후임엔 강한승

매일경제

지난 3월 김범석 전 쿠팡 이사회 의장이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두고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 = NY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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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국내 쿠팡 법인과 관련한 모든 직책을 내려놓은 것은 쿠팡의 새로운 성장동력인 해외 사업을 더욱 가속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17일 쿠팡에 따르면 2010년 회사 창업 이후 줄곧 쿠팡 대표직을 유지했던 김 전 의장은 이후 김범석·고명주·강한승·박대준 4인 각자대표로 바꾼 뒤 올해 초에는 대표직을 내려놓고 이사회 의장으로 이동했다. "보다 넓은 시각에서 사업 전략을 구상하겠다"는 게 이유였다. 이후 6개월 만에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까지 사임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의장은 최근 비전펀드를 이끄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등 주요 주주들과 논의를 거쳐 이번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장 행보는 기존 정보기술(IT) 업계 창업자들이 보인 것과 유사하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도 2017년 네이버 이사회 의장, 2018년에는 사내이사직을 내려놓고 현재까지 미등기 임원인 GIO로서 네이버 해외 사업과 인수·합병(M&A) 이슈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 1월 북미 웹소설 1위 업체 '왓패드'를 인수하고 스페인 온라인 중고거래 '왈라팝'과 인도네시아 최대 미디어기업 '엠텍'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간 것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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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의장 역시 향후 쿠팡의 해외 진출을 총괄하며 본격적인 쿠팡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1차적인 주요 무대는 일본과 싱가포르다. 쿠팡은 최근 도쿄 주오구에 일본 법인인 'CP재팬'을 설립하고 도쿄 일부 지역에서 주요 생필품을 자전거로 배달해주는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 실무진과 간부를 포함한 수십 명의 현지 채용도 진행하고 있다. 향후 시범 운영이 마무리되면 도쿄 전역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법인 규모도 더욱 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싱가포르에서도 최근 현지 법인 최고운영책임자와 물류·리테일 부문 대표 등을 채용한 데 이어 물류·마케팅·IT 부문 실무자와 임원을 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쿠팡은 싱가포르 법인을 교두보로 삼아 현지에서 로켓배송 등과 유사한 빠른 배달 서비스를 선보인 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인근 국가로도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등기이사에서 사임한 김 전 의장 대신 전준희·유인종 부사장이 새 등기이사에 선임되며 한국 쿠팡을 이끌 이사진도 새롭게 꾸려졌다. 가속화되는 이커머스 경쟁에서 밀리지 않아야 하는 상황도 반영됐다.

지난 11일 주주총회에서 새로 등기이사를 맡은 전준희 개발총괄 부사장은 구글, 우버 등 글로벌 IT 기업을 거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현재 '로켓배송'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의 등기이사 선임으로 쿠팡은 기술 개발을 더욱 가속화할 계획이다. 등기이사로 함께 선임된 유인종 안전관리 부사장은 삼성그룹에서 안전관리 분야 출신 중 처음으로 임원에 오른 인물이다. 쿠팡의 안전관리와 관련 정책을 총괄하면서 '쿠팡케어'로 대표되는 근로자 안전 정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이로써 쿠팡 사내이사는 기존 강한승·박대준·김범석·윤혜영 4인에서 강한승·박대준·윤혜영·전준희·유인종 5인으로 변경됐다.

김 전 의장에 이어 새로 이사회를 맡은 강한승 쿠팡 이사회 의장은 "쿠팡은 지난 10년 동안 로켓배송, 새벽배송 등 기존에 없던 혁신적 서비스로 고객 경험을 창출했고, 배송 인력 직고용 등으로 택배 물류 업계 근로 환경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왔다"며 "앞으로도 더욱 공격적인 투자와 고용 확대, 서비스 혁신으로 고객에게 더 많은 감동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쿠팡은 이날 부산 강서구에 2200억원을 투자해 17만㎡ 규모의 물류센터를 건립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부산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과 체결했다고 밝혔다. 쿠팡이 뉴욕증시에 상장한 이후 지금까지 밝힌 신규 물류센터 관련 투자는 3월 전라북도, 4월 경상남도, 5월 충청북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로 투자 금액은 1조200억원을 넘었다. 물류센터 완공 시 직접고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는 9500여 명, 물류센터 건물들의 연면적은 축구장 100개와 맞먹는 70만㎡에 달한다.

김 전 의장의 등기이사 사임에는 최근 쿠팡을 둘러싼 각종 리스크에서 보다 자유로워지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쿠팡 물류센터 근무자 사망을 놓고 책임 소재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상법에 따르면 등기이사는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된 행위를 할 경우 회사와 연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상당수 기업 오너들은 실제 경영 여부와 별개로 등기이사를 맡지 않고 있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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